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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포인트] SK텔레콤 이지훈의 아지르 속 담긴 비밀

SK텔레콤 T1의 미드 라이너 이지훈.
SK텔레콤 T1의 미드 라이너 이지훈.
SK텔레콤 T1은 8일(현지 시각)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풀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LMS 대표 ahq e스포츠 클럽에게 패할 위기 뻔했다. 경기 내내 킬 스코어에서 뒤처졌던 것은 물론, 한 때 1만 골드 차이까지 벌어지면서 패색이 짙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킬 스코어에 대해서는 관대할 수 있고 언제든 역전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1만 골드 차이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특히 드래곤을 잡았을 때 경험치와 골드가 늘어나지 않는 시즌5 버전에서 1만 골드 차이는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소위 '넘사벽'이다.

하지만 SK텔레콤은 1만 골드 차이를 뛰어 넘는 역전승을 거두면서 조별 풀리그에서 전승을 거뒀다. SK텔레콤이 엄청난 격차를 넘어설 수 있었던 데에는 미드 라이너 이지훈의 선전이 자리했다.

이지훈은 아지르를 골랐다. GE 타이거즈와의 챔피언스 스프링 결승전 2세트에서 아지르를 선택해 상대팀의 미드 라이너 '쿠로' 이서행의 카시오페아를 상대로 솔로킬을 따내는 모습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렇지만 ahq의 미드 라이너 'westdoor' 리우슈웨이가 초가스를 가져가면서 거리를 유지했고 상대 팀의 정글러 'Mountain' 수에자오홍의 렉사이 또한 심심치 않게 중단으로 찌르고 들어오면서 이지훈은 수세에 몰렸다.

이지훈은 대규모 교전에서 패할 것 같은 상황이 되면 뒤로 빠졌다. 동료들을 남겨 두고 홀로 빠져 나가는 모습에 이지훈의 과감성 부족을 지적할 수도 있겠지만 이지훈은 내실을 다지기 위해 뒤로 빠졌다.

SK텔레콤과 ahq와의 경기에서 각 챔피언마다 상대 팀 챔피언에게 넣은 데미지의 양을 수치화한 그래프. 가장 긴 쪽이 이지훈이 플레이한 아지르다.
SK텔레콤과 ahq와의 경기에서 각 챔피언마다 상대 팀 챔피언에게 넣은 데미지의 양을 수치화한 그래프. 가장 긴 쪽이 이지훈이 플레이한 아지르다.

위의 표를 보면 이지훈이 얼마나 ahq 선수들에게 위협적이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Damage Dealt to Champions'라는 항목은 상대 팀의 챔피언에게 가한 피해량이다. 이지훈의 아지르는 50,116이라는 수치를 기록했다. 이 경기에 출전한 10명의 선수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놀라운 점은 ahq가 그토록 강력하게 압박을 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미드 라이너 리우슈웨이의 초가스, 원거리 딜러인 'AN' 초우춘안의 시비르가 가한 피해량을 합친 수치가 이지훈보다 조금 많다는 사실이다. 시비르가 29,825, 초가스가 23,946로 두 선수를 합친 수치는 53,771이다. 둘이 합쳐도 이지훈 홀로 가한 피해량인 50,116보다 3,655밖에 많지 않다.

이 수치는 이지훈이 뒤로 빠지면서도 상대에게 가할 공격은 모두 해냈다는 듯이다. 이지훈까지 잡힐 경우 팀이 무너질 수 있는 상황에서 가급적이면 오래 살아 남으면서 ahq의 맹렬한 공격을 막아내는 최후의 저지선 역할을 했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SK텔레콤과 ahq의 대결 양상을 그래프로 보여주는 화면. ahq의 진영이었던 블루가 골드 획득량에서 엄청나게 앞서 나갔고 SK텔레콤이 드래곤 확보 횟수에서 앞섰음을 보여주고 있다.
SK텔레콤과 ahq의 대결 양상을 그래프로 보여주는 화면. ahq의 진영이었던 블루가 골드 획득량에서 엄청나게 앞서 나갔고 SK텔레콤이 드래곤 확보 횟수에서 앞섰음을 보여주고 있다.

위의 도표는 SK텔레콤과 ahq의 경기 흐름을 한 눈에 설명해준다. 경기 초반 SK텔레콤이 골드 획득량에서 앞서 나갔고 드래곤을 계속해서 가져갔지만 9분이 지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SK텔레콤은 연이은 전투에서 킬을 허용했고 21분과 27분에는 중대규모 전투에서 패하면서 급격히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가장 많이 골드 차이가 난 시점은 34분으로 1만 골드 차이까지 났다.

SK텔레콤은 가급적 전투를 펼치지 않으면서 수성 싸움에 들어갔다. ahq가 중앙 지역을 뚫어내기 위해 계속 공성을 시도했지만 이지훈을 중심으로 한 SK텔레콤 선수들은 수비를 해냈고 이후 미세하게 나마 골드 차이가 줄어들었다.




◇SK텔레콤 T1과 ahq의 치열했던 경기 영상.

이지훈의 마지막 데스는 31분이었다. SK텔레콤이 중앙 늪 지역에서 반격을 도모했지만 ahq의 역공에 의해 데미지를 입으면서 반격을 하지 못했다. 부활하고 난 뒤 기습적으로 내셔 남작을 가져간 SK텔레콤은 버틸 힘을 만들었다.

35분 정글 지역에서 교전이 일어났을 때 이지훈은 'AN' 초우춘안의 시비르를 주위의 도움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잡아냈다. 이전까지 시비르가 멀티 킬을 확보했기 때문에 SK텔레콤과 이지훈에게는 제압 골드가 들어왔다. 강하게 몰아치던 ahq의 공격을 받아낸 이지훈은 37분 정글 지역에서 펼쳐진 교전에서 킬을 가져갔다. 체력이 뒷받침 되는 상황에서 이지훈이 킬을 냈고 버텨내면서 SK텔레콤은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

이후 SK텔레콤은 ahq의 노틸러스와 초가스를 차례로 잡아내면서 수적 우위를 점했고 이어진 전투에서 에이스를 띄우면서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했다.

라이엇게임즈가 제공하는 MSI에 참가한 선수들의 분야별 순위. 이지훈이 대부분의 파트에서 5위 안에 들었다.
라이엇게임즈가 제공하는 MSI에 참가한 선수들의 분야별 순위. 이지훈이 대부분의 파트에서 5위 안에 들었다.

수치적으로 드러난 이지훈의 능력은 세계 어느 미드 라이너와 맞닥뜨려도 부족함이 없다. 라이엇게임즈가 취합한 통계를 봤을 때에도 이지훈은 포지션을 무시하고도 최고의 선수다. 큰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라이엇게이즈는 분야별로 톱 퍼포먼스를 선별하는데, 이지훈은 KDA 비율에서 2위, 분당 골드 획득량에서 3위, 게임단 골드 획득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조별 풀리그에서 이와 같은 성적을 거두는 이지훈이기에 MSI에서의 향후 행보가 더 기대를 모은다.

미국(플로리다)=남윤성 기자(thenam@dailyesports.com)



*오자 수정했습니다.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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