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대표적인 경기가 나진 e엠파이어와 KOO 타이거즈와의 경기였습니다. 3세트까지 가서야 승부가 갈린 두 팀간의 경기는 세 세트 모두 장기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양팀 선수들은 이렇다 할 교전 없이 대부분의 시간을 소진했습니다.
2세트 경기는 단연 압권이었습니다. KOO 타이거즈는 40분이 넘도록 단 1킬도 기록하지 못하고 끌려갔습니다. 44분에서야 상대 선수 한 명을 끊어내 첫 킬을 올리고 내셔 남작을 사냥한 끝에 경기를 가져갔죠. 40분까지 킬을 올리지 못한 KOO나 그런 KOO에게 진 나진 모두 박수를 받기에는 모자란 경기력을 선보였습니다.
선수들이 과거에 비해 소극적인 경기를 펼치는 것은 최근 라이엇의 패치 방향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리 신을 비롯한 육식 정글러들이 하향 패치로 인해 사라지고 세주아니와 그라가스를 비롯한 초식 정글러가 각광 받고 있습니다. 아이템 역시 잿불거인을 비롯한 탱커형 아이템이 공격 아이템에 비해 효율이 높은 상황이어서 각 팀에 최소 2명에서 3명의 탱커가 포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탱커가 많은 '덩치 조합' 간의 싸움은 먼저 교전을 열기가 까다롭습니다. 먼저 목표를 정하고 스킬을 퍼부어도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상대 역공에 오히려 손해를 보기 쉽습니다. 라인전이 끝나면 그저 중단에서 대치하며 눈치 싸움만 벌이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KOO와 나진의 경기처럼 말이죠.
물론 각 팀에서 승리를 위한 가장 좋은 전략을 선택했을 것입니다. LoL은 킬 스코어로 승부를 가리는 게임이 아니고 타워 철거에 이은 넥서스 파괴가 승리 조건인 만큼 교전을 피하고 소극적으로 경기에 임한다고 해서 선수들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각 팀 선수들에게 보다 공격적으로 경기에 임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죠. 그들에게는 소극적인 승리가 공격적인 패배보다 가치가 있을 테니까요. 다만 소극적인 경기가 계속된다면 리그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줄어들 수 있다는 걱정이 들 뿐입니다.
선수들의 공격적인 플레이를 독려하기 위해 다킬왕 시상을 하는 것은 어떨까요. 다킬왕 타이틀을 도입하고 가장 킬을 많이 올린 선수에게 상금을 준다면 내가 죽더라도 상대를 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선수들이 생겨날 수 있을 겁니다.
기존 KDA 타이틀은 선수들에게 소극적인 플레이를 장려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KDA를 높이기 위해서는 킬을 많이 올리는 것보다 죽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다 한 번이라도 전사하면 KDA가 떨어질 수밖에 없죠.
킬을 올리는 일은 LoL의 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이들이 킬에 열광합니다. LoL에서 팀의 목표가 넥서스를 파괴하는 일이라면 각 개인의 목표는 킬을 올리는 일일 텐데요. 싸움이 줄어들고 킬이 줄어든다면 분명 경기의 재미도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다킬왕 타이틀을 도입해 선수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킬을 올리기 위해 나선다면 롤챔스가 조금은 더 흥미로워질 것 같습니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