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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LoL KeSPA컵이 남긴 것

[기자석] LoL KeSPA컵이 남긴 것
네이버 리그 오브 레전드 KeSPA컵 2015가 막을 내렸다. 12강에서 삼성 갤럭시를 꺾으면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보였던 세미 프로팀인 ESC 에버가 우승을 차지하는 대이변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ESC 에버가 우승하는 과정에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우승팀인 SK텔레콤 T1까지 격파하면서 전세계 리그 오브 레전드 팬들을 충격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전체적으로는 '언더독의 반란'이라 불러도 무방한 대회였다. 롤드컵에 출전해 준우승을 차지했던 타이거즈가 챔피언스 서머 최하위팀인 스베누 소닉붐에게 0대2로 패한 것을 시작으로 ESC 에버가 우승까지 차지한 일까지 이변의 연속이었다. ESC 에버가 4강에서 롤드컵 우승팀인 SK텔레콤을 제압한 것이 정점이었고 어쩌면 결승전에서 CJ 엔투스를 3대0으로 격파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ESC 에버의 우승과 하위권 팀들이 만들어낸 이변 덕분에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연장이라는 프로암 대회로서의 KeSPA컵의 취지는 완벽하게 달성됐다.

하위권의 반란은 한국의 리그 오브 레전드를 통한 e스포츠의 탄탄함을 증명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롤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팀이라고 할 지라도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거나 최근 패치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패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타이거즈가 12강에서 스베누 소닉붐에게 패한 일이나 SK텔레콤이 ESC 에버에게 완패한 일은 한국의 리그 오브 레전드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준다. 타이저즈나 SK텔레콤까지도 방심하면 무너질 수 있다는 교훈을 준 사례다.

2016년 개막하는 스프링 시즌에 대한 기대감도 높였다. KeSPA컵 우승팀인 ESC 에버가 비록 챔피언스 스프링에 참가하지는 않지만 하부 리그인 챌린저스에는 나서기 때문에 하부 리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만하다. 또 2015 서머 시즌에 부진했던 스베누 소닉붐이나 레블즈 아나키와 같은 팀들이 챔피언스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충격과 공포를 경험한 프로게임단들에게는 자신의 자리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챔피언스에서 뛰던 10개 팀 가운데 KeSPA컵에서 제 성적을 내지 못한 팀들은 리빌딩 여부를 고민하고 있고 핵심 선수들을 유지하기로 한 일부 팀들 또한 내년 시즌을 앞두고 고삐를 바짝 조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팬들의 성숙한 응원 문화도 칭찬할 만하다. 4강에서 ESC 에버가 세계 최강 SK텔레콤 T1을 꺾으면서 결승전 흥행이 실패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엇지만 팬들은 예매를 취소하지 않았다. 오히려 ESC 에버의 우승을 기원하기 위해 현장을 찾음으로써 오디토리움의 열기는 더 뜨거워졌다.

첫 대회부터 수많은 이슈를 불러 모은 KeSPA컵이 2016년에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도 궁금증을 모을 만하다. 스포티비게임즈를 통해 처음 제작된 리그 오브 레전드 공식 대회였던 만큼 초반에는 부족한 점이 보였지만 금세 고쳐졌고 막판에는 흥행 몰이까지도 성공했기 때문이다.

챔피언스는 물론, 롤드컵까지 모두 끝난 비시즌에 펼쳐진 KeSPA컵은 단기 대회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 2016년 KeSPA컵이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벌써부터 기대를 모은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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