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롱주 게이밍과의 경기에서 전 멤버였던 이상현, 강형우를 상대한 진에어는 맥 없이 무너지면서 약체로 분류됐기에 모두가 SK텔레콤의 완승을 예상했지만 진에어는 이변을 만들어냈다.
이변의 중심에는 '윙드' 박태진이 자리했다. 이번 시즌 주장이라는 큰 짐을 안은 박태진은 SK텔레콤의 주전들이 나선 2세트에서 상단과 중단을 오가면서 연속 킬을 만들어냈고 초반부터 진에어가 앞서 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냈다.
"MVP를 받을 줄 알았는데 몇 번 잡히면서 여창동 선배에게 돌아가서 아쉽다"는 박태진은 "지금은 약체로 분류되고 있지만 그 평가가 나쁘지 않다"며 "시즌이 끝났을 때 강한 팀으로 인식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태진과의 일문일답.
Q SK텔레콤 T1이라는 대어를 잡아낸 소감은.
A 사실 롱주 게이밍과 경기한 뒤 연습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롱주 게이밍과의 경기가 끝난 뒤 하루밖에 없었다. 이기고 싶다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연습했고 결과가 좋아서 기쁘다.
Q 1세트에서는 리 신으로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 '뱅' 배준식의 루시안에 의해 엄청나게 고생했는데.
A 정글러나 서포터 입장에서 우리가 맷집이 되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엄청나게 아프더라. 30분 동안 이기고 있다가 상황이 그렇게 급변하니까 경기가 참 답답했다. 나중에는 루시안이 앞으로 튀어 나오면서 공격하면 원거리 딜러 셋이 루시안을 때리자고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 그런데 상대가 내셔 남작을 두드리러 가면서 기회가 왔다. 급한 마음이 느껴졌고 나우형의 미스 포츈이 쏜 쌍권총 난사가 대박이 나면서 이길 수 있었다.
Q 2세트에서는 전략이 특이했다.
A 롱주와의 경기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가자고 했다. 갱플랭크를 풀어주면서 풀어가려고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 때 안 풀린 이유로 여창동 선배가 퀸 때문인 것 같다고 평가를 내렸고 SK텔레콤 전에서는 그레이브즈로 해보자고 했는데 잘 풀렸다.
Q 2세트 초반 10킬을 거의 다 만들어냈다.
A 사실 내가 MVP를 받을 줄 알았다. 내가 중간에 몇 번 잡히면서 여창동 선배에게 돌아갔다. 조금 아쉽다.
Q 엘리스 플레이가 돋보였다.
A 내 모스트 챔피언이 엘리스와 리 신이다. 그 정도로 자신도 있다. 스프링 시즌을 준비하면서 엘리스를 많이 썼는데 고치가 정말 안 맞더라. 감독, 코치님이 코치를 급하게 쓴다고 조언해주셔서 이번 경기에서는 신중하게 쓴 것이 주효했다.
Q 초반 설계가 좋았다.
A 내가 이블린의 위치를 확인하려고 와드를 심었는데 운 좋게 그 쪽으로 배성웅이 오더라. 운이 정말 좋았다. 중단 다이브는 연습할 때 준비한 것이다. 다이브를 하기 전에 킬을 따내니까 스노우볼이 빨리 굴러갔다. 연습 때와 비슷하게 풀린 것 같다.
Q 그레이브즈도 참신했다.
A 여창동 선배가 팀을 나간다고 했을 때 1개월 동안 숙소에서 무전취식을 했는데 그 때 원거리 딜러로 게임을 하더라. 그러면서 그레이브즈에 대한 숙련도가 높아졌다. 요즘에 여러 지역에서 그레이브즈를 정글러로 쓰기 시작하면서 페이크 용도로 이용하고 마지막에는 톱 라이너가 가져가면서 변수를 만들었는데 잘 통했다. 톱 라이너로 탐 켄치나 퀸이 올라오면 잘 풀어갈 수 있다고 하더라. 톱 그레이브즈가 유행할 것 같다.
Q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 오늘이 가장 기쁜 날이지 않나.
A 한국 최고의 팀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서 기쁘다. 앞으로 KT 롤스터나 락스 타이거즈에게도 밀리지 않는 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Q 다음 경기가 e엠파이어와 아프리카 프릭스다. 연승을 달릴 것 같은지.
A 이 경기력 그대로 이어가고 발전시킨다면 연승을 달리면서 상위권으로 올라갈 것 같다.
Q 1라운드 목표는.
A 욕심은 포스트 시즌에 올라가는 것이지만 작년처럼 중위권 성적 정도만 내도 좋다. 아직은 팀워크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Q 롱주전 패배가 아쉽지는 않나.
A 롱주전에서 지면 우리 팀은 망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업계에 돌더라. 이상현이나 강형우가 우리 팀에서 떠난 선수들이었기에 우리는 역시 2군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지 않나. 그 경기에서 패하고 나서 선수들이 정말 아쉬워했다. 그만큼 이긱도 싶은 경기였는데 실수가 나오면서 선수들끼리 말이 없어졌다. 맥없이 져서 아쉽다.
Q 하고 싶은 말은.
A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아 있다. 우리를 잘하는 팀으로 분류하기에는 어렵지만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용산=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