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른 로젤 라이엇게임즈 글로벌 e스포츠 디렉터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고 있는 미드 시즌 인비테이션 2016(이하 MSI)에 대해 꽤나 만족하고 있었다. 2015년 기획된 MSI는 2016년 들어 월드 챔피언십과의 연계를 통해 지역 팬들의 호응을 이끌어냈고 경기 숫자가 늘면서 흥미로운 양상이 벌어지는 등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외국 선수들이 출생 지역이 아닌 다른 곳에서 뛰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라이엇게임즈에서도 이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있으며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웰른 로젤과의 일문일답.
Q MSI에서 재미있는 경기들이 많이 나왔다. 여러 지역의 대표 팀들이 물고 물리는 혈전을 펼치면서 작년에 비해 경기력 차이가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어떻게 보고 있나.
A 격차가 확실히 좁아졌다라고 말하는 것은 항상 조심스럽다. 한국 대표로 출전한 SK텔레콤이 이번 풀리그에서 많이 패하기는 했지만 아직 본선이 치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번 MSI는 각 지역이 갖고 있는 메타들간의 경합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공격적인 메타가 주도하고 있기에 많은 킬이 나오고 흥미로운 교전이 자주 일어났다. 액션감이 넘치는 메타가 유행하다 보니 중국이 이 메타를 주도하고 있고 풀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고 생각한다.
Q 이번 MSI의 개최지이기도 한 중국의 e스포츠 열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중국의 e스포츠의 특징은 자국, 자국 팀에 대해 엄청난 사랑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른 지역 팬들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물론 아니다. 중국 현장을 지켜보면서 SK텔레콤을 응원하는 팬들도 자주 봤다.
이번 MSI를 보러 온 관객 수는 엄청나게 많다. 이제껏 열렸던 올스타전이나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등 글로벌 이벤트에 견줄만 한 관객들이 현장을 찾았다. 이는 LPL의 성장 속도 덕분일 수도 있다. 선수들의 수준, 팀들의 수준 뿐만 아니라 팬들의 수준과 숫자도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다.
Q 이번 MSI에 얼마나 많은 관객들이 모였는지 알려줄 수 있나.
A 매일 방문한 숫자가 달라서 평균을 내지는 못했지만 이미 결승전에 들어가는 유료 관중인 13,000 석의 티켓이 모두 팔렸다. 또 준결승전에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상하이에서 5일 동안 대회를 진행해서 그런지 중국 팬들의 관심이 많고 중국의 다른 지역에서도 본선을 보기 위해 모이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Q 한국 선수들이 지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A 주시하고 있는 흐름이다. 한국 선수들이 중국, 북미, 유럽 등 여러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점차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라이엇게임즈는 각 지역간 선수간의 이동에 대한 규정을 도입한 바 있다. 외국 선수가 한 지역에서 2년 동안 뛰면 해당 지역 소속으로 인정해주는 규정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엄청난 내부 토론을 벌이고 있다. 우리가 중시하는 것은 각 지역이 리그의 정체성을 만들고 축적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이야기한 것처럼 한 지역에서 2년 동안 뛰면 그 지역 소속 선수로 인정해준다. 내년에 한국 선수들이 대거 2년을 넘긴다. 일부에서는 2년을 넘긴 한국 선수들 3명을 한 팀으로 모으고 새롭게 2명을 영입하면 5명의 완전체가 만들어지고 그 지역을 휩쓸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A 우리도 알고 있는 사안이지만 내부 논의 과정에 있고 확정된 수정 방안은 없다. 하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이를 늦출 수는 있을 것이다. 예를 들자면 2년으로 되어 있는 기간을 늘리는 것이다.
라이엇게임즈가 리그 오브 레전드 대회를 지역별로 치르면서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은 그 지역의 색깔을 낼 수 있는, 지역 정체성을 발휘할 수 있는 리그가 되는 것이다. 일부 선수들이 영입되고 새로운 피로 수혈되더라도 지역의 정체성이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 것을 바란다.
Q MSI가 2번의 풀리그를 도입해 경기를 늘리면서 2015년과는 다른 방식을 취했다. 팬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A 경기 숫자가 늘어난 것도 유의미한 변화이지만 이번 MSI의 가장 큰 변경점은 롤드컵과 MSI가 연계됐다는 점이다. 4강에 오른 팀들이 속한 지역은 롤드컵 풀1에 오를 수 있다. 큰 의미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MSI라는 대회가 각 지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출전하는 것임을 감안하면 해당 지역의 팬들은 그 팀을 응원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만 4~5개월 뒤에 열리는 롤드컵에서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새로운 응원 방식도 만들어졌다. 북미 대표인 카운터 로직 게이밍(이하 CLG)가 잘했을 때 CLG 팬이든 아니든 북미 팬들이 다 응원했다. G2가 못했을 때 유럽 팬들이 실망했고 이는 G2의 부진으로 인해 유럽 지역이 롤드컵에서 받을 수 있는 이득을 놓쳤기 때문으로 본다. 롤드컵 시드를 정하는데 있어 공정한 방식을 택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룹 풀리그를 늘린 것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예선에서 흥미진진하고 차별화된 경기가 나오고 있다. 또 참가한 팀들에게도 한 번만 붙어보고 풀리그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복수할 수 있는 기회,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스토리를 강화하는 요소가 만들어진 것 같다.
Q 리그 오브 레전드의 지역적 특색이 있을 것 같다. 롤드컵과 MSI 등 큰 대회를 유럽, 미국, 중국, 한국 등에서 치르면서 각 지역의 특징을 느낀 점이 있다면.
A 지역마다 장단점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 대회를 여는 것은 어렵지 않다. 미국 팀들이 LA에 있고 영어를 공통적으로 사용하기에 의사 소통이 쉽다. 한국은 엄청난 열정을 보여주고 있고 팬들의 호응도도 높다. 지역마다 특색이 있다. 어디가 좋고 나쁘다라고 평가할 수 없다.
Q MSI가 2회째를 맞고 있고 준결승과 결승이 남아 있다. 해당 팀들 입장에서는 상금 이외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다른 혜택을 줄 수 있지 않을까.
A MSI와 롤드컵의 연계에 있어 롤드컵에 직접적으로 혜택을 줄 수 없을 수 있지만 출전한 팀이 해당 지역에서 새로운 팬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북미에 살고 있다 보니 북미 SNS를 열심히 보고 있는데 CLG를 응원하는 새로운 팬들이 생겨났다. 한국의 경우도 SK텔레콤의 성적이 좋지 않았을 때에는 같이 슬퍼하고 우려하며 잘했을 때에는 함께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Q 리그 오브 레전드는 e스포츠를 선도하는 게임이다. 라이엇게임즈가 e스포츠 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비전을 만들어내기 위해 집중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알려달라. 그리고 새로운 시장으로 주시하고 있는 곳은 어디인가.
A 라이엇게임즈는 지금 이뤄놓은 수준에 만족하지 않는다. 우리의 상황을 돌이켜 봤을 때 강점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 e스포츠가 디지털 스포츠라는 점, 온라인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 통계를 통한 스토리 텔링을 만들어내기 쉽다는 점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우리는 '페이커' 이상혁이 매우 훌륭한 선수이고 잘한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라이엇게임즈가 앞장 서서 체계화시키고 이야기를 만들어가야 하는 부분이다.
관람 방식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 방송의 질을 높이는 데에는 노력하고 있고 어느 정도 성과를 냈지만 온라인이라는 특성과 미디어의 특징을 직접적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 상호작용, 즉 인터랙션이 약한 편이다. 상호 작용을 통해 큰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구체적인 방법은 여전히 고민중이다.
우리는 새로운 시장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있지만 한 지역을 콕 집어서 말할 수 없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13개의 지역에서 리그가 운영되고 있다. 근래에도 일본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가 공식 서비스되면서 LJL이 공식 리그가 됐다. 물리적으로, 숫자를 늘리기 위해 새로운 나라에, 새로운 지역에 리그를 마드는 것이 아니라 모든 지역의 수준을 끌어 올려서 LCK, LPL, LCS 등의 수준으로 올려 놓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Q 중국 내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의 이용자가 얼마나 되는지 알려줄 수 있나.
A 온라인 게임 중에 1위라는 것과 수치가 크다는 점만 말할 수 있다. 정확한 수치는 말하기 어렵다.
상하이=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