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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기획] 비기업 프로게임단은 무엇으로 사는가(상)

[창간 기획] 비기업 프로게임단은 무엇으로 사는가(상)
데일리e스포츠가 창간 8주년을 맞은 2016년에는 인기 종목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ESC 에버와 MVP가 챔피언스 코리아에 승격하면서 화제를 일으켰습니다. 이들은 비기업 팀이라는 공통점이 있죠. 매 시즌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락스 타이거즈도 마찬가지입니다.

SK텔레콤, kt, 삼성, CJ 등 대기업 위주로 꾸려진 국내 e스포츠 판에서 비기업 팀들의 생존방법이 궁금했습니다. 이에 락스의 정재훈 단장, ESC(e-Sports Connected) 송성창 대표, MVP LoL 팀의 권재환 감독을 한 자리에 모시고 각 팀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비기업 프로게임단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주제로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부장이 진행을 맡은 좌담회는 상편과 하편으로 나뉘어 게재됩니다. 상편에서는 각 팀의 운영방법과 수익활동, 비기업 팀의 장점과 단점 등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Q 먼저 게임단 소개를 간단하게 들어볼까요?
A 정재훈=창단된 지 3년차라고 해야 할까요. 이전에는 후야와 쿠 타이거즈였고, 올해 락스 타이거즈로 팀명이 바뀌었습니다. 열심히 하고 있고, 잘 아시다시피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클럽 팀 중 하나입니다. 재정적 측면에서 어려움이 많다보니 중국 YY와 후야로부터 일정 금액을 후원을 받으며 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둘 다 스트리밍 회사지만 우리 팀이 직접 중국 지역을 대상으로 스트리밍 방송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 팀이 중국 내에서 꽤나 인지도가 있다 보니 후원사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A 권재환=다양한 게임단 운영하고 있는 팀이고, e스포츠 연맹 때부터 팀이 창단됐으니 5~6년 정도 됐습니다. 나름 자생능력을 갖추고 있는 게임단으로 현재까지는 성공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롯데칠성 핫식스, 치킨마루, 아이비스PC방, DX레이서, 기가바이트, 아주부 등 많은 업체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A 송성창=ESC 에버는 ESC라는 기업의 철학에서 나온 팀이라 볼 수 있습니다. ESC는 e스포츠 팀의 인큐베이션에 관심이 많은, 게임 연구소 같은 기업입니다. 이용자나 팬들이 즐겁게 놀 수 있는 방향성을 추구하고 e스포츠의 가치는 리그 참가에 있기 때문에 팀을 운영하면서 회사는 노하우를 쌓고, 선수들이 프로 무대에 데뷔할 수 있는 경험을 쌓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선수들이 어떻게 생계를 꾸리고, 꿈을 이뤄나가는지에 대한 니즈(needs)가 많았고,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보고 싶었죠. 에버와는 지난해 롤챔스 승강전 전부터 접촉하고 있었습니다. 1부 리그보다는 색깔 없는 팀을 통해 실험적인 것을 많이 해보자는 의도가 있었고, 1부 리그에 못 가게 됐지만 KeSPA컵까지 해보자고 설득을 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 성적이 나오고 상승세가 IEM까지 이어지면서 팀원들 사이에서도 동지애가 생겼죠. 챌린저스에 출전하면서 리빌딩이 이뤄졌고, 결국 롤챔스까지 올라오게 됐습니다.

락스 타이거즈 정재훈 단장.
락스 타이거즈 정재훈 단장.

Q MVP는 스타크래프트2 때부터 팀을 오래 운영해왔고, 락스도 롤드컵에 출전한 경험이 있습니다. ESC도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죠. 모든 사람들이 가장 궁금증을 갖고 있는 부분은 팀을 어떻게 운영하느냐는 것인데요, 자금은 어떻게 마련되나요?
A 정재훈=사실 운영비는 적자인 상태입니다. 중국에서 후원을 받긴 하지만 풍족하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니까요. 락스는 팀명일 뿐 네이밍 스폰서의 이름은 아니거든요. 다른 팀과 마찬가지로 스폰서 유치 활동을 많이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선수들의 연봉도 적지 않고 내년에 더 나은 처우를 보장해주기 위해서는 사무국이 엄청 뛰어야죠. 비기업팀은 세세한 부분까지 챙겨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어요. 팬들은 선수들의 연봉, 숙소 등에 관심이 있으실지 모르지만 사무국은 손톱만한 일도 해내야 합니다.

락스 타이거즈는 선수들이 편안한 환경에서 연습에 매진할 수 있도록 현재 일산에 단독주택을 렌트해 생활하고 있습니다. 아파트나 오피스텔이 아니다 보니 주위 환경 관리도 저희가 해야 되는 애로 사항이 생기기도 하더라고요. 말벌이나 개미가 많아 계속 방역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엉뚱한데 돈이 많이 들어가네요. 또 예전엔 택시를 타고 이동했는데, 이제 경기가 있는 날에는 선수들의 컨디션 유지를 위해 차량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A 송성창=저희는 '영입-계약-계발-이적'이라는 4가지 사이클이 선순환되어야 한다는 철학이 있습니다. 영입할 선수가 어떤 성격을 갖고 있고 우리와 잘 맞는가, 본인도 만족하는가 등을 잘 따져 봅니다. 기업 팀이 선수와 접촉할 때에는 삼성, SK텔레콤, kt 기업의 이름을 보고 가는 느낌이 있는데, 우리는 선수들의 계발 가능성, 성장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설득합니다. 우리 팀으로 영입되면 계약을 진행하고 여러 대회를 통해 성장했다고 판단되면 더 좋은 팀으로 보내는 사이클을 탑니다. '아테나' 강하운의 경우가 대표적이죠. 이적할 때 회사에서 나서서 더 좋은 조건으로 이적할 수 있도록 도와줬고 계약서도 일일이 체크해줬습니다. '폴리스' 박형기도 북미로 이적할 때 저희가 나서서 해당 팀과 두세 시간 정도 더 이야기를 나눠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게 했죠.

이적시킬 때는 최대한 잘 내보내자는 주의입니다. 그래야 좋은 선수가 들어오기 때문이죠. 제일 중요한 것은 연봉이라고 생각합니다. ESC 에버가 챌린저스 스프링을 치를 때 롤챔스 수준으로 연봉을 책정해줬는데, 이는 선수들의 프라이드를 지켜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연봉을 받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크게 다르니까요. 회사 입장에서는 투자를 한 것이죠. 수익에서는 마이너스지만 인큐베이션에 초점을 두고 큰 투자를 했습니다. 인큐베이션, 즉 선수 육성은 새로운 선수들을 데려와 다른 곳에서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투자 개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투자금을 조금이라도 메우기 위해, 선수들에게 더 많은 연봉을 주기 위해 네이밍 스폰서를 맡을 업체들을 컨택 중인데 쉽지가 않아요. 아직도 게임에 대해 모르는 분들이 많아 설명하려면 힘이 들어요.

A 권재환=MVP는 다양한 종목의 팀을 운영하고 있는데, 팀이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종목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선투자의 개념으로 도타2나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CS:GO) 팀을 만들었고, 이름을 알린 뒤 부가 이익으로 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리스크가 있는 방법이죠. 처음엔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에요. 종목별로 인기와 상금이 다르기 때문에 선수들의 연봉을 책정할 때 고려할 부분이 많아요. 각 팀의 성적도 다르지만 이 종목에서 수익이 얼마 정도 나는가가 빼놓을 수 없는 고려 요소죠. 연봉 책정에 있어서는 총감독님과 선수들이 많은 대화를 나누고 서로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맞춰주려 합니다. 성적이 안 나오면 챙겨주기 힘든 시스템이긴 하죠.

반대로 성적이 잘 나오고 홍보 효과가 잘 나오면 더 많이 받을 수 있죠. 운영하는 입장에서 고려할 부분이 있는 만큼 선수 입장에서도 얼마를 받고 있는 것에 대해 좋아하거나 아쉬워할 수 있습니다. 그런 부분까지 세밀하게 고려해야죠. 숙소는 다른 팀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한 세대 당 82평짜리를 총 다섯 개를 쓰고 있고, 식사와 빨래를 해주시는 분도 두 분이나 계셔서 불편한 점은 없어요. 선수만 거의 50명에 달하는 중소기업이죠. 신경 쓸 것도 많고, 지출도 많지만 선수들 컨디션과 사기에 밀접하기 때문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ESC 송성창 대표.
ESC 송성창 대표.

Q 대회 상금을 제외하면 주 수입원은 스트리밍밖에 없어 보이는데요?
A 정재훈=락스 타이거즈의 경우 팀 차원의 공식적인 스트리밍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감독이나 코치 승인 하에 스크림이 없는 자유 시간에 본인이 할 때는 따로 제재하진 않아요. 최근에 사건이 몇 번 일어났지만 선수들이 어려서 순수한 마음에 했던 것들인데 팬들이나 외부의 시선이 좋지 않더라고요. 방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교육을 진행했고 최근 워크숍에서도 개인 브랜딩 강사를 초빙해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스트리밍과 관련된 별도 수입은 없어요. 협회에선 롱주 TV나 아주부 TV쪽에서 스트리밍하길 권고하고 있지만, 후원사가 경쟁 업체이기 때문에 하기 힘든 상황이죠. 현재는 스폰서 유치에 따른 수익이 전부입니다.

물론 시즌 중에도 여러 업체들과 계속 대화는 오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율이 쉽지 않더라고요. 후원하겠다고 지원하는 회사들을 모두 받아주기도 조금 그렇고, 그렇다고 해서 네이밍 후원을 하겠다고 들어오는 큰 회사들은 거의 없네요. 락스 타이거즈 선수들의 가치는 사무국이 만든다고 생각해요. 얼마나 좋은 후원사를 영입하느냐에 따라 선수들도 힘이 나서 경기에 나설 수 있거든요. 선수단 유니폼에 업체 로고를 붙임에 있어서 우리 가치는 우리가 스스로 만들려고 노력하다 보니 제안이 와도 거절할 때도 있어요.

A 송성창=스트리밍은 전속 계약금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지속 가능한 모델이라 생각하진 않아요. 시청자가 늘어야 하는데, 프로게이머들이 스트리밍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보는 시기는 지났거든요. 더 많은 재미와 기획이 들어가야 하고 선수들마다 콘텐츠나 이미지, 스토리텔링이 있어야 해요. 한 명, 한 명 브랜드화해서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넣어야 팬들을 더 모을 수 있어요. 이것이 첫 번째 단계라 치면 두 번째 단계에선 e커머스로 연결되면서 마케팅 효과가 후원한 회사로 연결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A 권재환=저희는 종목마다 스트리밍 플래폼이 조금씩 달라요. LoL 팀은 최근 아주부를 통해 개인 방송을 시작했고 도타2 팀은 다른 쪽과 하고 있어요. 종목별로 각 나라마다 인기나 수요가 다르기 때문이죠.

Q 스폰서 유치활동이 힘든 것 같습니다. 아직도 e스포츠에 대한 부정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곳이나 관련 용어가 어렵다는 사람들도 많고요.
A 정재훈=프로야구에 빗대서 스포츠 마케팅에 대해 설명을 많이 드립니다. 국내 시장 파이 자체가 아직 크지 않다보니 마케팅 효과부분에 있어 기업 실무진에서는 반신반의하는 면이 있어요. 락스 타이거즈는 국내가 아니라 글로벌을 지향하고 있기에 외국에 홍보 효과가 필요한 회사들을 많이 만나고 있어요. 롤드컵에 가면 브랜드 노출이 많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의사 결정권자들의 연령대가 높아 결재가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의사 결정하시는 분들이 e스포츠에 대해 잘 아셔야 하는데 설득될 생각을 하지 않으시는 것 같아요. 그 부분이 높은 허들이죠.

MVP LoL 팀 권재환 감독.
MVP LoL 팀 권재환 감독.

Q 아무래도 MVP는 의사 결정을 하는데 있어 비교적 자유로울 것 같은데요?
A 권재환=새로운 스폰서십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불발된다면 의사결정권자들과 밀접하지 못해서 생기는 장벽이라고 생각해요. 후원을 결정하기 전까지는 팀의 성적과 노출도 등을 많이 고려하거든요. 체결하는 과정에서 그 시기에 성적이 잘 나오면 좋은데, 회계 문제 때문에 다음 연도로 넘어가는 때가 있어요. 시즌 내내 성적이 좋다가도 계약을 체결하기 바로 전 시즌에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취소되는 경우도 있어요. 변동이 심하죠. 성적이 바로 후원으로 연결되진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가끔 대출을 받기도 하고요.(웃음)

Q 스트리밍 실질적 수입원인 만큼 선수들이 재밌게 했으면 좋겠는데, 사고가 날까봐 마이크는 끄고 캠만 작게 켜놓는 등 소극적으로 하더군요. 적극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으신지요?
A 정재훈=협회에서 아주부 함께 진행하는 스트리밍은 각 팀마다 시간을 정해서 하는 편인데, 인지도가 낮은 선수들은 방송 보는 사람이 적어요. 일반 방송이야 녹화로 진행하니 피드백을 받을 수 있지만, 스트리밍은 생방송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실수를 한 번 하면 여파가 커요. 그래서 소극적일 수밖에 없죠. 본인이 알아서 매니지먼트를 해야 해요. 게임단 차원에서 선수들 소양교육도 많이 하고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난다면 이건 미래에 대한 불투명성이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수명이 짧은 상황에서 게이머는 더 자극적으로 방송을 하고 그로 인해 조금이라도 수익을 더 올리려고 하죠. 그러다 보면 사고가 나고요. 교육을 많이 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어요.

그리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에는 선수의 티어에 따라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이 아니라 아예 전문 방송국이 하나 붙는 게 나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코너를 짜고 기획해서 선수들이 출연하고 대본에 의한 코멘트를 하는 거죠. 선수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다양성을 담보하고 이를 통해 입담과 재능이 부각되려면 전문적인 프로덕션과 스튜디오가 있어야만 가능해요. 게임만 잘하는 친구들이 화려한 입담을 뽐내면서 시청자와 소통하기란 쉽지가 않아요.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데일리e스포츠 남윤성 기자.

Q 그렇다면 기업 팀에는 없는, 비기업 팀의 장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A 송성창=비기업 팀은 스트리밍이라는 콘텐츠에서 자유도가 높아 좀 더 공격적으로 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 하다 보면 사고는 날 것 같지만 그건 감수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전 더 자유롭게 방송하도록 풀어주고 싶습니다. 모든 선수가 다 할 수는 없지만 방송에 끼가 있는 선수들을 발굴하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프로게이머가 잠재력을 터뜨릴 수 있는 영역이 여러 가지인데, 그 중 하나가 콘텐츠 크리에이터인 것 같아요. 물론 어느 정도 소양이나 기술적으로 지식이 있어야 하죠.

저희는 선수들에게 독자적인 방송을 시키면서 파일럿 프로그램처럼 돌리는 중이에요. 댓글 하나하나에 반응하는 것보다 게임하면서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게 매력적이에요. 비유를 하자면 운전을 하다가 사고가 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운전을 못하게 하진 않잖아요. 운전으로 레이싱 선수가 될 수도 있고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죠. 스트리밍 자체를 무서워하면 안 되고 오히려 그 안에서 소양을 쌓고 잠재력을 터뜨릴 수 있도록 도전해보는 것을 권하고 있어요. 위험을 배제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죠. 위험 관리를 해가면서 그런 방향으로 나가고 싶어요.

A 권재환=최윤상 총감독님이 전체 총괄을 하시지만 각 종목마다 실무자가 다르죠. 의사 결정 방식에서 보면 기업 팀은 수직적이겠지만 저희는 수평적 관계로 대합니다. 의사를 결정할 때 실무자의 의견을 가장 많이 반영하죠. 보고 체계가 즉각적이고, 선조치 후보고 성격이 강해요. 선수 관리에 있어서는 감독들이 전권을 받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죠. 마찬가지로 선수들이 스트리밍을 할 때도 눈치 볼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자유로운 분위기를 원하면 자유롭게 할 수 있죠. 저와 운영 주체가 수평적 관계인만큼 저도 선수들과 그런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자유로우면서도 감독과 선수라는 직책에 대해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으니 제어가 가능한 유연한 팀이죠. 그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A 정재훈=프런트 사무실과 숙소가 분리돼있습니다. 팀은 감독 휘하에서 그들만의 룰을 갖고 운영하고 있고, 대신 팀에서 필요한 것들을 프런트에서 신속하게 지원하죠. 보고용 e메일을 받고 있지만 대부분 메신저를 통해 바로바로 소통합니다. 의사 결정이 빠르고 누군가의 눈치를 안 봐도 된다는 것이 큰 장점이죠. 그런 분위기 때문에 팀워크도 좋고요. 성적에 대한 압박감이야 모든 팀들이 갖고 있겠지만 저희같은 클럽 팀이 좀 덜하지 않나 싶어요. 제가 만약 대기업 팀의 단장이었다면 브랜드 때문에라도 성적에 신경을 썼을 것 같아요. 성적은 감독과 선수들이 내는 것이고, 프런트에서는 다른 변수에 의해 성적이 안 나오는 것을 관리해야하죠.

[창간 기획] 비기업 프로게임단은 무엇으로 사는가(상)

Q 반대로 비기업 팀의 단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역시 수익적인 부분일 것 같은데요.
A 권재환=가장 큰 문제는 아무래도 돈이죠. 예산을 짜놓고 움직이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선수들이 대회에 나가 큰 상금을 가져온다든가,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대회에서 우승하는 경우가 생기면 그에 응당한 대우를 해줘야 마땅하거든요. 선수들 연봉을 상향해서 책정해줘야 하죠. 저희는 계약 기간에 상관없이 상승된 연봉을 즉각 반영해 주고 있습니다.

연봉이 오르면 올랐지, 내려간 적은 없어요. 그래서 연봉이 올랐는데 상금을 못타면 리스크가 있죠. 성적과 수익이 직결된다는 점에서 많이 힘들어요. 수익 변동은 큰데 지출은 일관된 거죠. 그래도 성적에 대한 압박은 크게 주지 않아요. 감독들끼리 자조 섞인 얘기로 "성적 압박 안 주는 팀은 우리밖에 없을 거다"라고 말하기도 해요. 심지어 패배가 잦은 경우엔 없던 승리 수당을 만들어 동기부여를 해줄 정도죠. 선수들을 압박하진 않아요. 선수들의 사기를 꺾지 않으면서 성적을 내야 하기 때문에 운영하는 주체가 힘들죠.

Q 개인적으로는 ESC라는 회사가 어디서 돈을 만들어내는지가 가장 궁금합니다.
A 송성창=회사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선수들 연봉이 가장 큰 지출 포인트입니다. 벤처기업이다보니 헝그리하게 돌아가죠. 팀을 운영하기 위헤 만든 회사는 아니에요. 에버는 우리가 가는 길에서 e스포츠 산업의 한 부분을 타진해 보는 첫 디딤돌과 같은 존재입니다. 우리 회사는 게임 유저와 e스포츠 팬들과의 접점을 어떻게 만드느냐라는 숙제를 안고 있죠. 최근에 프로토 타입까지 개발한 LoL 감상 툴이 있는데, 게임 영상에 게임 내 데이터를 매칭 시켜주는 것이에요. 해설하는 분들이 게임에 대한 노하우를 설명하지만 더 자세한 데이터를 풀어줄 수 있다면 더 많은 재미를 줄 수 있겠다 싶었죠. 이걸 어떤 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유저들이나 BJ들한테 피드백을 받는 중이에요.

시청자 수가 한정된 나라에서 스트리밍 수입은 한계가 있죠. e스포츠 산업을 봤을 때 리그 밖의 것들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e스포츠 산업군에 대한 비즈니스를 하는 거죠. 팀 운영에서는 당장 적자를 보더라도 유무형의 자산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바깥에서 수익을 만들어야죠. 감상 툴도 리그와 팬, 선수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만들 수 없는 것이죠. 그렇게 수익을 찾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창간 기획] 비기업 프로게임단은 무엇으로 사는가(상)

Q ESC는 '아테나' 강하운 선수나 '폴리스' 박형기 선수에 대해 외국 팀에서 영입 제안이 왔을 때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A 송성창=당연히 있었죠. 그 선수들이 외국 팀으로 나가서 전력이 떨어지면 안된다는 생각보다 다른 선수들이 연쇄적으로 나가면 어쩔까라는 걱정이 컸어요. 동료 의식이 큰 선수들이고 강하운의 경우 팀의 핵심을 맡고 있던 선수였기 때문에 팀을 떠났을 때 다른 선수들이 흔들릴 수도 있었어요. 팀의 아이덴티티가 사라졌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케이스였죠. 그런데 생각보다 잘 풀렸어요. 하운이는 나이도 찼고 폼도 올라 상업적으로 중국 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잡을 명분이 없었죠. 최대한 딜을 잘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협상에 임했어요. 형기도 마찬가지였어요. 다른 선수들도 이적 제안이 많이 왔지만 아니라고 판단됐을 때에는 거절했죠. 다른 선수들도 나가기로 결론이 났으면 ESC 에버는 롤챔스에 오지도 못했을거에요.

강하운과 박형기에 대해 이적시키기로 결정하는 선에서정리되면서 팀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가면서 하면 롤챔스에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선수들에게 생각보다 많은 연봉을 주기로 결정했어요. 팀에 남아 주기로 한 선수들에 대한 보답이기도 하고 가장 강력한 동기 부여책이었죠. 리스크는 회사가 지겠지만 선수들이 프로로서 자신의 진로를 결정했으니 가장 좋은 결과를 내면서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했죠.

이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 회사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아까 말씀 드렸던 4단계에서 성장과 이적에 관련한 부분인데요. 나이가 어린 '로컨' 이동욱의 경우에는 선수로서 커리어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나이가 어느 정도 들어서 군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 선수들은 외국 팀에서 콜이 왔을 때 가급적이면 좋은 대우를 받으면서 보내줄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를 위해서 유학 프로그램도 만드는 중이에요. 선수들이 성장해서 산업 역군이 될 수 있도록 해야죠.

※하편으로 이어집니다.

진행=남윤성 기자(thenam@dailyesports.com)
정리=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사진=박운성 기자(phot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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