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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선수들이 춤추고 노래한 이유

[기자석] 선수들이 춤추고 노래한 이유
"MVP 비욘드~ 언제까지 MVP 포인트 독식할꺼야! 나도 받고 싶어, MVP 포인트!"
"요! MVP 맥스, MVP 포인트 받고 싶어? 그럼 더 열심히 해야지!"

코카-콜라 제로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2016 서머 1라운드 MVP와 CJ 엔투스의 경기가 열린 지난 6월 22일. 경기가 끝난 뒤 신동진, 강형우 해설은 스포티비 게임즈의 3분짜리 코너 'LCK에서 미안한 남자들'을 통해 유머러스한 랩 실력을 선보였다.

두 해설의 랩 대결이 다소 썰렁하게 끝나려던 찰나, 경기에서 승리한 MVP 선수들이 카메라 앞으로 나타났고, 이 때 MVP의 미드 라이너 '이안' 안준형은 '컨트롤 비트' 리듬에 맞춰 춤을 추며 등장, 분위기를 띄웠다.

이 때 신동진 해설이 MVP의 서포터 '맥스' 정종빈에게 랩을 시키자 정종빈은 주저 없이 마이크를 잡고 동료 정글러인 '비욘드' 김규석을 향해 질투가 섞인 짧은 랩을 선보였다. 이에 마이크를 넘겨받은 김규석도 "더 열심히 하라"는 랩으로 정종빈을 귀엽게 디스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LCK 주간 챔피언: 쉔'편에서 MC 지인과 전화통화를 통해 음성 출연한 톱 라이너 '애드' 강건모도 랩 한 소절 들려달라는 요청에 "잘 못한다"고 하더니 곧바로 "너와 나의 연결 고리"라는 짧은 랩을 선보였다.

감독도 빼지 않았다. MVP가 27일 롱주전에서 승리한 뒤에는 권재환 감독이 승리공약을 지키기 위해 무대 앞으로 나와 김범수의 '보고싶다'를 무반주로 불렀고, 뛰어난 가창력으로 현장에 남아있던 관중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기자석] 선수들이 춤추고 노래한 이유

MVP가 선수뿐만 아니라 감독까지 나서 춤을 추고 랩을 하고 노래를 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그들이 다른 선수들보다 끼가 넘치기 때문은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데 즉흥적으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아무리 직업이 프로게이머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정종빈은 인터뷰를 통해 "부담되고 떨렸지만 우리를 좀 더 알리고 싶어 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즌 갓 승격한 MVP 선수들은 얼마 전까지 다른 팀의 연습생이거나 후보 선수, 혹은 무명의 아마추어였다. 힘든 시기를 겪어본 선수들이기에 팬들의 관심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이다.

MVP는 최근 향상된 경기력으로 e스포츠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칫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 '안경 5형제'라는 별명에 대해서도 싫은 내색보다는 감사한 마음을 전하면서 서서히 자신들의 팬을 늘려나가고 있다.

큰 무대에서 조금만 인기를 끌고 성적을 내도 쉽게 자만에 빠질 수 있는 곳이 프로의 세계다. 하지만 MVP 선수들은 첫 시즌에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으면서 게임 외적으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웃으며 랩을 하고 춤을 췄지만, 그 내면에는 성공을 위한 절실함이 가득했다.

MVP 선수들이 지금의 마음가짐을 잃지 않는다면 '명가 재건'은 시간문제에 불과할 것이다. 또한 경쟁하는 선수들과 선배 게이머들, 1부 리그 입성을 꿈꾸는 게이머들에게도 좋은 자극제가 될 것이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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