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동안 리그 오브 레전드팀 진에어 그린윙스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16 시즌을 앞두고 4명의 선수가 팀을 떠났고, 2017 시즌에도 주전을 포함한 6명이 전력에서 이탈하며 매번 새로운 로스터가 만들어진 것이다.
다수의 선수들이 진에어를 거치는 동안 단 한 명, 자신의 자리를 지킨 선수가 있다. 바로 미드 라이너 '쿠잔' 이성혁. 2015년 1월 진에어를 통해 데뷔한 이성혁은 2017 시즌에도 팀에 잔류했다. 이성혁이 자신과 진에어를 동일시하는 것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새로운 동료들의 합류로 팀이 시끄러워졌다는 이성혁은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 2017 스프링에서도 소란을 일으킬 작정이다. 팀의 성적과 개인 기록을 모두 챙기겠다는 각오다.
팀의 허리이자 '진에어 그 자체'인 이성혁. 그의 2017 시즌을 들어봤다.
◆아쉬웠던 2016년, 결승에 대한 미련
2016년은 진에어에게 있어 아쉬운 한 해였다. 롤챔스 2016 스프링에서 4위를 기록했지만 서머 시즌에는 포스트시즌 조차 진출하지 못했고, LoL 월드 챔피언십 2016 선발전에서도 아프리카 프릭스에 패하며 좌절했기 때문이다.
"서머 시즌 후반에 조금 더 힘을 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연승하던 분위기가 연패로 바뀌었던 MVP전이 가장 아쉬워요. 그 경기를 이겼으면 진에어가 다 끝장냈을 거예요"
이성혁이 꼽는 가장 아쉬운 순간은 롤챔스 2016 서머 5주차 MVP전. 서머 시즌 4주차까지 5승 1패를 기록하며 2위까지 치고 올라간 진에어는 MVP를 만나 패배했고, 연패의 수렁에 빠지며 7위로 내려 앉았다.
아쉽게 끝난 2016년 시즌 만큼이나 이적 시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진에어에서도 다수의 이탈자가 발생했지만 이성혁은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2015년 말에도 경험한 일이었기 때문. '잘 가라'라는 말로 배웅했다는 이성혁은 각자의 성공을 바랐다.
이성혁 자신은 진에어에 잔류하는 것으로 새로운 시즌을 준비했다. 한상용 감독과 뜻이 맞았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한상용 감독님이 남아 있으라고 했어요. 감독님 입장에선 제가 중요하지 않았을까요? 2017년에는 같이 결승전에 가보자는 각오를 다졌어요."
결승 진출에 대한 꿈을 품은 진에어는 톱 라이너 '익쑤' 전익수, 정글러 '엄티' 엄성현, 원거리 딜러 '테디' 박진성과 '레이즈' 오지환, 서포터 '스노우플라워' 노회종을 영입하며 진용을 갖췄다.
이성혁의 말에 따르면 이전과는 달리 '시끄러운 팀'이 됐다고. 장난섞인 불만을 늘여 놓은 이성혁이지만 활발한 분위기가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목소리였다.
◆새로운 스타일의 진에어, 정글러와의 호흡이 중요
2017 시즌 진에어는 '물과 기름'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후반을 지향하는 진에어의 색깔에 속공을 자랑하던 아프리카 프릭스 출신 전익수, 노회종이 잘 녹아들 수 있을까 염려됐기 때문이다. 이에 이성혁은 새로운 선수들의 합류로 기존의 진에어와는 다른 스타일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답했다.
"과거의 진에어는 운영을 효율적으로 못 해서 경기가 늘어졌어요. 지금도 운영에 힘쓰고 있죠. 관전자 입장에서 답답하지 않을 경기를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과는 내셔 남작 오더에서 차이점을 느껴요. 기존 진에어였다면 내셔 남작을 치지 않았을 상황에서 일단 치자는 콜이 나오더라고요. 획득하면 이기고, 뺏기면 지는 상황이 종종 나와요. 일단 부딪히고 깨지면서 맞춰가고 있죠."
이성혁의 가장 큰 걱정은 엄성현과의 호흡이다. 미드 라이너와 정글러의 캐리력이 높아진 메타인만큼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기 때문. 이성혁은 "정글러가 미드 라이너를 자주 버려둔다"는 볼멘소리를 내며 엄성현에게 애정어린 잔소리를 남겼다.
"엄성현이 저를 챙기지 않아요. 저랑 행동을 같이 했으면 좋겠어요. 상위권 팀들과 연습 경기를 하다 보면 정글러가 미드 라이너와 함께 로밍을 가는 상황이 많이 나와요. 그런데 저희는 정글이 바텀에 다이브하는 것을 보고 제가 따라가는 구도가 되거든요. 대화를 많이 해야할 것 같아요."
◆이성혁이 바라는 꿈, 결승 진출과 MVP 1,000점
이성혁은 2017년 팀의 성적과 개인 기록, 두 마리 토끼를 노리고 있다. 이전보다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롤챔스 2017인만큼 현실적인 목표는 중위권이다.
"현실적인 목표는 중위권이예요. SK텔레콤과 kt 롤스터는 일단 올려둬야죠. 그리고 전 개인적으로 ESC 에버가 3위를 차지할 것 같아요. 폼이 많이 올라왔더라고요. 미드 라이너 '템트' 강명구도 잘 하는 선수고요."
욕심을 조금 더 보태자면 결승이다. 롤챔스 2016 서머 결승전을 현장에서 관람했다는 이성혁은 "경기를 보는 내내 두근두근했다"며 "내가 저기에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결승전이 주는 긴장감과 열기는 짐작만 하기엔 아쉬울 정도였다.
팀이 결승전에 올라가기 위해선 결국 미드 라이너인 자신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렇기에 이성혁은 개인 기량과 성적에 대한 목표도 세웠다.
"MVP 포인트를 1,000점 받고 싶어요. 800점이나 900점은 필요 없어요. 오로지 1,000점이요. 제가 잘 하면 받을 수 있겠죠?"
"현재 롤챔스 미드 라이너 중 제 위치는 5등인 것 같아요. 시즌이 끝난 뒤엔 2위까지 올라가고 싶네요. 1위는 그 분이고요(웃음)."
이성혁의 2017년은 이미 시작됐다. 롤챔스 2017 스프링 개막이 코 앞으로 다가왔고, 이 순간에도 이성혁은 동료들과 열심히 합을 맞추고 있다.
"진에어=쿠잔, 쿠잔=진에어인 것 같아요. 진에어가 곧 쿠잔이고, 쿠잔이 곧 진에어죠." 진에어와 운명을 함께한 이성혁. 활주로에 올라선 이성혁과 진에어의 비상을 기대해본다.
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