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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슈퍼 매치가 기성 세대에게 준 기대감

역대급 경기력으로 팬들을 뜨겁게 달군 SK텔레콤 T1(위)와 kt 롤스터.
역대급 경기력으로 팬들을 뜨겁게 달군 SK텔레콤 T1(위)와 kt 롤스터.
지난 4일 대학 동창의 집들이 모임에 참석했다. 대학에서 같은 과를 나온 선후배들과 한 자리에 모였다. 전공은 같지만 사회에서 하는 일은 제각각. e스포츠 기자를 하는 필자를 비롯해 의료 마케팅 담당자, 대기업 건설사 직원, 학원 원장, 한의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생업을 하고 있기에 관심사도 달랐다.

연애와 결혼, 육아부터 현 정국까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던 중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2일 열렸던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 2017 스프링 1라운드 마지막 경기였던 SK텔레콤 T1과 kt 롤스터 경기에 대한 얘기였다.

건설사 직원 : 빅매치는 정말 빅매치더라. 보는 사람 엄청 많던데?
e스포츠 기자 : 네이버에서만 동시 접속자가 12만 명이었죠. 정규 시즌 경기에 그 정도 보는 건 대박이죠.
마케팅 담당자 : 농구랑 배구, e스포츠 중에 사람들이 뭘 제일 많이 봐?
e스포츠 기자 : e스포츠는 한국에서만 보는 건 아니니까 더 많지. SKT랑 kt 경기는 트위치에서도 18만 명이 생중계로 봤으니까 두 쪽 합치면 30만 명이 넘지. 실시간 30만 명이면 작년에 한화 이글스가 연장전 갔을 때 네이버 실시간 동접자랑 비슷한 수치지.
한의사 : 스타1 때는 중계 진짜 많이 봤는데 롤도 잘 된다고 하니까 한 번 봐야겠다.
학원 원장 : 말도 마라. 중고등학생들한테 롤 인기 엄청 나다. 수업 시작하기 전에 수다 떠는 내용이 다 그 얘기야.
e스포츠 기자 : 엊그제 경기했던 대단한 팀들이 5일에 또 붙으니까 봐봐. 롤을 잘 몰라도 재미있을거야.

5일 경기를 보라고 추천하면서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가 마무리됐고 다른 주제로 화제가 전환됐다.

e스포츠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으로 이런 대화는 반갑기 그지 없다. 필자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기에 주제를 잡아준 것이기도 하겠지만 e스포츠에 대해 자연스레 알릴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어떤 분야든 마찬가지겠지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빅 이슈가 관계자들에게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SK텔레콤과 kt의 경기도 정규 시즌에 편성된 매치업 가운데 하나로 치부될 수도 있다. 요즘처럼 대형 이슈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펑펑 터지는 시점에 e스포츠는 시쳇말로 '아웃 오브 안중'이기 쉽다.

SK텔레콤과 kt의 경기가 화제가 됐던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경기 내용이 최정상급이었기 때문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은 이들의 경기에 해당되지 않았다. 밴픽부터 시작된 치열한 눈치 싸움은 서로 필살기 챔피언을 꺼내면서 불이 붙이 시작됐고 2세트에서 kt 허원석의 제드에 당했던 SK텔레콤 이상혁은 3세트에 제드로 복수전을 성공시켰다.

5일 재대결에서도 kt는 탈론으로 승부수를 걸었고 심지어 톱 탈론으로 변형시키는 작전까지도 구사했다. 선수층이 두터운 SK텔레콤은 선수 교체를 통해 이를 막아내면서 두 번의 명승부를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SK텔레콤과 kt라는 최고 팀들이 펼친 명경기는 e스포츠에 큰 관심이 없던 40대 초반의 남성들에게 잠시나마 이슈가 됐다. e스포츠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세대가 화제로 올릴 정도의 일들이 자주 벌어진다면 e스포츠는 어떤 세대라도 팬으로 만들 수 있다.

제2, 제3의 슈퍼 매치들이 만들어지면서 임요환, 홍진호에서 관심이 끊어진 기성 세대들에게도 새로운 대세 콘텐츠로 자리잡길 기원해본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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