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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LoL의 김연경' 김태일의 무모하지 않은 도전

페네르바체가 김태일을 영입했을 때 환영의 뜻을 밝힌 배너.
페네르바체가 김태일을 영입했을 때 환영의 뜻을 밝힌 배너.
중국을 제외한 세계 모든 지역의 리그 오브 레전드 리그가 포스트 시즌에 돌입했다. 일본이 가장 먼저 우승팀을 배출하면서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할 팀이 나왔고 다른 지역들도 속속 출전자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프로즌' 김태일이 뛰고 있는 터키의 리그 오브 레전드 윈터 리그도 한창 포스트 시즌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주 6강 플레이오프가 마무리됐고 김태일이 속한 페네르바체는 HWA 게이밍을 3대2로 제압하면서 극적으로 4강에 진출했다.

지난 9일 페네르바체는 터키 리그에서 최강이라 꼽히는 슈퍼매시브 e스포츠를 상대로 4강전을 치렀다. 슈퍼매시브는 터키 윈터 리그에서 10승2무2패를 기록하면서 다른 팀들과의 격차를 엄청나게 벌렸고 일찌감치 당당히 1위를 차지한 팀이다. 2016년에도 터키 리그를 제패한 뒤 인터내셔널 와일드 카드 선발전을 통해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에 나서기도 했다.

4강전에서 김태일은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1세트에서 오리아나를 가져간 김태일은 슈퍼매시브의 집요한 중단 공격을 침착하게 받아내면서 3킬 2데스 1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김태일이 버텨준 덕에 하단과 상단이 활발하게 활동했고 페네르바체는 1세트를 17대6이라는 큰 스코어 차이로 잡아냈다.

2세트 분위기도 좋았다. 질리언을 택한 김태일은 초반부터 킬을 쓸어 담으면서 7킬 1데스 1어시스트로 급성장했다. 엄청난 화력을 보유했던 김태일이지만 동료들이 승리에 대한 조급증을 보인 탓에 대신 살려주다가 본인이 잡혔고 뒷심이 달리면서 10대14로 역전패를 당했다.

3, 4세트는 허무하게 무너졌다. 3세트에서 카사딘을 가져갔지만 킬을 내지 못하면서 성장에서 뒤처졌고 4세트에서는 오리아나로 재기를 노렸지만 이미 몸이 풀린 슈퍼매시브의 조직적인 플레이에 막히고 말았다.

김태일의 도전은 4강에서 멈춰 섰지만 의미가 있다. 세계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의 주류라 할 수 있는 한국 무대에서 주전으로 뛰었던 김태일은 2017년 터키 리그로 넘어가겠다는 독특한 결정을 내렸다. 북미나 유럽에서 뛸 수 있는 기회도 있었지만 김태일은 페네르바체가 내놓은 제안을 받아들였고 챔피언스 코리아에서 뛰던 선수로는 처음으로 터키 무대에 발을 들였다.

김태일이 터키 리그를 택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많은 LoL 팬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뛸 수 있는 북미와 유럽의 유혹을 뿌리치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 페네르바체는 두 가지 장점을 내세워 김태일의 마음을 움직였다. 페네르바체가 여러 종목의 스포츠를 다루고 있는 빅 클럽이고 e스포츠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내비쳤고 소속 배구 팀에서 뛰고 있는 김연경의 사례를 들면서 김연경처럼 페네르바체 LoL 팀의 핵심 선수가 되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 결과 김태일은 페네르바체의 유니폼을 선택했다.

인크레더블 미라클 시절부터 지도했던 강동훈 감독은 김태일이 마음 고생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리치' 이주원과 함께 뛰고 있지만 다른 선수들과의 의사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초반에 엄청나게 패했을 때 힘들어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태일은 팀에 어우러지기 위해 노력했고 윈터 시즌 막바지에 2승2무를 거두면서 페네르바체는 전체 5위로 포스트 시즌에 올라갔다.

윈터 시즌에 보여준 김태일의 활약은 터키 리그에서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팀 성적이 저조했음에도 불구하고 터키 리그 베스트 파이브에 최고의 미드 라이너로 선정되면서 한국에서 온 'LoL 김연경'으로서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터키 윈터 리그 포스트 시즌 4강에서 페네르바체가 탈락하면서 김태일을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에서는 볼 수 없다. 하지만 김태일이 트위터를 통해 밝힌 '페네르바체를 사랑하기에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글의 뜻을 이어간다면 월드 챔피언십 무대에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오자 수정했습니다. 정확한 지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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