뿐만 아니라 중계 시 선수들의 얼굴 노출도 없다. 오프라인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카메라는 부스 안을 비추지 않는다. 인터뷰에 나서는 소수의 선수들만이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얼굴을 가리기 위한 마스크 착용도 가능하다.
레이디스 배틀이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그간 여성 선수에 대한 외모 비하가 빈번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실력이나 대리 의혹 여부와는 하등 상관없이 외모 비하가 지속돼온 것이다. 여성 선수의 외모가 맘에 들면 드는 대로 희롱하고, 맘에 들지 않으면 비하한다.
최근 진행 중인 서든어택 챔피언스 리그 여성부 경기에서도 선수들의 외모를 비하하는 채팅이나 댓글들이 넘쳐나고 있다.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천박한 말들이다. 외모 비하를 당하는 것은 남성 게이머들도 예외는 아니지만 여성 게이머들에 대한 비하는 그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다.
외모 비하는 선수만 향하지 않는다. 중계 카메라에 잡히는 팬들도 외모 지적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여성팬들은 어느 순간부터 카메라가 자신을 비추면 화면이 전환될 때까지 치어풀로 얼굴을 가리거나 고개를 파묻게 됐다. '외모 평가 콘텐츠'가 중계되는 그 순간에만 소비되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이미지 캡처를 통해 인터넷 이곳저곳을 떠도니 더욱 큰 문제다. 장난으로 생각한 사람이야 일회성이겠지만, 피해 당사자에겐 상당히 오랜 기간 피해를 준다.
타인의 외모에 대한 평가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생각하는 것은 자유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을 밖으로 내뱉는 순간 얘기는 달라진다. 특히 당사자가 그 의견을 접할 수 있는 공간에서 표현하는 것은 엄연한 폭력이다.
이 같은 행태를 아무리 지적하고 계도해봐야 나아지는 것은 없다. 남의 외모를 쉽게 평가하고 악플을 다는 이들은 자신들이 카메라에 잡힐 일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기 때문이다. 대중 앞에 설 용기도 없고, 방구석에서 키보드만 두드리느라 오프라인으로 나와 응원할 열정조차 없어서다. 집에는 그 흔한 거울 하나 없는 듯하다.
실명으로 운영되는 페이스북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배경을 공개한 채 욕설을 하며 싸우고 있다. 그나마 자신의 얼굴을 프로필로 하고 있어서인지 타인에 대한 외모 지적은 다른 커뮤니티나 포털 사이트에 비해서는 크게 눈에 띄지 않는 편이다.
선수들에 대한 외모 비하를 줄이려면 페이스북처럼 얼굴 인증을 하고 댓글을 달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만 하는 것인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오죽했으면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도록 했을까. 악플러들은 비겁한 짓을 멈추지 않을 것이기에 명확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단 한 명이라도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봤으면 하는 바람으로 금주의 기자석을 마친다.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