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크레더블 미라클, kt 롤스터에서 별다른 빛을 보지 못한 이동근은 2016년 6월 유럽 LoL팀 미스피츠로 이적했다. 이제 막 유럽 LoL 챌린저 시리즈에 승격한 팀. 이적 소식에 많은 팬들은 '이동근은 유럽 2부 리그에서 활동하기엔 아까운 인재'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의 알리스타와 쓰레쉬 플레이가 상당한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많은 우려 속에 미스피츠로 이적한 이동근은 '재능에 걸맞지 않은 팀'을 자신의 재능으로 끌어 올렸다. 유럽 LoL 챔피언십 시리즈(이하 LCS) 2016 서머에 승격하고, 이후 1년 만에 LoL 월드 챔피언십 티켓을 따낸 것이다. 2부 리그 팀을 월드 챔피언십까지 끌어 올린 원동력은 이동근의 재능이었다.
유럽에서 성공 신화를 이룬 이동근. 그가 한국에 돌아왔다. LoL 챔피언스 코리아 2018 스프링 승강전에서 가까스레 생존한 bbq 올리버스에 말이다.
한국행을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는 이동근은 결심한 뒤 확실한 목표를 세웠다. bbq 올리버스의 공격을 이끌고 싶다는 것, 그리고 팀 성적을 미스피츠처럼 끌어 올리겠다는 것이다.
bbq 올리버스는 한국의 미스피츠가 될 수 있을까. 그 핵심 역할을 맡은 이동근의 포부를 들어봤다.
Q 2018 시즌을 앞두고 bbq 올리버스에 입단했다.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미스피츠를 나오기로 마음먹기 전에 한국에서 뛰고 싶다는 마음이 불씨처럼 살아 있었어요. 그런데 저한테 관심 있는 한국팀이 없을 것 같고, 돌아간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생기더라고요. 대회에서 못하면 영어가 아니라 한국어로 비난을 듣잖아요. 그것을 견딜 수 있을까 싶었죠. 그래서 유럽, 미국 쪽과 연락하고 있었는데 bbq에서 저에게 많은 관심과 배려를 보여주셨어요. 해외 팀 연봉이 더 높았을지라도 bbq 쪽에 마음이 더 끌리더라고요.
Q 미스피츠 소속으로 롤드컵 2017에 진출하고, 올스타에 선정되는 등 많은 명예를 얻었다. 많은 성과를 거둔 유럽을 떠나기가 아쉬웠을 것 같은데.
미스피츠가 저를 원하는지 몰랐어요. 저한테 제안 자체를 하지 않아서요. 그래서 깔끔하게 떠났고, 다른 팀을 알아봤죠. 유럽 리그에 대한 미련보다는 제 능력을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해외에 있을 때, 한국 리그에 대한 불씨가 살아 있었다고 했잖아요. 우선 한국에서 1년 정도 뛰어보자고 결론을 내렸어요. 1년 뒤 결과를 보고 한국에서 더 활동할지, 다시 해외로 돌아갈지 생각하자고요.
Q 유럽에서 1년 넘게 활동했는데, 어떤 점을 배웠나.
한국에서 생활하다가 유럽을 가니 생활이 엄청 자유롭더라고요. 처음엔 '이렇게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잘 될까?' 싶었는데 선수들이 각자 알아서 잘 해요. 그래서 '이 것이 말로만 듣던 해외 문화인가' 하면서 차이점을 많이 느꼈죠. 유럽 사람들의 마인드도 한국인과 달라서, 사람과 문화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Q 유럽 리그와 한국 리그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유럽 리그는 강팀들을 꺾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한국은 강팀들에 대한 벽이 느껴지는 반면 해외는 비빌 수 있는 경기가 꽤 많죠. 그리고 예상 밖의 상황들이 자주 발생해서 경기 내용이 조금 더 재밌는 것 같아요.
Q 팀에 합류하기 전에 bbq의 경기를 많이 봤을 것 같다.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미스피츠가 초기 단계 때 하던 실수가 많이 보였어요. 예를 들어 한 라인이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면 다른 라인은 수비적으로 해야 하는데 두 군데, 혹은 세 군데 다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는 것이죠. 그래서 손해를 자주 보고요. 그런데 또 라인전 능력은 괜찮아요. 개인적으론 희망을 봤어요. 당장 3강, 4강 반열에 들 수는 없어도 근처에 다가갈 수는 있겠구나 하고요.
Q 함께 호흡을 맞출 원거리 딜러 '고스트' 장용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유럽에 있을 때 한국 대회를 자주 보지 않아서 확실히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제가 미스피츠에서 호흡을 맞췄던 'Hans sama' 스티븐 리브와 동갑이더라고요. 그래서 대화는 잘 통할 것 같아요. 일단 저는 별로 걱정하지 않아요. 제가 잘 하면 된다는 생각이라서요.
Q 이번에 '트릭' 김강윤과 함께 입단했다. 김강윤은 '유최정(유럽 최고의 정글러)라는 평가를 받곤 했는데, 상대해봤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유럽 선수들은 기복이 심하고 도박 같은, 확실하지 않은 플레이를 많이 해요. 그런데 김강윤 선수는 상대방을 점점 옥죄더라고요. 천천히 계속 손해를 보게 만들어서 제일 무서운 정글러였어요.
Q 유럽 출신 두 선수가 bbq에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저는 피지컬이 좋은 선수보다는 똑똑한 선수를 좋아해요. 미스피츠에 있을 때도 정글러 'Maxlore' 누바르 사라피안이 말을 많이하고 똑똑해서 좋아했죠. 김강윤 선수도 비슷할 것 같아요. 똑똑한 플레이를 해서 호흡은 괜찮을 것 같아요. 기존에 있던 '보노' 김기범 선수도 솔로 랭크에서 만나면 정말 날라다니거든요. 정글러 두 명 다 느낌이 좋아요.
Q 룬 시스템이 개편되면서 메타가 크게 바뀌었다. 현재 메타와 이동근은 잘 맞는 것 같나.
게임은 재밌어질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이전 메타가 더 좋아요. 지금 메타는 강한 스타일의 챔피언을 고르면 진짜 강하게 가야하고, 단단한 챔피언은 단단하게만 가야 하거든요. 이전에는 비율을 6대4, 5대5로 섞을 수 있어서 유틸성이 좋았어요. 지금은 조금 애매하죠.
Q 현재 메타에서 서포터 역할군이 가장 갖춰야 할 역량은 무엇일까.
어떤 메타든 서포터의 역할은 항상 똑같아요. 포지셔닝을 잘 해야하고, 맵을 잘 읽어야죠. 언제나 기본기가 중요한 역할군이에요.
Q 자신이 bbq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나.
저는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앞장 서서 bbq의 공격을 이끌고 싶어요. 먼저 과감하게 전투도 열고요.
Q bbq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지금까지는 bbq의 성적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낮았던 bbq를 높이 올리고 싶어요. 미스피츠도 굉장히 낮은 곳에서 시작했어요. bbq도 비슷한 느낌으로 올리고 싶어요. 당장 스프링 시즌의 목표는 포스트시즌이에요.
Q 오랜만에 한국 팬들과 만난다.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
한국 리그로 돌아오는 것이 설레는 이유 중 하나는 팬분들 때문이에요. 해외 팬 문화와 상당히 다르거든요. 한국 팬분들이 더 재밌고, 힘이 돼요. 저는 해외에서 활동하던 모습을 그대로 보여드리고 싶어요. 제가 꽤 괜찮게 했다고 생각하거든요(웃음). 실망시키지 않을거예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적에 대해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는데 bbq에서 관심을 가져주시고, 배려를 많이 해주셔서 입단하게 됐어요. 앞으로 열심히 할거예요. 잘 부탁드립니다.
정리=이윤지 기자 (ingji@dailyesports.com)
사진=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