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이 끝난 뒤 김무진은 플래시 울브즈를 떠났다. 플래시 울브즈에서 한 시즌 더 뛸 생각도 있었지만 한국 팀에서 뛰고 싶은 생각이 컸다. 프로 선수가 되기 전부터 꿈에 그렸던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 보려던 차에 한화생명e스포츠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김무진은 계약서에 사인했다. 2017년 유럽에서 시작한 용병 생활을 청산하고 한국에 들어왔다.
MSI와 롤드컵에는 서봤지만 LCK 무대는 처음인 김무진을 만났다.
◆LCK에서 뛰고 싶었다
김무진은 플래시 울브즈 소속으로 엄청난 성과를 냈다. 계약을 연장해도 전혀 모자람이 없는 성과였다. 하지만 김무진은 팀을 떠났다. LCK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2년 동안 용병으로 활동하면서 실력을 키워온 김무진은 가장 수준 높은 리그라고 평가되는 LCK에서 통할지 확인하고 싶었다. 여러 팀들에게서 러브콜이 왔지만 한화생명e스포츠를 택한 것도 이 팀이라면 자신의 색깔을 녹여낼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Q 2016년 데뷔 이래 처음으로 LCK 무대에서 뛸 기회를 얻은 소감은.
A 2016년 다크 울브즈라는 팀에서 활동하면서 챌린저스 코리아에서는 뛰어본 적이 있지만 메이저 무대인 LCK는 처음이다. 2017년 유럽으로 나간 뒤에 2018년 플래시 울브즈에서 괜찮은 성과를 냈다고 생각하고 한화생명e스포츠에서 러브콜을 주셔서 LCK 무대에 설 기회를 잡았다. 크나큰 영광이라 생각하고 개인적으로도 뜻깊다.
Q 플래시 울브즈 시절 인상 깊은 활약을 펼쳤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와 가장 아쉬웠던 경기를 하나씩 꼽아 달라.
A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에 출전했을 때 스카너를 사용하면서 매번 좋은 결과를 보여드렸던 것 같다. 아쉬웠던 경기는 롤드컵 때 패했던 경기들이다. 승과 패를 오가는 결과가 나오니까 선수들이 패할 때마다 압박감을 가지면서 위축됐던 것 같다. 16강에서 제 플레이를 펼치지 못하고 탈락한 것이 가장 아쉽다.
Q 정글러라는 포지션이 동료들과 엄청나게 말을 많이 해야 하는 보직으로 알고 있다. 플래시 울브즈에서 선수들과 어떻게 소통했나.
A 정글러에게는 1초가 매우 중요하다. 라인 습격을 하든, 드래곤 싸움을 하든 시간을 정확하게 맞춰서 들어가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래서 동료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눠야 한다. 플래시 울브즈에 들어오기 전에 유럽 팀인 레드불스에서 뛰었기에 영어로 의사 소통이 가능했지만 LMS 선수들이 영어를 거의 쓰지 않아서 중국어를 배워야 했다.
Q 중국어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
A 외국팀에서 2년 동안 생활하는 동안 언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게임을 잘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동료들과 이야기가 잘 통해야만 진짜 한 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팀에서도 통역사를 붙여줬고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게임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브리핑할 수 있는 능력은 갖췄고 일상 생활에서는 음식점에서 먹고 싶은 것을 주문할 정도는 가능했다. 하지만 중국어로 완벽하게 의사 소통을 할 수는 없어서 특이한 상황이 발생할 때에는 완벽하게 알아듣고 대처하지는 못했던 것 같아 아쉽다.
Q 플래시 울브즈에서 좋은 성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팀을 나온 이유는.
A 이 팀에서 한 시즌을 더 뛰었어도 LMS에서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을 것이다. 동료들이 워낙 훌륭했다. 롤드컵이 끝난 이후 다른 팀에서, 특히 LCK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내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생각했고 LCK 팀에서 뛰면서 경쟁하고 싶었다.
◆한화생명에 녹아들겠다
김무진이 스스로 이야기한 자신의 장점은 남을 돋보이게 하는 능력이다. 용병으로 뛰었던 시기에는 팀이 '하드 캐리'를 원했기에 열심히 킬을 챙기기도 했지만 자신이 추구하는 플레이 스타일은 라이너를 성장시키면서 팀이 이기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숙소에 들어온 첫 날 최고참인 권상윤 덕에 어색함 없이 어울리기 시작했던 김무진은 유럽에서 1년 동안 같은 팀에서 활동했던 박권혁도 한 팀에 있기에 편안하게 한화생명에 녹아들고 있다.
Q 플래시 울브즈를 나왔다고 공식 발표된 뒤 많은 팀들이 김무진에게 러브콜을 보냈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 중에 한화생명e스포츠를 택한 이유가 있나.
A 내가 플래시 울브즈에서 활동하고 있을 때 한화생명e스포츠와 연습 경기를 많이 했다. 상대하면서 실력이 좋은 팀이었고 경기를 즐겁게 한다고 생각했다. 선수들끼리 연습 경기를 하면 온라인 상일지라도 상대 팀 분위기가 자연스레 떠오를 때가 있는데 한화생명e스포츠는 밝고 쾌활하다라는 이미지였다.
Q 실제로 팀에 들어와보니 어떤가.
A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밝은 팀이었다. 최고참인 권상윤 선배가 유쾌한 분위기를 이끌어주시는데 너무나 좋았다. 숙소에 들어온 첫 날 어색할 수밖에 없는데 권상윤 선배가 MC를 자처하면서 선수들과 일일이 인사를 시켜줘서 어색함이라고는 '1'도 없었다.
Q 한화생명 입단이 확정된 뒤 며칠 뒤에 '트할' 박권혁이 영입됐다. 유럽에서 같은 팀으로 뛰기도 했는데 느낌이 남달랐을 것 같다.
A 내가 입단을 결정했을 때만 해도 박권혁에 대해 들은 바가 전혀 없었다. 비밀에 부치셨든지 이후에 영입을 진행한 것 같다. 2017년 유럽으로 넘어가서 레드불스에 들어갔을 때 한국 선수가 1명 더 있다고 했는데 '트할' 박권혁이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이 팀에서 만날 줄은 몰랐다. 그 때 나는 미드 라이너와 정글러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자원이었고 포지션이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박권혁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정글러를 맡는 것이 팀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조언해준 덕에 지금까지 정글러를 하고 있다.
Q 한화생명에서 만났을 때에는 어땠나.
A 같은 팀에서 만날 줄 몰랐기에 놀라기는 했지만 유럽 팀에서 1년간 같이 뛰었고 리프트 라이벌즈에서도 잠깐 만났기에 엄청 놀라지는 않았다. 숙소에 합류했더니 익숙한 뒷태가 연습하고 있어서 박권혁이겠구나라는 생각만 했다.
Q 밖에서 봤을 때 LCK에서 가장 잘한다고 생각한 정글러는 누구였나.
A 그리핀의 '타잔' 이승용이다. 시즌8 한국 서버 솔로 랭크 1위라고 들었는데 경기를 할 때나 솔로 랭크를 할 때나 다른 정글러와는 차별화되는 점이 있다. 사냥 루트가 챔피언마다 다르고 상황마다 다르며 팀 경기를 펼칠 때에도 똑같은 타이밍에 들어가는 공격이 없다. 솔로 랭크를 보면 자유분방하게 플레이하는 것 같지만 항상 상대 팀 정글러보다 레벨이 앞서 있다. 선구자적인 플레이가 돋보인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Q LCK에서 첫 시즌을 맞이하는데 가장 기대되는 점이 있다면.
A 2019 시즌부터 롤파크에서 경기를 치르는데 이전과는 달리 오픈 부스 형태로 되어 있다. LCK에서 뛰던 선수들은 외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했을 때 오픈 부스를 경험하게 되는데 나는 유럽과 LMS에서 이미 경험한 적이 있다. 차이점을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미 경험해봤다는 점에서 내가 다른 선수들보다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Q 다른 지역에서 뛰던 선수들이 LCK에 들어오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각자 지역에서는 최고의 팀에서 뛰다 보니 패배에 익숙하지 않아서 정신적인 부담을 경험한다고 하는데, 어떨 것 같은가.
A 외국에서 뛰다가 LCK로 들어온 선수들 대부분은 그 지역에서 최고의 성적을 냈기에 영입됐을 것이다. 개인 능력이 뛰어나기도 하지만 팀 승률도 높다. 패배의 경험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LCK에서는 경쟁이 워낙 치열하기 때문에 8~9할의 승률을 유지하는 일은 쉽지 않다. 지는 경기도 많이 나오다 보면 영입된 선수들은 자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할 것 같다. 이럴 때 팀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선수끼리 다투지 않아야 한다. 동료들이 탓하기 전에 자기가 어떤 실수를 범했는지 깨닫고 공유하면 팀워크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그 상황에 빠진다면, 일단 많이 지지 않아야 하겠지만, 정말 만약의 경우에 내 실수를 먼저 이야기할 것 같다.
Q 긍정적인 마인드가 돋보인다. 또 다른 장점이 있나.
A 팀 분위기에 잘 녹아든다. 외국에서 용병으로 생활하다 보니 하루라도 빨리 팀에 녹아들어야만 나도 편하고 동료들이 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성적만 내면 된다는 생각보다는 가족처럼 하나가 되어야만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다. 정글러라는 포지션도 비슷하다. 내가 잘해서 팀이 이길 수도 있지만 라이너들이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플래시 울브즈에 있을 때에는 내가 킬을 많이 가져가면서 공격력을 극대화시킨 적도 있다. 그 때 팀이 나에게 바란 스타일은 '하드 캐리 정글러'였다. 내가 성장해서 정글러 격차를 벌리면서 이기는 패턴을 원했다. 정글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블루 버프가 필요하다고 했다. 내가 블루 버프를 달고 조금이라도 빨리 레벨을 올려 라인 습격을 시도하면 팀이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더니 미드 라이너인 '메이플' 후앙이탕도 흔쾌히 허락해줬다. 이 내용이 와전되면서 이기적이고 자기 중심적이라는 소문이 나기도 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웃음).
◆모두가 행복한 결과 만들고파
용병으로 뛰는 동안 연습만 했다고 자부하는 김무진은 실력을 키워서 LCK 무대에 첫 선을 보인다. 기대하는 팬들을 위해 김무진은 "한국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팀에 들어왔을 때 얼마나 유기적인 플레이가 나오는지 보여주고 싶다"라면서 "한화생명e스포츠에게 첫 포스트 시즌 진출, 첫 롤드컵 진출을 선사하고 싶고 개인적으로는 2018년 롤드컵에서 이루지 못한 상위 라운드 진출까지 해내고 싶다"라고 목표를 밝혔다. 또 "팬들에게는 한화생명e스포츠를 응원해서 행복하다는 느낌을 드리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Q 2017년에는 유럽에서 뛰었고 2018년에는 LMS에서 뛰었다. 용병 경험이 많은데 혹시 외국 진출을 노리는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A 유럽에서 뛸 때나 LMS에서 뛸 때나 나는 한국 생각을 거의 하지 않았다. 시즌 중에 휴가를 받더라도 한국에 나온 적은 없다. 2017년 유럽으로 나갈 때 '실력을 키우기 위해 비행기를 탄다'라고 생각했다. 숙소와 연습실, 경기장만 반복했다. 놀러 밖에 나가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연습에만 매진했다. 플래시 울브즈에서 뛸 때에도 설날이나 명절에 선수들이 휴가를 받아서 고향에 갔을 때에도 나는 연습했다. 훈련해서 기량을 끌어 올리고 팀 성적에 기여하는 것이 용병으로서 인정받는 유일한 길이다. 여기에 언어 능력까지 갖추면 금상첨화다.
Q 그렇게 악에 받친 듯 연습한 이유는.
A 부모님 때문이다. 외국에서 활동할 때 부모님을 초청할 생각을 한 번도 하지 못했다. 유럽에서 뛸 때에는 하부 리그였고 LMS에서 뛸 때에도 부모님을 결승전에 모시지 못했다. 내가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방법은 성적 밖에 없었다. 우리 팀이 이겼다는 소식을 전해드리는 것이 내가 잘 지낸다는 이야기라는 것을 부모님도 잘 알고 계신다. 심지어 롤드컵 때 부모님이 부산으로 내려갈까 물으셨을 때에도 나는 오시지 말라고 했다. 부모님과 식사라도 해야 할텐데 그러면 팀이 연습할 시간을 시간을 나 때문에 뺏길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Q LCK 팀인 한화생명으로 입단했을 때 부모님께서 엄청나게 좋아하셨을 것 같다.
A 한국에서 뛴다고 하니까 좋아하시긴 했지만 그래도 걱정을 많이 하시더라. 내가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고 팬들의 기대에 모자란 플레이를 한다면 비난을 많이 들을 수도 있다면서 걱정하셨다. 내가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기에 비난 듣지 않도록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씀 드렸다.
Q 한화생명e스포츠는 2018년 서머에 포스트 시즌에 오르지 못했다. 개인의 목표와 팀의 목표를 알려 달라.
A 팀과 나의 목표가 같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 1차 목표는 포스트 시즌 진출이고 2차 목표는 롤드컵 진출이다. 플래시 울브즈 소속으로 지역 우승과 함께 롤드컵까지 나갔다. 이를 한화생명e스포츠 유니폼을 입고 해내겠다. 팬들로부터 한화생명e스포츠의 팬이어서 행복하다는 말을 듣고 싶다. 팀의 일원으로서는 한화생명e스포츠 팀이 하나가 되는 과정에 일조하고 싶다.
글=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사진=신정원 기자 (sjw1765@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