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을 모아 놓으면서 드림팀이라는 평을 받았지만 호흡이 맞지 않으면 이렇게 무너질 수도 있다는 좋지 않은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높았다. 원거리 딜러 '테디' 박진성을 제외한 4개의 포지션에 선수들을 모두 바꿔 투입했지만 실패를 거듭하던 SK텔레콤은 6월 27일 kt 롤스터를 상대로 2대0으로 이기면서 페이스를 되찾았다. 지난 8월 3일 아프리카 프릭스와의 대결까지 9연승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SK텔레콤은 불과 한 세트밖에 내주지 않았고 세트 마진 +17을 기록했다.
9위까지 처졌던 SK텔레콤이 9연승을 달리는 동안 상위권에서는 난전이 벌어졌다. 1라운드까지는 그리핀과 샌드박스 게이밍이 어깨를 나란히 했지만 리프트 라이벌즈 이후 그리핀이 3연패를 당하면서 주춤했고 담원 게이밍이 치고 나왔다. 7주차에 샌드박스 게이밍을 제쳤고 진에어 그린윙스를 2대0으로 가볍게 잡아낸 담원은 가장 먼저 10승 고지에 올라섰으나 8주차에 아프리카에게 발목을 잡혔고 지난 4일에는 한화생명e스포츠에게 충격의 0대2 완패를 당했다. SK텔레콤 T1이 9위에서 1위가 된 순간이었다.
◆모든 선수가 '캐리'한다
지난 7주차에서 천적인 그리핀을 꺾고 난 뒤 SK텔레콤 김정균 감독은 연승을 통해 선수들이 확실하게 달라진 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전까지는 한두 명의 슈퍼 플레이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제는 누구든지 팀의 승리를 캐리할(이끌) 수 있는 전력이 갖춰졌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말에는 스프링 우승을 차지할 때와 비슷한 패턴이 나오고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름값만 놓고 봤을 때 국가 대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의 선수들을 모았던 SK텔레콤은 스프링 초기에도 승과 패를 오가면서 흔들렸다. 하지만 정규 시즌 막판 5연승을 달리면서 자리를 잡았고 포스트 시즌에서는 킹존과 그리핀을 만나 한 세트도 내주지 않으면서 우승을 확정지었다.
서머 시즌에서 5연패를 당하는 동안 SK텔레콤은 주전이 바뀌었다. 스프링에서는 서포터로 '마타' 조세형이 주전으로 활동했지만 지금은 '에포트' 이상호가 그 자리를 꿰찼다. 1명이 바뀌었지만 공백이 느껴지지 않았고 버틸 때는 더욱 탄탄하게, 공격할 때에는 더욱 예리하게 파고 들고 있다. 주전 라인업에 변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선수가 캐리할 수 있을 정도로 기량이 올라왔다는 뜻은 SK텔레콤이 완벽하게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다는 의미다.
◆위기에 빠진 킹존
서머에서 내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킹존 드래곤X는 7주차와 8주차에서 전패를 당하면서 7위까지 순위가 내려갔다. 7주차에 한 경기만 치렀던 킹존은 아프리카 프릭스와 화끈하게 주먹을 주고 받았지만 3세트에서 패했다.
8주차에서 설욕을 노렸지만 상대가 너무나 강했다. 1일 SK텔레콤을 상대한 킹존은 20분대 후반까지 대등하게 경기를 풀어갔지만 최후의 일전에서 밀리면서 0대2로 무너졌고 4일 샌드박스 게이밍과의 대결에서도 극렬하게 저항했지만 0대2 패배를 막을 수 없었다.
2주 동안 승리를 얻어가지 못한 킹존은 8승7패, 세트 득실 +1로 7위까지 내려 앉았다. 남은 경기를 다 가져갈 경우 11승7패를 바라볼 수 있지만 세트 득실에서 6위인 아프리카보다 4점이나 뒤처지기에 자력으로 5위 입성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kt와 한화생명 "니가 가라, 승강전"
8주차에서 재미있었던 양상은 kt 롤스터와 한화생명e스포츠의 탈승강권 싸움이었다. 2일 맞대결을 벌였던 두 팀의 승부는 kt의 압승으로 끝났다. 페이스나 기세로 봤을 때 한화생명이 우위일 것이라 예상됐지만 뚜껑을 열었더니 일방적으로 kt가 앞섰다. 1세트에서 '프레이' 김종인의 카이사가 펄펄 날면서 22분 만에 승리한 kt는 2세트에서는 44분 동안 쉴 시간도 없이 킬을 주고 받았고 막판 집중력을 살린 kt가 승리하면서 8위로 올라섰다.
승강전 탈출 경쟁을 펼치고 있던 kt에게 완패를 당한 한화생명은 당시 1위였던 담원 게이밍에게 화를 풀었다. 4일 담원과의 경기에서 한화생명은 정글러 '보노' 김기범이 가는 곳마다 킬과 어시스트를 만들어내면서 맹활약했고 2대0으로 완파했다. 비록 한화생명이 kt보다 1패가 더 많기에 순위를 뒤집지는 못했지만 남은 경기가 더 많은 kt가 더 위축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남윤성 기자 (thenam@dailyesports.com)
*오자 수정했습니다.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