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담원 : FPX의 초반 두 가지 공격을 막아낸 Canyon의 와드 신의 한 수
롤드컵 우승팀 간의 대결로 메인 스테이지 첫날 경기 중 가장 주목받는 경기입니다. 두 팀의 경기는 밴픽부터 볼 만했습니다. 이날 한국팀 경기 밴픽에서 유미가 세 경기나 나왔습니다. 그중 블루팀일 때는 1픽으로 가져온 것을 보면 적어도 한국 팀들은 유미의 티어를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유미는 초반 라인 전만 잘 버티면 중반 이후 캐리력은 보장하는 챔피언입니다. 그리하여 많은 팀이 선픽 유미를 상대로 노틸러스를 뽑았습니다. 딥롤(deeplol.gg)의 데이터에 의하면 LCK, LPL, LEC 3대 리그의 선픽 유미는 202경기 중 43.56% 승률을 보여주지만, 카운터라고 생각되는 노틸러스 전 승률은 오히려 52.1%를 기록했습니다. 유미vs노틸러스 매치는 초반에 미드-정글을 동반한 바텀 다이브를 성공하느냐가 매우 중요한 매치입니다. 그래서 Doinb 선수도 레드 5픽으로 포식자 갈리오를 가져온 것으로 보입니다.
▶FPX의 아쉬운 커뮤니케이션
2분 8초 Nuguri 선수는 탑 삼거리 부쉬에 와드가 설치됐다고 찍어줍니다. 하지만 Tian 선수는 3분 8초에 그 와드를 그대로 지나갑니다. 사소하다면 사소할 수 있지만 상대가 담원이고 제이스를 픽했기에 사소하지 않았습니다.
▶Canyon 와드 신의 한 수
이를 통해 담원은 Tian의 자르반 동선을 감시할 와드로 시야 벽을 바텀라인에 쌓아 올렸습니다. 서로 정글의 위치를 완전히 파악한 상태로 바위게를 나눠 먹는 구도인 것은 당연한 상황입니다. 차이는 다음 장면에서 벌어집니다. Canyon 선수의 트런들이 상대 블루 정글의 물망초를 터트리며 시야를 밝힙니다. FPX 입장에서는 블루 버프 쪽에 정글 와드가 설치됐다고 생각하기 딱 좋은 상황입니다.
▶와드 한수로 FPX의 변수 창출 무력화
탑, 미드 2텔을 들고 바텀을 터트려야 하는 FPX이기 때문에 Tian의 자르반은 귀환 후 렌즈가 아닌 와드 장신구를 그대로 들고 옵니다. 그리고 블루 버프 쪽에 와드를 설치했다고 핑이 찍히면서 자르반의 동선은 완전히 꼬이고 담원의 손에 놀아납니다. 이후 벌어질 제이스 점멸 빼기, 그레이브즈의 갈리오 로밍 회피, 르블랑의 환상적인 킬 까지 이어집니다.
▶정복자 롱소드 르블랑?
이번 경기에서 ShowMaker 선수의 롱소드 + 정복자 르블랑을 통하여 갈리오를 압박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초반 라인 주도권을 상대에게 준 상태에서 경기하는 것은 Doinb 선수가 많이 겪어본 상황이었던지 크게 말리지 않고 2단계 장화를 살 수 있는 돈을 모아 빠른 귀환을 합니다. 체력과 마나가 여유 있는 상태에서 귀환한 것으로 보아 미드가 가장 빠르게 6레벨을 찍을 수 있는 5분 30초에 선 푸쉬+선 6레벨을 통해 포식자 로밍을 노린 겁니다. 첫 중간템을 950원짜리 신발을 가는 갈리오와 1300원짜리 양피지를 가야하는 르블랑은 첫 귀환 타이밍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필살기는 위의 와드 하나로 담원 입장에서는 손쉽게 예측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독자분들의 이해를 위하여 직접 CS 28개로 5분에 950원이 모이는지 실험한 스크린샷을 첨부합니다.
2. 한화 - 서폿 차이
Fnatic의 브라움을 동반한 1레벨 설계와 Bwipo의 창의적인 견제로 WIller의 리신이 초반에 많이 불리하게 시작합니다. 게다가 Chovy의 야스오가 첫 킬을 내주고 양쪽 바위게까지 뺏기고 시작하면서 주도권을 주고 말았습니다.
Vsta의 좋은 움직임은 전령 하나에서도 이어집니다. 한화의 조합은 야스오와 케넨을 어떻게 상대 딜러 챔피언에게 붙게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Vsta 선수는 점멸이 없는 그레이브즈를 정확히 띄워 야스오가 궁극기로 진입할 수 있도록 해주고, 뚜벅이인 라이즈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좋은 위치에 궁극기를 설치해 서포터 혼자서 두 딜러를 모두 무력화시키는 훌륭한 플레이를 해냅니다. 한화는 초반 불리함을 전령 한 타로 역전해내며 이후 흐름은 편안하게 승리해냅니다.
3. 젠지의 초반 설계 능력
젠지의 LNG전은 Bdd의 창, Rascal의 방패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특히 Bdd와 Rascal의 초반 설계는 평가받을 만 합니다. 젠지 경기는 이 퍼스트 블러드 설계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2분 45초 : 1~2렙 구간에서 레넥톤은 그웬에게 라인이 밀립니다. 점멸이 없는 그웬을 상대로 종종 신짜오가 갱킹을 올법도 했기 때문에 리신도 빠른 탑 동선을 밟았습니다. 하지만 레넥톤이 작정하고 방패를 들겠다는 콜이 나왔는지 신짜오는 안심하고 바텀으로 내려가는 모습입니다.
3분 40초 : 이제부터 젠지의 설계가 시작됩니다. 라인을 한 번 밀린 레넥톤이 빅웨이브를 쌓아서 밀 차례입니다. 그러자 Bdd의 조이가 상대 진영 칼날부리 정글에 와드를 설치하고 Life의 레오나가 돌거북 정글에 와드를 설치했습니다.
3분 55초 : 미니맵에 3개의 핑이 순서대로 찍힙니다. “리신이 칼날 부리에서 돌거북 지역으로 내려가고 있다”, “탑 빅 웨이브 쌓고 있고 곧 타워에 박히니 다이브 치자”
Bdd의 조이가 상대 Icon의 사일러스를 먼저 귀환을 시켰기 때문에 Icon은 미드로 텔포 귀환을 탔지만, Bdd는 탑 다이브 찬스를 놓치지 않습니다. 만약 이 킬 타이밍을 놓쳤다면 그웬의 성장이 앞당겨 지면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경기였다고 봅니다. 하지만 설계를 완성 짓는 두 선수의 완벽한 호흡으로 잘 큰 조이는 게임내내 상대를 압박하고, 레넥톤은 그웬을 키워야만하는 공격적인 움직임을 잘 흘리면서 경기를 무난히 가져왔습니다.
4.전력 격차 확실히 보여준 T1
T1은 DFM과 확실한 체급 차를 그대로 보여주며 손쉬운 경기를 치렀습니다. 모든 면에서 앞섰기에 T1 경기 요약은 Oner 선수의 멋진 플레이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롤드컵 한국팀들은 어느떄보다 신구 조화가 잘되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코치, 선수들 사이에서 재능 있는 선수라 하면 들어가야 할 때 들어갈 줄 아는 것을 중요한 덕목으로 보고 있습니다. Oner의 오늘 플레이는 그 부분에 딱 맞지 않나 생각합니다.
다음 경기에서 여러분들이 재미있어하실만한 콘텐츠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데일리e스포츠는 2021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서 '조이럭' 윤덕진 e스포츠 데이터 분석 전문 기업 ‘게임아이(GameEye)’ 대표가 참여한 기획 기사를 제공합니다.
윤덕진 대표는 리그 해설, 분석가, 코치, 에버8 위너스 대표 경험이 있으며 현재는 부트캠프, 선수이적, 다양한 교육 현장에서 활동 중입니다. 현재 AI 석박사 연구진과 함께 빅데이터·인공지능(AI) 기반 롤 전적검색 서비스 '딥롤 (deeplol.gg)'을 베타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으며, e스포츠 데이터 분석 플랫폼 '딥롤프로(pro.deeplol.gg)'를 통해 국내외 팀들과 협업하고 있습니다.
김용우 기자 (kenz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