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이 10일 오후 10시 30분 온라인으로 '뱅' 배준식과 '울프' 이재완의 은퇴식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나진 실드, 제닉스 블라스트를 거쳐 2013년 SK텔레콤 T1에 입단한 배준식과 나진 실드, 전남과학대를 거친 이재완은 2018년까지 팀의 바텀 라인을 책임졌다.
배준식과 이재완이 활동했던 SK텔레콤 T1은 2015년부터 2연속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2017년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인텔 익스트림 마스터즈(IEM) 시즌10 월드 챔피언십 우승, LCK(2015년에는 챔피언스 코리아)서는 네 번이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왕조를 구축했다.
배준식과 이재완은 행사 전 인터뷰서 "고향 같은 곳에서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며 "프로게이머를 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은퇴식을 진행하게 됐다. 소감은?
이재완 : 일단 은퇴한 지 만 3년째다. 사실 '이제 와서'라는 느낌이 강하지만 같이 챙겨줘서 기분 좋다.
배준식 : 은퇴하고 나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다. 잘 마무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돼 기쁜 마음이다. 통쾌, 상쾌하다.
- 은퇴식을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으로 하게 됐다.
이재완 : 팬 여러분과 소통하는 게 재미있고 즐거울 거 같다. 온라인이지만 채팅 등을 통해 소통할 예정이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거 같다.
배준식 : 시즌 후 인터뷰라든가 새해가 된 뒤 하는 인터뷰서 기자님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팬 분들과도 팬 미팅 등 여러 이벤트가 있었다. 만남의 재미가 있었지만 그런게 사라져서 아쉽다. 그래도 건강이 최우선이다. 코로나19 시국이 시작된 지 많은 시간이 흘렀다. 온라인으로 하는 게 아쉽지만 익숙해진 상황이다.
- 언제 은퇴를 결심하게 됐나.
이재완 : 은퇴한 지는 좀 됐다. 2019년에 은퇴했는데 당시 해외 생활을 하면 정신적으로 괜찮을 거 같았다. 그렇지만 터키서도 힘든 일들이 많아서 이제는 놔줄 때가 됐다는 생각을 했다. 터키서 생활하는 내내 생각했던 거 같다.
배준식 : (이)재완이가 저보다 일찍 했지만 은퇴하기 2~3년 전부터 같은 시대에 있었던 선수들이 떠나는 걸 보면서 자연스럽게 나도 은퇴를 할 수 있겠다고 느꼈다. 그런 상황서 지냈고 병역의 의무 때문에 2022시즌에는 못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준비를 잘해야 하며 잘 보내줘야겠다는 마음이었다.
- 프로 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이재완 : 방송을 오래 하다 보니 팬들이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당시 경기와) 비슷하다는 말을 종종 해줬다. 제 기준으로는 EDG전 라칸 경기(2017년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 MSI 때 자이라(2017년 MSI 결승전)를 한 게 기억이 남는다.
배준식 : LoL 경기를 할 때 많은 것이 기억나지 않고 단편적인 것만 기억이 난다. 큰 경기, 의미 있는 경기서 승리한 것도 단편적인 기억으로 남아있지만 저는 팬 분들이 영상으로 보내주는 거. 저와 관련된 게시물이 있을 때 올라오는 짧은 경기 영상이 기억이 많이 남는다. 많은 경기를 했고 의미있는 경기도 많아서 특별하게 기억나는 건 없다.
- 프로게이머를 잘했다고 생각했을 때는 언제인가?
이재완 : 매년 느끼는 거지만 연봉 재계약을 했을 때와 연봉이 올랐을 때 프로게이머를 잘했다고 생각했다.(웃음) 프로를 데뷔하고 나서 지금까지 삶의 목표가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자'였다. 프로게이머를 한 뒤 후회한 적은 없다. 마지막에 아쉬웠던 점은 있었다. 예를 들어 정신 건강적인 이슈가 없었으면 어땠을까. 18년 정글러로 나갔을 때 연습을 더 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은 있지만 후회는 없었던 거 같다.
배준식 : 유명인을 만났을 때 다른 직업보다 살짝 특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프로게이머를 했기에 이런 게 있겠지라는 생각도 해봤다. 내가 잘했다기보다 (은퇴식 같은 걸 할 때)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과 다르며 경력 덕분에 특정 일을 할 수 있을 때 프로게이머를 하기 잘했다고 생각했다. 사람 성향마다 다를 건데 프로게이머를 한 것에 대해 후회를 한 적은 없다. 프로게이머를 한 덕분에 만난 소중한 인연이 많다. 프로게이머를 했기에 주위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런 걸 많이 느낀다.
- 고마웠던 사람을 꼽는다면?
이재완 : 김정균 감독님이다. 지금의 자리를 만들어준 사람이다. 언제나 인 게임, 인격적으로도 도움을 많이 준 분이다. 둘 다 김정균 감독님을 꼽지 않을까 싶다.
배준식 : 사실 인 게임적으로도 그렇고 게임 외적으로도 제 자아가 잘 자리 잡을 수 있게 끊임없이 도움만 준 분이다. 헌신적인 사랑, 도움을 많이 느꼈다. 아직도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배울 점이 있는 분이다.
- 프로게이머가 아니라면 해보고 싶었던 일은?
이재완 : 최근 2년간 살면서 해보고 싶은 걸 거의 다 했다. 딱히 해보고 싶은 건 크게 없다. 은퇴하기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19가 없다 보니 당시에는 PC방 창업을 해보고 싶었다. 만약에 코로나19가 끝난다면 PC방 창업을 해서 개인방송이나 이벤트 등을 해보고 싶다.
배준식 : 학교 다닐 때 입시 목표가 육군사관학교였다. 군 장교가 되고 싶었다. 뭔가 사람을 관리하고 도와주는 일을 한번 해보고 싶었다. 지금도 프로게이머가 안 됐다면 해보고 싶었을 거다.
- 향후 코칭스태프를 해보고 싶은가?
이재완 : 계약 종료가 11월 말까지든가... 여러가지 장치를 깔아놨지만 지금의 생활이 굉장히 행복하며 승패가 있는 삶보다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기에 아직까지는 생각이 없다.
배준식 : 저도 아직까지는 생각이 없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코칭스태프가 하는 일들을 많이 봤다. 은퇴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하고싶지는 않다. 병역 의무가 있지만 일은 계속하고 싶은 사람이기에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될지 모를 거 같다. 그래서 11월 전 전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크게 생각은 없다. 하고 싶을 수 있을 거다. 재미도 있겠지만 스트레스도 심할 거 같다.
- 프로시절 가장 까다로웠던 팀과 선수는 누구인가?
이재완 : 개인적으로 '마타' (조)세형이 형이 어려웠다. 게임의 승패와 상관없이 시야적인 플레이서 저희를 껄끄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장점이 저에게 큰 도움이 됐다. '마타' 형도 그렇지만 '데프트' 선수도 마찬가지였다. 뒤에 서포터가 있는 연기를 잘해서 곤란했던 적이 있다.
배준식 : 팀으로 생각한다면 락스 타이거즈일 거다. 저희가 가장 잘할 때 경계하던 팀 중에 하나라서 까다로웠던 기억이 있다. 선수들 경우에는 너무 많고 시즌을 한 번 할 때 몇 개월을 한다. 스크림을 하더라도 주차에 따라 선수들의 폼이 왔다 갔다 한다. 아무래도 오랜 시간 겨뤘던 선수는 '프레이' 형, '데프트'였지만, 메타, 폼에 따라 다르기에 한 명을 꼽는 건 힘들다.
- 나를 있게 해준 고마운 챔피언은?
이재완 : 개인적으로 여러 개를 꼽고 싶지만 가장 고마운 챔피언이라면 '알리스타'일 거다. 굉장히 자신감도 있었고 실제로 플레이도 많이 했다. 알리스타를 할 때 가장 마음 편안하게 플레이했다.
배준식 : 생각나는 챔피언이 많다. 엄청 잘했던 챔피언도 있었고 자신 있던 챔피언이 있었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챔피언에 포커스를 둔다면 프로게이머를 하게 된 계기가 된 '그레이브즈'일 거다. 전 라인에서 다양한 챔피언을 했는데 원거리 딜러서는 그레이브즈를 많이 했다. 당시 선수들도 저를 원거리 딜러로 추천해줬다. 많은 챔피언을 잘해서 다 고맙지만 원거리 딜러의 시작은 그레이브즈였다.
- 같이 은퇴식을 하게 된 소감을 들려달라.
이재완 : 은퇴식을 열어준다고 했을 때 거절을 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좋은 자리가 만들어져서 T1, 배준식 전 선수에게 감사하다. 겸사겸사 셰프 님께서도 특식을 마련해줬다. 모두에게 고맙다.
배준식 : 사실 제가 SK텔레콤 T1을 떠난 지 3년이 조금 넘었다. 항상 마음의 고향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은퇴를 하고 난 뒤 고향 같은 곳에서 마무리할 수 있어서 기분 좋다.
- 본인을 동경해서 프로게이머 된 선수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이재완 : 굉장히 어려운 이야기다. 많은 선수들이 있었고 은퇴한 뒤 잊혀진 선수들도 많았다. 여러 가지 힘든 순간이 많을 거로 생각한다. 데뷔한 선수들을 기준으로 말한다면 힘든 순간이 많을 건데 눈 감고 귀 닫고 자기 할 거만 잘하면 보다 나은 커리어를 쌓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이 얼마나 노력하는가 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보니 운도 여러 가지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좋은 조언은 눈과 귀를 닫고 자기 할 거만하면 기회는 올 거다.
배준식 : 열과 성을 다해서 하는 노력은 프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당연한 거다. 프로게이머가 반복되는 증명의 장이라서 꾸준한 기량을 선보여야 하며 그런 걸 토대로 증명해서 기회를 잡아야 한다. 최대한 잘해서 그런 걸 동료 선수들이나 팀들이 알게 되면 좋은 기회가 올 것이다. 기회를 토대로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환경, 팀에서 계속 커리어를 이어나가는 게 중요하다.
- 즐거웠던 순간은?
이재완 : 워낙 많지만 가장 짜릿하고 만족감을 준 순간은 연봉 협상할 때다. 어떻게 보면 프로게이머가 계약을 하고 나서 여러 가지 불만 사항, 힘든 일이 있어도 묵묵히 연습한다. 그것을 연봉협상으로 보상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순간이 가장 희망차고 즐거웠던 순간이다.
배준식 : 항상 말하는 거지만 우승하고 난 뒤 다 같이 여행을 갔을 때다. 정신적으로 부담 없고 잘 쉴 수 있는 기간이었다. 그때가 가장 즐거웠다. 잠깐이라도 게임에서 떠나 리프레시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너무 즐거웠다. 이동하는 동안 순간 등 매 순간이 재미있었다.
- 감사의 인사를 한다면
이재완 : 17살부터 27살까지. 사실 저는 은퇴를 25살에 했지만 어떻게 보면 쉬는 날에 안 나간 적도 있고 다른 일을 하러 나간 적도 있었지만 가족들과 같이 한 시간은 별로 없었다. 죄송스러운 마음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많은 응원을 해주고 격려와 사랑을 해줘서 감사하다. 사실 은퇴하고 난 뒤에도 바쁘게 살아서 집에 잘 못 갔다. 아버지 생신도 며칠 전에 있었는데 해설하느라고 못 갔다. 양해해줘서 감사하다. 언제나 가족처럼 아껴준 분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배준식 : 재완이와 마찬가지로 17살에 집을 나와서 서울 생활을 했는데 쉬는 날이 많이 없어서 가족을 많이 못 만났다. 그래도 '마음의 안식처' 같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덕분에 길게 달려올 수 있었다. 언제나 돌아갈 곳이 있다고 말을 해줘서 감사하다. 심적으로 편안할 수 있었던 거 같다.
김용우 기자 (kenz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