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의 미드 라이너로 평가받던 이가을과 오랜 시간 동안 '유타폰' 스기우라 유타와 호흡을 맞춘 양광우가 떠난 데토네이션FM의 전력 약화를 불가피해보였다.
LJL서는 스프링 시즌을 앞두고 많은 팀이 전력 보강에 나섰는데 센고쿠 게이밍의 경우 '원스' 장세영과 '제트' 배호영, '허니' 박보헌을 영입하면서 3명의 한국인 조합을 완성시켰고, 라스칼 제스터도 '쏠' 서진솔과 '시크릿' 박기선이 건재했고, 미드 라이너 '리캡' 야마자키 노리푸미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팀의 주축이었던 두 명을 떠나보낸 데토네이션FM의 선택은 '야하롱' 이찬주와 kt 롤스터 유망주였던 '하프' 이지융이었다. 롤 몬스터라는 별명을 가진 '야하롱' 이찬주는 아마추어 유망주 시절 진에어 그린윙스에 입단했지만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2020년에는 팀의 챌린저스 강등을 경험한 이찬주는 지난해 프레딧 브리온에 입단해 9세트를 치렀다.
kt 롤스터 유망주 출신인 '하프' 이지융은 지난해 LCK 서머 담원 기아와의 경기서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럭스를 선택해 팀이 승리하는 데 일조한 그는 "솔직히 말하면 긴장은 안 됐다"라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접점이 없는 거 같은 이찬주와 이지융은 데토네이션에 입단해 팀의 13번째 LJL 우승을 이끌었다. 그리고 데뷔 처음으로 국제무대인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참가를 확정지었다.
코로나19 때문에 한국서 시즌을 치렀던 이찬주와 이지융은 부산에서 처음으로 팀원들과 같은 장소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됐다. 오후 스크림이 끝난 뒤 만난 그들은 오랜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 대회에 참가하게 된 것에 대해 기대감을 나타냈다.
Q, 자기소개와 함께 MSI에 진출한 소감을 말해달라.
A, '야하롱' 이찬주 : 많이 기다렸는데 재미있을 거 같고 기대하고 있다.
A, '하프' 이지융 : 첫 국제 대회 진출인데 떨린다. kt 롤스터에서 같이 뛰었던 팀 아제 '오키드' (박) 정현이 형을 만나는 데 재미있을 거 같다.
Q, 스프링 시즌은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경기를 치렀다. 이제서야 팀원들과 제대로 호흡을 맞출 수 있게 됐다.
A, 이지융 : 처음 만나는 거라서 굉장히 기대된다. 저희가 지금까지 얼굴을 한 번도 안 보고 게임을 했다. 대면을 한 뒤 잘할 수 있을지, 아니면 부진할지 의문이긴 하다. (웃음)
A, 이찬주 : 팀원들과 만나면 좋을 거 같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팀원들과 만나게 되면 어색할 거 같다. 개인적으로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닌데 일본어까지 섞어서 해야 하니까 말을 더 안 할 거 같다. 빨리 친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A, 이지융 : 팀원들이 성격이 좋다. 특히 탑 라이너 '에비' 무라세 슌스케 선수가 친화력이 좋은 거 같다. '에비' 선수를 필두로 다른 선수들과도 친해지면 될 거 같다.
Q, 한국을 떠나 일본 리그를 도전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A, 이찬주 : 솔직히 한국서는 보여준 게 없고 성적도 안 좋아서 갈 팀이 없었다.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해서 일본 리그를 선택하게 됐다.
A, 이지융 : 저도 딱히 보여준 게 없어서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 같은 경우 kt와의 계약이 남아있어서 이적을 해야 했는데 DFM이 이적료를 주더라도 영입하고 싶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DFM이 좋은 팀이며 조건도 잘 맞아서 입단하게 됐다.
Q, 이제 데뷔한 지 3년 차 밖에 안 됐고, kt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 그런지 일본 리그에 진출한다고 했을 때 개인적으로 깜짝 놀랐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 또 주위서는 어떤 반응이었나?
A, 이지융 : 주위서는 계약기간이 남아있어서 kt에 잔류할 거로 생각했을 거다. 이적한다고 했을 때 DFM이라면 괜찮을 거 같다고 했다. 저도 DFM이라면 국제 대회 경험을 쌓을 수 있고 메리트도 있을 거 같았다.
Q, DFM은 많은 한국인 미드 라이너가 거쳐 간 곳이다. 지난해에는 '아리아' 이가을(현 kt 롤스터)도 있었는데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었나?
A, 이찬주 : 성적이 안 나오면 "미드가 바뀌어서 그렇다"라는 말이 나올 거라 누가 가더라도 신경쓰일 수밖에 없을 거다. 그렇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쓸데없는 거라 최대한 의식 안 하려고 했다. 실제로도 그랬다.
Q, 앞에서 언급했지만 스프링 시즌서는 일본에서 하지 못하고 한국서 게임을 했다. 불편한 점이 있었을 거 같다.
A, 이찬주 : 처음에는 핑이 30 정도 차이가 났다. 생각보다 체감이 많이 됐다. 0.01초 차이?
A, 이지융 : 거슬리는 정도라고 해야 할까?
A, 이찬주 : 100%는 아니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기분이 찝찝하고 실제로도 차이가 났다.
A, 이지융 : 라인전할 때 뭔가 잘 안되면 핑 때문인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Q, 이번 MSI서는 핑을 35로 고정한 뒤 경기를 치른다. 선수 입장서는 어떨 거 같은가?
A, 이지융 :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핑은 체감이 될 거다. 저는 예민한 스타일이 아닌데도 신경 쓰이는 데 조그만 것에도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선수들은 핑이 거슬릴 수 있을 거로 생각된다.
A, 이찬주 : 전통 스포츠를 예로 들자면 축구장에 잔디가 안 좋거나 스케이트장에 빙질이 안 좋은 것과 같다. 선수들 입장서는 100% 상황이 아니기에 아쉬울 수밖에 없다.
Q, LJL 스프링 우승을 예상했는가? DFM을 제외한 다른 팀의 전력이 올라가서 쉽지 않을 거라는 평가가 많았다.
A, 이찬주 : LJL을 많이 본 게 아니라서 '미지수'라고 말하는 게 맞을 거 같다. 몰라서 걱정도 됐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몰랐기 때문에 기죽지 않았던 거 같다.
A, 이지융 : 올 시즌 앞두고 한국 선수들이 많이 입단해서 만난다면 쉽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시즌 시작 전에 '카즈' 스즈키 카즈타 코치에게 작년에 비해 어떨 거 같냐고 물어보니 자신 있게 우리 팀이 올해 더 강해진 거 같다고 하더라. 그걸 믿고 자신감 있게 했는데 잘 풀렸다.
Q, 해외 리그에서 뛸 때 가장 힘든 부분은 언어다. 어떻게 극복하려고 했는가?
A, 이찬주 : 젊은 세대가 문화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아서 생각보다 일본어를 잘 알아듣는다. 하하하. 저도 일본어를 공부한 적은 없는데 이야기를 들으면 알고 있는 단어가 꽤 있었다. 게임 내 중요한 단어는 코치님이 알려줬다. 언어가 친숙하다 보니 적응하는 데 문제없었다. '스틸' (문)건영이도 많이 알려줬다.
A, 이지융 : '카즈' 코치님이 많이 알려줬다. 직접 대화를 하면 힘들었을 건데 '스틸' 형도 많이 알려주고 번역해주면서 자연스럽게 늘어난 거 같다. '스틸' 형이 없었으면 힘들었을 거다.
Q, 스프링 시즌서 가장 힘들었던 경기는 언제였나? 센고쿠 게이밍과의 결승전은 5세트까지 가서 패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을 거 같다.
A, 이찬주 : 그런 생각을 안 하려고 했다. 상황을 즐기려고 했다.
A, 이지융 : 결승전이 힘들었고 무서웠다. '설마 질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Q, 스프링 시즌을 치르면서 인상 깊었던 일본인 선수는 누구인가?
A, 이찬주 : 우리 팀 일본인 선수가 잘한다. 다른 팀은 라스칼 제스터 '리캡' 야마자키 노리푸미(라스칼 제스터) 선수가 가장 인상 깊었다. 한국 선수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는 느낌이었다. 팀 게임을 잘했다.
A, 이지융 : 센고쿠 게이밍 서포터 '엔티' 타니오카 료세이가 잘했다. '리캡' 선수도 다른 팀과의 경기를 봤을 때 한국인 미드 라이너를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Q, 한국서 주목받지 못하던 선수가 해외 리그서 우승한뒤 국제 대회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일찍 해외 무대를 경험하는 것도 괜찮다라는 반응도 있던데 생각은 어떤가?
A, 이찬주 :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거 중의 하나가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팀에 입단해 경기에 나가는 거였다. DFM은 일본 리그서 강팀이며 국제 대회에 나갈 가능성이 커서 선택했는데 그 생각이 적절했다.
A, 이지융 : 이적 전에 이야기를 많이 한 게 프로는 보여줘야 하는데 kt에 잔류한다면 1군 경쟁 아니면 2군이었다. '라이프' 김정민 선수까지 합류한 상황서 힘들 거로 생각했다. 마침 일본 명문 게임단인 DFM에서 제안이 왔고 본인을 알릴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서 선택했다.
Q, MSI 그룹 스테이지서 T1과 대결을 하게 됐다.
A, 이찬주 : 재미있게 하고 올 생각이다. 프로게이머를 오래 하다 보니 생각을 많이 하지 않으려고 한다. 저도 LoL을 알 만큼 알기에 아는 지식 안에서 맞선다는 생각이다.
A, 이지융 : '케리아' 류민석 선수는 아마추어 연습생 시절부터 워낙 잘한다고 생각했다. 약간 부담은 되지만 할 거 하면서 보여준다는 마인드로 임하겠다. 잘하다 보면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Q, 지난해 MSI서 DFM은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였다. 이번 대회서 목표는?
A, 이찬주 : 성적도 중요하지만 내 경기할 거만 생각하겠다.
A, 이지융 : 그룹 스테이지 뚫는 거만 생각하겠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A, 이지융 : 오랜만에 국제 대회인데 한국이며 유관중이다.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인데 해외 팀으로 참가해서 감회가 새롭다. 그래서 더욱더 잘하고 싶다. 잘하면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을 거 같다. 무조건 잘하고 싶다.
A, 이찬주 : 프로게이머라면 많은 사람 앞에서 게임하고 '캐리'하고 킬을 기록하는 걸 꿈꾼다. 지금까지 경험한 대회 중에 가장 큰 규모라서 설레고 재미있을 거 같다. 어찌 보면 제가 꿈꿔왔던 모습일 거다. 거기서 잘하고 환호받아야 완벽한 그림이 완성된다. 이제 식탁까지 차려졌기에 가서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될 거 같다.
김용우 기자 (kenz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