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30일 젠지e스포츠가 맞대결 전적 7연패의 사슬을 끊어내며 T1을 격파했다. 젠지의 연패 탈출은 T1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준비에서 비롯됐다.

1세트 레드 진영에서 경기를 치른 젠지는 밴픽에서부터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레드 진영에서 제리를 풀고 유미를 밴하는 선택을 했는데, 블루 진영에서 제리가 풀려도 선픽으로 가져가지 않는 T1의 성향을 파악한 결정이었다.

대신 유미가 풀리면 빠르게 가져가는 모습을 보였기에 후반 가치가 높고 '케리아' 류민석이 잘 다루는 유미는 밴했다. 실제로 T1은 직전 kt 롤스터 전에서 제리, 유미가 동시에 풀린 상황에서 모두 유미를 첫 번째로 선택했다.

이렇게 제리가 풀리고 유미가 밴이 된 상황에서 T1은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해주는 '제우스' 최우제를 위해 그웬을 먼저 가져간다. 이에 맞서 젠지는 루시안-나미 조합을 완성한다. 이런 상황에서 T1에게는 루시안-나미를 억제하기 위해 남은 픽 두 장을 캐리력 있는 원거리 딜러인 아펠리오스와 루시안-나미의 카운터인 룰루를 선택해야하는 상황이 강제됐다. 첫 번째 밴픽 페이즈에서 바텀 조합을 완성하지 못할 시 두 번째 밴픽 페이즈에서 바텀 조합이 밴되면서 루시안-나미를 상대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니 젠지는 나머지 밴 카드를 오롯이 문현준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첫 순서에 리신을 밴한 것에 이어 두 번째 순서에서는 비에고와 신짜오를 밴했다. 상대도 정글 밴을 하면서 총 6개의 정글 챔피언이 밴됐지만, 두 번째 페이즈 첫 번째 선택권을 가지고 있었고, '피넛' 한왕호가 능숙하게 다루는 스카너가 남아있는 상황이었기에 젠지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었다. 이렇듯 젠지는 레드 진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T1의 밴픽 패턴을 분석해 주도권을 가진 밴픽을 할 수 있었다.

원하는 밴픽을 마친 젠지는 플레이적으로도 T1의 강점에 휘둘리지 않으며 단단하게 버텼다. 그동안의 T1 승리 공식은 미드 1차를 상대보다 먼저 밀어낸 후 깊숙하게 시야를 장악해 상대를 압박하는 플레이었다. 젠지는 이 공식을 틀어막기 위해 미드 1차 수성에 사활을 걸었다.

상대의 트위스티드 페이트-녹턴 조합에 의해 아칼리를 플레이한 '도란' 최현준이 계속 잡히는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3~4명의 선수가 미드 1차를 수성했고, 그 사이 '쵸비' 정지훈은 사일러스로 사이드를 돌며 묵묵하게 성장했다. 최근 경기에서 팀원들에게 CS를 몰아주는 '페이커' 이상혁의 플레이 스타일상 두 미드의 성장 차이는 조금씩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어느 순간부터 T1의 일방적인 이득이 멈췄다. 이후 젠지가 미드에서 잘 성장한 '구마유시' 이민형의 아펠리오스를 끊으면서 흐름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한타에서 더 좋은 조합을 짠 젠지는 이후 전투에서 계속해서 승리를 거뒀고 역전승에 성공했다. 밴픽부터 플레이까지 완벽하게 준비한 1세트 승리를 발판으로 2세트에서도 완승을 거둔 젠지는 기나긴 T1전 매치 7연패를 끊어냈고 선두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강윤식 기자 (skywalker@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