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았던 LPL 시절을 거쳐 LCK로 온 김건우는 올 시즌 유망주티를 조금씩 벗기 시작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본인 역시 이제는 유망주가 아닌 그냥 '잘하는 선수'로 평가받고 싶다는 바람을 보이기도 했다.
kt 롤스터 연습생으로 있던 김건우가 LPL에서 먼저 데뷔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김건우는 LPL로 가게 됐던 배경에 대한 질문에 "원래는 한국에서 프로 데뷔를 하고 싶었는데 당시 친했던 '킹겐' (황)성훈이 형이 중국 무대 진출에 대한 의지를 보였고 함께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고 말을 시작했다.
이어 "처음에는 같은 팀으로 가려고 했는데 여러 문제가 생기면서 가지 못하게 됐다"며 "그러던 중 당시 비시 게이밍(현 레어 아톰) 감독이었던 김정균 감독님과 잘 이야기가 되면서 LPL에 진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당시 김정균 감독님도 저를 좋게 봐줬고, 저도 존경하는 감독님이어서 그런 선택을 내릴 수 있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부푼 꿈을 안고 LPL에 데뷔했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특히 언어 문제가 김건우의 발목을 번번이 잡았다고 한다. 그는 "언어 소통이 가장 어려웠다"며 "처음 1년을 하면서 정말 쉽지 않았는데, 그다음 해까지도 언어적인 부분이 많이 나아지지 못해서 많이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이에 더해 "게임 내에서 아는 용어로만 간단히 소통을 했다"며 "그러다 보니까 팀이 보지 못하는 각을 제가 봤더라도 그런 것을 설명하고 주도적으로 플레이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어려움도 있었지만 값진 2년의 경험을 쌓고 김건우는 LCK에 연착륙했다. 잠재력을 보여줬던 스프링을 지나, 서머 들어서는 확실히 더 성장한 경기력을 뽐냈다. 그렇게 두 리그를 모두 경험한 김건우에게 LCK와 LPL의 차이에 대해 질문했다. 김건우는 "LCK는 LPL보다 라인전에 더 특화됐다고 생각한다"며 "LCK가 라인전 구도를 더 디테일하게 보는 반면, LPL은 교전 위주로 보면서 한타 디테일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LCK와 LPL은 오랜 시간 치열하게 국제 대회에서 경쟁했고 이번 롤드컵에서도 불꽃 튀는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건우 역시 이번 롤드컵 우승팀은 두 리그 중 한 곳에서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LCK와 LPL 중 어디가 강한지에 대한 생각은 솔직히 매년 생각이 바뀐다"며 "막상 대회에 들어가도 누가 이길지 예측이 어렵지만 그래도 결국 두 리그 중 한 곳에서 우승팀이 나올 것 같기는 하다"고 말했다.
서머 시즌 한 층 더 성장한 경기력을 보인 김건우는 리브 샌드박스의 '클로저' 이주현, 한화생명e스포츠의 '카리스' 김홍조 등과 한국 미드라이너 유망주로 묶이고는 한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자 김건우는 "딱히 별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며 "이제 저도 3년 차기 때문에 유망주라기보다는 그냥 잘하는 선수로 거듭나야 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는 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이제는 그냥 잘하는 선수로 거듭나고, 또 평가받고 싶다는 김건우에게 많은 영향을 주는 선수는 누구일까. 그는 젠지e스포츠의 '쵸비' 정지훈을 꼽았다. "라인전을 해봤을 때 '쵸비' 정지훈 선수에게 배울 점이 많았던 것 같다"고 말을 시작한 김건우는 "저는 중국에서부터 스크림을 하면 라인전 구도에 대해 자세하게 연구하고 알아가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그때마다 정지훈에게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답했다.
김건우는 서머 시즌 확실히 성장한 경기력을 보였다. 라인전에서도 더욱 강력해졌고, 한타에서의 집중력 또한 좋아졌다. 어떤 점이 그를 더욱 성장하게 만들어줬을까. 김건우는 "스프링 시즌 메타는 제가 처음 겪어 보는 메타여서 조금은 헤맸다"며 "서머 들어오기 전 준비 기간에 솔래 랭크와 스크림에서 최대한 많은 챔피언을 연습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더해 "또, 감독, 코치님, 동료들에게 정말 많은 것을 배우면서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여름의 모든 순간이 빛난 것만은 아니다. 시즌 초반 4연승을 달렸던 디알엑스는 이후 기복 있는 모습을 보였고, 후반부로 갈수록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그는 "확실히 서머 초반에는 준비도 잘됐고 팀적으로 솔로 랭크 등을 하면서 자신감을 많이 얻은 상황이었다"며 "그런데 저희 팀이 약간 흐름을 타는 성향이라 잘할 때는 엄청 잘하지만, 못할 때는 또 못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초반 4연승 이후 연패를 하기 시작하면서 제대로 흐름을 잡지 못했던 것 같다"고 지난 시즌을 되돌아봤다.
어느 팀이든 베테랑 선수의 존재는 클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김건우에게 '데프트' 김혁규는 어떤 존재일까. 그는 "모든 프로 선수들의 우상 같은 느낌이다"며 "이제 나이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인데도 저희 팀에서 가장 열심히 하는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김혁규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이에 더해 "대회 결과를 떠나서 매일 숙소로 돌아와 솔로 랭크를 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배우고 있다"며 "동료로 보고 따르면서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김건우는 자신의 첫 번째 롤드컵을 앞두고 있다.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치며 롤드컵 티켓을 거머쥔 만큼 김건우는 굳은 각오를 다졌다. "스프링부터 시작해서 이번 롤드컵도 험난한 여정이 될 것 같긴 하다"면서도 "그래도 개의치 않고 열심히 준비 잘해서 플레이-인 스테이지 1위 하고 그룹 스테이지 가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힘줘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건우는 "저희 팀 1년 동안 끝까지 응원해주셔서 감사하고, 멕시코 가서도 좋은 모습 보여서 미국 가서도 끝까지 좋은 모습 경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강윤식 기자 (skywalker@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