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 e스포츠에서 대부분 캐스터가 '넥서스가 깨집니다. GG~'라고 하는 것과 달리 올해부터 LCKCL 중계를 맡은 심지수 캐스터는 '경기 끝!'이라고 한다. 오버워치 리그부터 중계를 시작한 심지수 캐스터의 저 멘트를 좋아하는 이도 생각보다 많다.
LCKCL이 올해부터 WDG(우리동네리그)에서 중계를 시작했다. WDG에서 오버워치 리그, 하스스톤 등을 중계한 심지수 캐스터가 처음으로 LoL 중계를 맡았다. 타 리그에서 중계할 때 장시간이 가거나 퍼즈가 자주 걸려서 유명했던 심지수 캐스터는 결혼 후 신혼여행 때문에 3주 차부터 들어갔는데 첫 날부터 '9꽉(하루에 3경기를 진행하는데 최다인 9세트를 진행한 것)'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심 캐스터가 중계한 27일 벌어진 LCKCL 스프링 플레이오프 2라운드서는 디알엑스가 T1을 상대로 0대2로 뒤지다가 역스윕을 성공하기도 했다. 오버워치 리그 때부터 '꽉' 경기와 장기간 퍼즈로 유명했던 심 캐스터를 LCKCL 현장에서 만났다.
Q, LCKCL 첫 번째 시즌 중계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소감을 듣고 싶은데.
A, 사실 LoL 중계는 처음이라서 들어가기 전에 걱정이 많았다. 옆에서 (김)동준이 형과 '린다랑' (허)만흥이가 도와준 덕분에 잘 마무리할 수 있게 된 거 같다. LoL 중계가 처음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영광이었다. 특히 동준이 형과 같이하게 돼서 더 기뻤다.
Q, LCKCL은 올해부터 WDG서 중계를 하고 있다. 처음에 들어간다고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A,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 LoL 중계를 해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또 LoL e스포츠는 기본적인 정보... 챔피언, 선수, 팀에 대한 역사가 엄청 길다. 그런 부분을 파악해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되게 막막했다. 그때가 결혼하는 시점이라서 신혼여행지에서 시즌이 개막됐다. 신혼여행을 갔는데 다른 건 못 보고 경기를 보고 있었다.(웃음)
Q, 그렇다면 준비는 어떻게 했는가.
A, 자료도 도움이 됐는데 제 머릿속에 완벽하게 들어오려면 직접 게임을 해보는 방법밖에 없었다. 게임을 하면서 메커니즘을 익혔고, 스킬 이름도 알아야 하기에 일주일 내내 LoL 경기만 봤다. 그걸 몇 주 동안 그렇게 했다.
Q, e스포츠에는 어떻게 들어오게 됐는지 궁금하다.
A, 원래 스포츠 캐스터 지망생이었다. 스포츠 캐스터를 하고 싶었는데 친구 중의 한 명이 WDG에서 오버워치 리그 해설을 하는 홍현성이었다. 그 친구와 학교를 같이 다녔다. 같이 다니면서 '우리 둘이 뭔가를 같이 해보면 좋겠다'며 이야기를 종종 나눴다.
이후 현성이가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는데 같이할 사람이 있는지 SNS에 올렸다. 그걸 제가 본 뒤 연락했다. 그 채널이 '너프디스'다. '너프디스'에서는 오버워치를 주로 다뤘는데 잘 풀려서 구독자 수가 9만까지 갔다. 그때 WDG 대표님이 저희 채널을 보고 '같이 한번 해 보자'며 불렀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e스포츠 쪽을 크게 보고 있었고 사업 구상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짜고짜 저희한테 '중계할래?'라고 하더라. 그래서 들어오게 된 거다.(웃음)
Q, e스포츠는 예전부터 잘 알고 있었나.
A,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스타1) 리그부터 많이 봤지만, 이쪽에서 일을 할 거로 생각 못 했다. 어떻게 하다 보니 일을 하게 됐다.
Q, LCK서는 윤수빈 아나운서가 '꽉수빈'이라는 '밈(meme)'이 있는데 LCKCL서는 심 캐스터가 그렇더라. 기록을 찾아보니 상상 이상이었다.
A, 왜 그런지 모르겠다. 이상하게 제가 중계하는 것마다 좀 길게 가더라. 하스스톤은 최장 14시간을 한 적도 있고 오버워치는 하루 4경기였는데 8시간을 넘게 하기도 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오버워치 리그를 미국 댈러스에서 하는 경기였는데 현지에서 사고가 나서 경기장 전기가 다 끊겼다. 오버워치 리그가 글로벌 대회다 보니 각 국가로 중계할 수 있게 영상을 내보내는데 저희 쪽에서는 계속 나가고 있으니까 방송을 끊을 수 없었다. 2시간 동안 경기가 중단돼서 장지수 해설과 수다를 떨었다.
Q, LCKCL도 첫날부터 '9꽉'을 갔다.
A, 저도 어이가 없었다. 너무너무 어이가 없었다. 다 끝나고 보니까 방송 시간이 9시간 40분이었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추가로 한 경기를 했는데 경기가 중단돼서 다른 리그를 중계했다. 확인해보니 방송 시간이 3시간 44분이었다. 그런데 다음 날 (김)정민 캐스터가 한 경기는 한 시간인가 한 시간 반밖에 안 걸렸던 걸로 기억한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하하하.
▶LCKCL 스프링 9주 차 마지막 경기 중 한 경기를 온라인 중계가 아닌 메인 해설진서 중계를 함.
Q, 그렇다면 LCK '밈'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A, 이분도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뭔가 있다고 느꼈다. 개인적으로는 안 그랬으면 좋겠는데 계속 경기 중단이 되니까 기분이 좀 그랬다.
Q, 윤수빈 아나운서는 '과학은 아니다'라고 했다.
A, 맞다. 과학은 아니다.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거다.(웃음) LCK서 윤수빈 아나운서가 진행할 때 풀 세트를 자주 가는데 제가 했을 때는 풀 세트도 자주 가지만 워낙 퍼즈(경기 중단)가 많이 걸려서 방송 시간이 길어진다. 그래서 오버워치에서 저의 별명이 '퍼즈 지수다' 사실 '꽉'은 제가 아니라 오버워치 장지수 해설이다. 워낙 풀 세트를 많이 가서 그런지 그분 별명이 '연장 지수'다.
Q, 경기 끝날 때 'GG'라고 외치는 다른 캐스터와 달리 '경기 끝'이라고 외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A, 그냥 저만의 멘트를 하고 싶었다. 예를 들어 전용준 캐스터는 '넥서스가 깨집니다 GG~'라고 하고 성승헌 캐스터는 '넥서스가 파괴됩니다. GG~'라고 한다. '경기 끝'은 오버워치 때부터 사용한 멘트인데 욕심이 있어서 그런지 경기가 끝났을 때 뭔가 임팩트를 강하게 주고 싶었다.
Q, 개인적으로 LoL e스포츠에서 중계해보고 싶은 게 있는지.
A, 목표가 어디까지이고 어떤 경기를 해보고 싶다기보다 현재로서는 제가 맡은 LCKCL 방송을 매번 잘 끝내는 게 목표다. 나중에 LoL 중계를 계속하게 된다면 큰 경기를 한 번 맡아서 해보고 싶다.
Q, 팬들에게 한 마디가 있는지.
A, 오버워치 쪽을 몇 년 하다 보니 팬 분들이 좀 있는 거 같다. 일단 응원해줘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쭉 응원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길게 가는 거는 제 의도가 아니다. 윤수빈 아나운서가 말한 대로 그건 과학이 아니다.
김용우 기자 (kenz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