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저축은행이 15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LCK아레나에서 진행된 2023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서머 1라운드서 디플러스 기아를 2대1로 제압했다. 극적인 승부였다. 1세트에서 압도적으로 패한 OK저축은행은 2세트부터 특유의 운영 능력을 발휘하며 동점을 만들었고, 3세트에서도 단단한 디플러스 기아에 맞서며 역전승을 완성했다. 엄성현은 이날 정글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며 팀의 승리를 도왔다.
경기 후 인터뷰에 나선 엄성현은 "솔직히 준비 과정이 좀 안 좋았다. 여러 변화를 많이 시도했는데 잘되지 않았고, 그래서 결국에 다시 돌아와서 우리가 하던 것을 해보자고 했는데 그게 좀 잘 먹혀서 오늘 이긴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어서 "또, 콜업해서 올라온 '아이보리' 정예찬 선수가 잘해줬다고 생각하고, 기존의 선수들도 오늘 폼이 날이 서 있었다. 오늘은 다 같이 잘해서 이긴 것 같다"는 말로 팀 동료에게 승리의 공을 돌리며 승리 소감을 전했다.
이날 경기를 치르기 전 OK저축은행은 두 경기를 치러 모두 패한 상황이었다. 반대로 디플러스 기아는 개막 2연승을 달리며 순항 중이었다. 그렇기에 승부 예측 자체는 디플러스 기아 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OK저축은행은 특유의 단단한 운영을 보여주며 디플러스 기아를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감격의 시즌 첫 승을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엄성현은 이런 짜릿한 승리를 만들어 낸 원동력으로 마음가짐의 변화를 꼽았다. 그는 "21년에 당시 담원 기아였던 디플러스 기아를 만났던 상황과 비슷했던 것 같다. 그때는 제가 아무런 잡념 없이 경기만 이겨야겠다는 생각만 했는데, 지금의 2패를 안고 있던 '엄티'는 지는 게 싫고 지면 무언가를 잃는 것만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며 "그래서 그런 부분을 아예 지우고 게임을 했다. 오늘은 지면 지는 거고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21년도에 디플러스 기아를 상대했던 때가 오버랩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앞서 말했듯 OK저축은행의 단단한 운영 능력이 살아난 것도 있지만, 선수들 개개인의 기량 역시 날이 선 모습을 보인 경기였다. 엄성현 또한 '모건' 박루한과 좋은 호흡을 보여주며 '칸나' 김창동을 괴롭혔다. 엄성현은 이날 경기 자신의 콘셉트를 '갱킹'으로 설명했다. 그는 "오늘 제 콘셉트는 갱킹이었다. 제가 그런 부분을 따로 마음먹고 준비를 해왔고, 사실 1세트도 지기는 했지만, 갱킹 시도를 많이 했다"며 "그런데 오늘은 상대방에게서 당할 수밖에 없는 각이 자꾸 보였다. 그래서 상대 입장에서는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거다. 그래서 이런 부분들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운도 좀 좋았던 하루였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대어' 디플러스 기아를 꺾으며 시즌 첫 승에 성공한 OK저축은행의 다음 상대는 T1이다. 엄성현은 리그의 또 다른 강팀과의 일전을 앞두고 편안한 마음을 먹고 있음을 보였다. 그는 "준비하는 것은 오늘 경기와 똑같을 것 같다. 선수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해보고 안 되면 그냥 안 됐던 거고 다음에 또 운이 좋으면 이기는 날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묵묵히 할 일을 하려고 한다"고 힘줘 말했다.
마지막으로 엄성현은 "팬들을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 오늘만큼은 행복하게 해드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더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다"며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서 "최근 저 포함 감독, 코치, 선수들 모두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다들 절대로 놓지 않고 게임을 열심히 해준 것 같아서 고맙다. 그리고 오랜만에 이겨서 법인 카드까지 받았다. 맛있는 거 먹고 힘내서 T1전도 재밌게 해보겠다"는 말을 남기며 인터뷰를 마쳤다.
강윤식 기자 (skywalker@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