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준의 소속팀인 젠지e스포츠는 2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LCK아레나에서 진행된 2023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서머 1라운드서 한화생명을 2대0으로 꺾었다. 이 날 1세트서는 상대에게 킬 스코어를 밀리던 젠지가 20분 드래곤 교전서 대승을 거두며 이후 바론 버프까지 이어지는 이득을 가져갔다.
이 교전서 가장 화려한 장면은 역시 '딜라이트' 유환중의 라칸이 빚어낸 이니시에이팅이었다. 상대가 쏠린 틈을 타서 궁극기와 w 스킬을 활용해 상대 세 명을 띄워내는 장면을 연출했다. 팀 동료인 '피넛' 한왕호 역시 황금 라칸이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장면서 판을 깐 것은 최현준이었다. 레넥톤을 플레이한 최현준은 시종일관 팀의 가장 앞에서 앞장섰다. 때문에 돌진조합을 구성한 한화생명이 교전을 열기 위해서는 최현준을 타게팅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나왔다. 심지어는 궁극기인 '강신'까지 먼저 활용하면서 상대에게 마치 레넥톤이 들어갈 것 같은 심리적 압박감을 심기도 했다. 그러자 '라이프' 김정민의 노틸러스가 레넥톤을 그랩으로 당기며 교전이 열렸다.
교전이 열리자 '헤르메스의 발걸음'의 효과로 빠르게 cc기에서 벗어난 레넥톤은 상대 스킬을 다 뽑아낸 채로 '초시계'를 활용해 무적 상태에 돌입했다. 스킬이 다 빠진 상대는 교전서 벗어날 수 밖에 없었고, 그 와중 유환중의 이니시에이팅이 대박을 터뜨리며 결국 한타는 젠지의 대승으로 끝났다. 상대 돌진 조합을 완벽히 카운터한 레넥톤의 플레이였다.
더 주목할만 한 것은 이 장면이 최현준이 완벽히 의도한 장면이라는 것이다. 이전 상황에 최현준은 라인전에서 활용한 아이템인 '도란의 방패'를 판매하고 그 대신 '초시계' 아이템을 구매했다. 경기 승패를 바꿀만한 교전을 앞두고 교전에 유용한 '초시계'를 한타에서 사용할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실제로 이 교전이 끝나고 '초시계'는 상위 아이템으로 업그레이드하지 않고 바로 판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최현준은 이 날 상대에게 솔로 킬을 내주고, 또 2세트서는 무리하게 탑을 압박하다 죽기도 했다. 그러나 재밌는 점은 이 두 장면을 제외하고는 최현준이 모두 정상급 탑솔러의 플레이를 보였다는 점이다. 실제로 데스 역시 두 번에 그쳤다. 앞서 설명한 장면처럼 팀을 이끌고 구도를 완벽히 바꾸는 플레이를 보이기도 했다. 그것이 우승팀인 젠지가 최현준을 탑 라이너로 신뢰하는 이유일 것이다.
허탁 기자 (taylor@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