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 e스포츠에서 시즌 중 로스터 변화는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니었다. 과거 '이지훈' 이지훈이나 '톰' 임재현(현 T1 감독대행)처럼 식스맨 활용이 잦았던 적도 있으나, 시대가 변화하면서 5인 멤버를 고정하는 것이 대세가 되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다섯 명의 멤버를 고정시키는 것이 '정답'에 가깝다는 생각이 리그를 지배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엔 달랐다. 대표적으로 로스터를 변경해 좋은 경기력을 낸 팀은 농심 레드포스다. 농심 레드포스는 시즌 도중 '지우' 정지우를 콜업해 LCK 무대에 데뷔시켰다. 정지우는 시즌 내내 농심의 주력 딜러이자 에이스로써 활약했고, 특히 본인의 시그니처 픽인 닐라를 중심으로 밴픽에서도 팀에게 이점을 가져다줬다.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선수는 '체급의 한화생명'에 잘 녹아든 '그리즐리' 조승훈이다. 시즌 중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출전이 어려워진 '클리드' 김태민의 자리를 대신한 조승훈은 출전 첫 주 차에는 적응을 마치지 못한 모습으로 2연패를 당했으나 이후 팀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팀의 정규시즌 3위에 일조했다. 조승훈은 정규시즌에서 안정적이면서도 탄탄한 경기력을 보이면서 팀의 핵심 캐리 라인인 미드와 원거리 딜러를 키우는 것에 김태민보다도 더 적합하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정지우와 조승훈 외에도 이번 시즌 시작과 동시에 합류한 디알엑스의 '파덕' 박석현, 2라운드 시작 시점에 로스터에 등록된 리브 샌드박스의 '클리어' 송현민 등이 신인임에도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2군 수련법'을 거치고 돌아온 선수도 빼놓을 수 없다. OK저축은행 브리온의 '카리스' 김홍조와 '에포트' 이상호는 시즌 도중 챌린저스 리그로 내려가 경기를 치르고 다시 팀에 합류했다. 다시 돌아온 김홍조와 이상호는 더 나아진 경기력으로 팀의 플레이오프 경쟁에 힘을 보탰다. 특히 김홍조는 그간의 수동적인 플레이에서 완전히 달라진 공격적이고 주도적인 플레이를 보여줘 2군 행의 효과를 체감하게 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농심의 '든든' 박근우 역시 2군에 내려가서 경기를 치르고 돌아온 뒤 승리를 따내기도 했다.
물론 긍정적인 케이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잦은 로스터 변화가 부정적인 결과를 낸 대표적인 사례는 디플러스 기아다. 디플러스 기아는 시즌 내내 주전 서포터를 확정하지 못하며 '켈린' 김형규와 '바이블' 윤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플레이오프 직전인 정규시즌 9주 차에는 윤설이 출전하고, 플레이오프에선 김형규가 출전한 것이 이번 시즌 디플러스 기아의 서포터 라인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결국 디플러스 기아는 롤드컵 우승자만 3명이라는 화려한 라인업으로도 플레이오프 1라운드를 넘지 못하며 선발전 패자조로 향해야만 했다.
안타까운 멤버 교체도 있었다. 리그를 상징하는 슈퍼스타인 '페이커' 이상혁이 손목 부상을 이유로 휴식을 취하고 그 자리를 '포비' 윤성원이 대신하게 된 것. 팀의 정신적 지주이자 리더 역할인 이상혁이 빠지자 T1은 부진을 거듭했다. T1은 이상혁이 없는 기간 동안 1승 7패에 그치며 정규시즌을 5위에서 마쳤다. T1의 성적보다 더 큰 문제는 이상혁이 빠지면서 T1과 LCK의 전반적인 뷰어십 역시 휘청거렸다는 것이다. 시즌 도중엔 정규리그 시청자가 지난 시즌 대비 30% 가량 감소한 수치를 보이기도 했다. 물론 이상혁의 부재만이 그 원인이라고 할 순 없지만, 큰 영향을 끼친 원인임을 부정할 수도 없다. 결국 리그와 관계자들에겐 언젠가 다가올 '페이커 없는 LCK'에 대한 숙제가 주어진 셈이다.
허탁 기자 (taylor@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