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트의 주인공은 kt였다. 압도적인 기량으로 첫 세트를 가져간 kt의 '히라이' 강동훈 감독은 두 번째 세트를 앞두고 파격적인 선택을 한다. 바로 챌린저스 리그를 뛰던 2군 선수들로 라인업을 전원 교체한 것이다.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서 열린 경기였기에 kt의 선택은 뜨거운 반응을 낳았다. 화제를 모은 이 장면은 올해부터 시행된 LCK 1, 2군 통합 로스터 제도 덕분에 가능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LCK와 LCK CL 사이에서 선수들을 콜업, 혹은 센드다운하기 위해선 일주일의 기간이 필요했다. 만약 선수 교체가 필요하면 매주 월요일 로스터 발표를 통해 이뤄졌다. 하지만 올해부터 통합 로스터 제도가 적용됐고, 이를 통해 팀들은 원하는 시기에 자유롭게 1, 2군을 오가는 선수 교체를 할 수 있게 됐다.
사실 스프링 시즌에는 통합 로스터 제도를 통한 선수 교체가 활발하게 이뤄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진출에 큰 영향을 끼치는 서머 시즌부터 적극적인 선수 교체가 이어졌다. 분위기 전환이나, 전략적인 측면에서 선수 교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많은 팀들이 통합 로스터 제도 안에서 다양한 변화를 보여줬다.
특히 중하위권 팀들이 적극적인 변화를 가져갔다. OK저축은행 브리온은 부진하던 주전 미드라이너 '카리스' 김홍조를 2군으로 내린 바 있다. 이후 김홍조는 2군에서 경기를 뛰며 다시 한번 경기력을 끌어올렸고, 1군 복귀 후 나아진 모습을 보여줬다. 농심 또한 폼이 떨어졌던 '든든' 박근우를 2군 경기에 출전시키면서 감각을 회복시킨 바 있다. 또, 2군서 올라온 '지우' 정지우는 1군에 연착륙하며 시즌 후반부 농심의 에이스 역할을 맡기도 했다.
이 밖에도 리브 샌드박스, 광동 프릭스 또한 위기의 순간 1, 2군 선수 교체를 통해 선수단에 자극을 주는 선택을 했다. 그리고 꽤 긍정적인 결과를 냈다. 2군을 경험한 기존 1군 선수들은 동기부여를 비롯해, 2군에서의 승리로 자신감을 얻었다. 1군을 경험한 2군 선수들은 최고 수준의 경기를 경험하며 성장하는 계기를 맞았다.
이런 적극적인 선수 교체는 팬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주기도 했다. 팬들은 1군으로 올라온 선수들을 보면서 응원하는 팀 유망주의 경쟁력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선수 교체로 재미를 본 팀들은 끝까지 순위 경쟁을 이어갔고, 이를 통해 마지막까지 플레이오프의 주인공을 알 수 없게 만들었다. 이에 팬들은 시즌 막바지까지 다양한 그림을 만들어 준 통합 로스터 제도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통합 로스터 제도는 이런 전략적인 교체를 제외하더라도, 선수의 부상 및 개인 문제로 인해 생긴 공백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게 만들어 주기도 했다. 물론 긍정적인 결과만을 냈던 것은 아니다. 디플러스 기아의 경우에는 잦은 서포터 교체를 진행했지만, 결국 드라마틱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러면서 CL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던 2군 팀 역시 덩달아 흔들리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시행 첫해였고, 해를 거듭할수록 팀들에게는 통합 로스터 제도 운용에 대한 노하우가 축적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팀 상황과 선수들 컨디션에 따른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상황에 맞는 적절한 교체가 이뤄져야지만 선수들의 건강한 성장이 따라올 것이다. 이렇게 신중하고 정확한 분석을 통해 이 제도를 활용한다면 이는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앞으로도 통합 로스터 제도가 팬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제공하고, 무엇보다도 LCK 선수 육성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강윤식 기자 (skywalker@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