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정지훈과 줘딩은 닮은 점이 많았다. 나이와 데뷔 년도, 게임 내 지표에서 1위를 독식하는 것이 비슷했다.(줘딩이 2000년생, 정지훈은 2001년생). 신인이었던 정지훈은 그리핀을 챌린저스 코리아에서 LCK로 승격하는 데 일조했다. 'PDD'가 게임단 주로 있던 LSPL 영미라클서 데뷔한 줘딩은 쑤닝(현 웨이보 게이밍)을 거쳐 TES에 합류해 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그리핀을 떠나 한화생명e스포츠를 거쳐 젠지e스포츠에 입단한 정지훈은 팀의 LCK 3연패를 이끌었다. 줘딩도 2002년 TES를 LPL 서머서 우승시켰고 올해 앞두고 징동 게이밍에 입단해 팀의 두 번의 우승(2023년)을 함께 했다. 또한 5월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우승도 경험했다.
그렇게 팀의 에이스로 활동한 정지훈과 줘딩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한국과 중국의 대표 선수로 차출됐다. 출발은 줘딩이 유리했다. LPL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서머 일정을 줄이면서 대표팀 훈련에 올인했다. 줘딩은 정지훈보다 2주 앞서 팀원들과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다.
패치 버전서도 유리했고, 중국이 로드 투 아시안게임 지역 1위를 차지하면서 아시안게임서 그룹 스테이지를 치르지 않는 유리함도 얻었다. 반면 정지훈이 속한 대한민국은 중국보다 2주 늦게 훈련에 돌입했고, 대만과 베트남을 상대로 평가전을 치르면서 상대방에게 패도 보여주는 불리함을 보였다.
본선 무대서도 줘딩이 유리했다. 정지훈이 메인 스테이지가 아닌 보조 경기장서 경기를 치른 사이, 줘딩은 8강 첫 경기부터 메인 스테이지서 경기를 치르며 경험을 쌓았다. 모든 것이 중국이 유리한 상황서 한국이 4강전서 중국을 상대로 2대0으로 승리하면서 한순간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정지훈은 결승전에 올라 금메달을 노리게 됐고 정식 종목 이후 첫 금메달을 노리던 줘딩은 동메달 결정전으로 내려갔다.
2019년 이후 프로게이머로서 비슷한 모습을 보여줬던 정지훈과 줘딩은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서 엇갈린 운명을 보였다. 정지훈과 줘딩은 오는 10월 한국에서 벌어질 예정인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서는 녹아웃 스테이지서 다시 만날 가능성이 높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서는 정지훈이 승리했지만, 롤드컵서는 줘딩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용우 기자 (kenz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