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난 29일 마침내 아시안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 초대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적지에서 최대 라이벌 중국을 꺾고 결승에 오른 한국은 대만마저 2대0으로 완파하고 무실 세트 전승 우승을 달성, LoL 최강국의 지위를 재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이상혁은 그룹 스테이지 카자흐스탄전 한 경기에 출전한 기록을 남겼다.
이렇듯 비록 주전으로 나서지는 않았지만, 김정균 감독이 대회 내내 강조했던 '하나의 팀'이라는 철학하에 이상혁은 '좋은 형'의 역할로 팀의 분위기를 다잡았다고 한다. T1에서 함께 대표팀에 합류한 '제우스' 최우제, '케리아' 류민석을 제외한 '쵸비' 정지훈, '카나비' 서진혁은 이번에 처음 이상혁과 함께 합을 맞추게 됐다. '룰러' 박재혁의 경우에는 5년 전 아시안게임 이후 오랜만에 이상혁과 재회했다.
이 세 명의 선수는 모두 입을 모아 이상혁과의 시간이 즐거웠다고 말했다. 박재혁은 "저는 이제 두 번째 같이 해보는데 '똑같은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다"며 "늘 뭔가 기계적이고, FM일 것 같았는데, 장난도 많이 치고, 말도 많이 걸어주고, 잘 받아주는 부분들이 좋았다"고 말했다.
같은 미드라이너인 정지훈은 "(이)상혁이 형은 팀원들과 같이 활동할 때는 밝고 잘 대해주는 좋은 사람이었다"며 "그런데 밖에서 활동할 때는 또 프로페셔널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서진혁은 "상혁이 형이 이미지와는 달리 엄청 사람이 좋다. 이 좋다는 이야기는 기계적이지 않고 인간적이라는 뜻이었다"며 "잘 챙겨줘서 고마운 마음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금메달 획득 후 모든 부담을 내려놓은 편안한 상황서 만난 이상혁과 선수들은 취재진 앞에서 서로 장난을 치는 가벼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상혁은 이런 동생들의 평가에 화답하듯, 한 명 한 명을 언급하며 대표팀 생활 동안 겪었던 즐거웠던 일을 회상했다. 그러는 동안 그의 표정에는 장난스러움이 묻어났다. 동생들이 '형' 이상혁을 좋아하는 이유가 짐작되는 순간이었다.
"잘하는 선수들과 같은 팀을 해서 든든했고, 아시안게임 대표팀으로 다들 점점 성장하는 모습이 보여서 좋았다"고 입을 뗀 이상혁은 이내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정지훈은 솔로 랭크하는 것을 옆에서 계속 보는데, 1등을 찍는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좋았다. 서진혁은 솔로 랭크 점수를 올리지 못하고 마스터 티어에 머물러있었는데,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좋았다. 박재혁은 저랑 1,000점 먼저 찍기 내기를 했는데, 처참하게 무너졌다. 그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니까 좋았다"고 미소 지었다.
대회 기간 인터뷰에서 늘 동생들을 챙겼던 이상혁. 비록 주전으로 이번 대회를 나서지는 못했지만, 뒤에서 선수단 분위기를 다잡으며 이번 한국의 아시안게임 LoL 초대 챔피언 등극에 큰 힘을 보탰다.
강윤식 기자 (skywalker@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