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리퀴드는 서머서도 두 차례 위기가 있었다. 개막 주를 3전 전승으로 마무리 한 팀 리퀴드는 2, 3주 차서는 2승 4패에 머물렀다. 4위까지 내려간 팀 리퀴드는 아카데미 리그서 'APA' 에인 스턴스를 콜업해 위기를 모면했다.
두 번째 위기는 챔피언십이었다. 승자 1라운드서 NRG에 1대3으로 패해 패자조로 내려간 팀 리퀴드는 100씨브즈와 이블 지니어스(EG)를 꺾었고 패자 3라운드서는 6세트(재경기 포함) 승부 끝에 골든 가디언스를 제압하며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진출에 성공했다.
◆ 데뷔 8년 만의 롤드컵 진출
그중 '서밋' 박우태에게 이번 롤드컵은 특별하다. 중국 팀을 거쳐 2017년 아프리카 프릭스(현 광동 프릭스)에서 정식 데뷔한 박우태는 리브 샌드박스, 클라우드 나인, FPX에서 활동했지만 롤드컵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8년 만에 첫 롤드컵 진출이다.
"첫 번째로 든 생각은 '다행이다'였다. 그리고 프로 생활을 8년 정도 했는데 이번이 첫 롤드컵이다. 굉장히 설레고 신난다. 해외를 왔다 갔다 하면 적응 기간이 필요한데 한국은 그런 게 필요 없다. 오랜만에 팬들 앞에서 온전한 제 실력을 보여줄 수 있을 거 같다. 좋은 점이 많다."
팀 리퀴드는 현재 리브 샌드박스가 운영 중인 SBXG e스포츠에서 부트캠프를 진행 하고 있다. 리브 샌드박스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활동했던 박우태의 친정팀. 팀 리퀴드는 최근 리브 샌박으로부터 받은 유니폼을 입은 박우태의 사진을 업로드하기도 했다.
"내가 있을 때 같이 있던 코칭스태프는 많이 남아있지 않다. 그래도 다시 오니까 좋다. 사옥도 좋아졌고 감회가 새로웠다. 다들 좋아졌다라는 생각이 들더라."
◆ 불안한 출발
앞서 언급한대로 팀 리퀴드의 2023시즌 출발은 좋지 못했다. LCS 스프링은 플레이오프서 탈락했고 LCS 챔피언십은 패자조 도장깨기 끝에 롤드컵 티켓을 획득했다. 박우태는 스프링 시즌 실패에 대해선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간의 일치하지 않는 방향성을 이유로 들었다.
"언어적인 부분은 문제없었다. (조)용인이 형이야 영어를 잘하며 '연' 션 성과 '해리' 해리 강도 로컬처럼 한국어를 한다. 한국인 수준이다. 소통적인 부분은 문제없었다. 그렇지만 팀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다고 생각했는데 스프링 시즌 실패 이후 기다리는 입장이 되니까 굉장히 고통스러웠다. 분하고 창피한 감정도 많이 올라왔다."
팀 리퀴드는 서머 중반 '해리' 해리 강을 2군으로 내리고 'APA' 에인 스턴스를 콜업해 위기서 벗어났다. 2019년 아마추어팀에서 데뷔한 스턴스는 세인트루이스 마빌 대학교 소속으로 활동하다가 팀 리퀴드에 입단했고 입단 6개월 만에 1군으로 올라왔다.
"신기한 선수 같다. 10개월 전만 하더라도 대학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프로게이머를 한 지 얼마 안 됐는데 프로 마인드가 잘 잡혀있다. 그 선수를 보면서 내가 프로 10개월 때는 저러지 않았는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일단 단순하다. 경기 내에서 자기가 싸우고 싶을 때 확실히 싸우고, 의견 전달도 확실히 한다. 단순하지만 어렵다? 표현이 좀 이상하지만 그 선수 만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 롤드컵 진출
패자조부터 도장 깨기로 올라온 팀 리퀴드는 골든과 패자 3라운드서 맞붙었다. 승리하면 롤드컵 최소 3번 시드를 받으며 아니면 한국은 오지만 '최후의 멸망전'이라고 하는 WQS(Worlds Qualifying Series)를 해야 했다. 팀 리퀴드는 골든과의 5세트서는 재경기를 치르는 접전 끝에 승리하고 티켓을 거머쥐었다. 당시 팀 리퀴드 선수 전원은 무대에 올라가서 인터뷰를 했는데 박우태는 없었다.
"사실 그때 굉장히 아팠다. 저혈당 쇼크가 올 만큼 몸 상태가 좋지 못했다. 승자 인터뷰도 못 했고 '정말 아프다'라고 했다. 이후 건강을 회복한 뒤 정신차린 다음 '롤드컵에 갔구나라'고 생각했다. 소위 말하는 '똥꼬쇼'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 하니까 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2021년 클라우드 나인에 입단한 박우태는 스프링 정규시즌 MVP를 차지했지만 팀의 방침으로 계약을 해지하고 나왔다. 이후 FPX에서 한 시즌 LPL을 경험한 박우태는 팀 리퀴드에서 합류하며 북미로 복귀했다. 위기의 순간서 박우태는 이대로 끝날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표현이 웃기지만 '굴러다녔다'고 해야 하나. 그렇게 굴러다니면서도 '이대로 끝날 수 없다', '도태될 수 없다'라는 생각을 갖고 굉장히 열심히 했다. FPX에서도 가장 열심히 연습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힘들었지만,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 재미있게 생활했다."
◆ 기대할 선수는 '연'
2020년 데뷔한 '연' 션 성은 100씨브즈 3군, 카운터 로직 게이밍(현 NRG)을 거쳐 2020년 팀 리퀴드 아카데미에 입단했다. 2022시즌 중반 1군으로 콜업된 션 성은 스프링보다는 서머 시즌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APA'와 함께 팀보다 한 달 정도 일찍 한국으로 와서 부트캠프를 한 그는 챌린저를 찍었다고. 박우태는 한국에 와서 '션'의 솔로랭크 기록을 보는 순간 눈을 의심했다고 했다.
"한 달에 500판을 했더라. 내 눈을 의심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얘... 지금 살짝 독기가 있구나'였다. 그래서 나도 질 수 없었다. '션'은 열심히 하는 친구이며 실제로도 잘한다. 가능성은 무한하다."
◆ 어렵게 왔는데 롤드컵 8강은 가야죠
팀 리퀴드는 현재 부트캠프서 다양한 팀과 스크림(연습 경기)을 진행 중이다. 부트캠프서는 LCK 팀뿐만 아니라 LPL, 롤드컵에 진출한 팀 등 많은 팀과 스크림을 할 예정이다. 박우태는 롤드컵을 앞두고 눈에 띄는 약점을 고치고 강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연습을 할 생각이라고 했다.
LCS 3번 시드로 이번 롤드컵에 참가하는 팀 리퀴드는 19일부터 시작되는 스위스 스테이지부터 참가한다. 팀 리퀴드는 각 지역 2시드인 T1, 빌리빌리 게이밍(BLG), 프나틱과 만난다. T1에는 '제우스' 최우제, BLG에는 '빈' 천쩌빈, 프나틱에는 '오스카리닌' 오스카르 무뇨즈가 있다.
"첫 경기가 프나틱이라면 자존심 싸움이 될 거 같다. T1, BLG는 정말 몸 떨리는 강팀인데 대결하는 것도 재미있을 거다. 개인적으로는 T1, BLG 등과 만나서 승리해 운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싶다."
2018년 클라우드 나인(C9)의 8강 이후 롤드컵서 북미 팀은 그룹 스테이지서 부진했다.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20년에는 1번 시드로 진출한 팀 솔로미드(TSM)가 그룹 스테이지 6전 전패라는 불명예를 남겼다. 그러면서 북미 팀은 매년 롤드컵에서 조롱 대상이 됐다.
"지금까지는 보는 입장이라면 이번에는 하는 입장이 됐다. 그 수많은 북미 도전자 중 한 명이 되지 않게 부숴버리고 싶다. 스프링 8등을 하고 여기까지 왔다. 안될 게 뭐 있냐는 마음으로 임하겠다. 일단 스위스 라운드를 뚫은 다음 8강에 가고 싶다. 그것만으로도 '북미는 다르다'가 절반은 성공한 것이기 때문이다."
김용우 기자 (kenz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