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리퀴드의 이번 시즌 콘셉트는 한국인으로 요약될 수 있다. 팀 리퀴드는 이번 시즌 시작에 앞서 한국인 감독인 '마린' 장경환을 선임했고, 탑에는 '서밋' 박우태를 데려왔다. 이어 디알엑스에서 나온 '표식' 홍창현까지 영입하면서 로스터를 완성시켰다. '서밋'-'표식'-'해리' 해리 강-'연' 션 성-'코어장전' 조용인으로 구성된 로스터는 모두 한국인이거나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선수였다.
특히 북미 레전드인 조용인과 전 시즌 월드 챔피언십 우승자인 홍창현 등이 포함된만큼 팀의 경기력에 대해서는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플라이퀘스트나 클라우드 나인과 함께 북미에서의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생각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스프링 시즌 홍창현을 제외하면 전 라인이 흔들리면서 정규시즌 8위,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것. 이에 팀 리퀴드는 감독인 장경환과의 계약을 종료하고, 코치인 '레인오버' 김의진을 감독으로 올렸다.
그러나 서머 시즌에도 팀 리퀴드가 기대한 안정적인 경기력이 나오진 않았다. 정규시즌에서 3연승을 거두며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이어 연패를 당하며 결국 5승 5패까지 떨어졌다. 이 상황에서 팀 리퀴드는 경기력이 부진한 '해리' 대신에 아카데미 출신의 '에이피에이' 에인 스턴스를 투입하는 결정을 내렸다. '에피에이'는 비록 라인전 단계에선 상대에게 밀렸지만, 한타에서 이니시에이팅을 담당하거나 '표식'의 성장을 돕는 등 나름의 역할을 수행했다. 팀 역시 '에이피에이'의 투입 이후 상승세를 타면서 결국 북미 3번 시드로 롤드컵에 진출할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약점은 역시 미드인 '에이피에이'에게 있다. 한국으로 치면 '그리즐리' 조승훈이나 '포비' 윤성원에 가까운 케이스로, 시즌 도중 갑작스럽게 합류했기 때문에 정상급에서 경쟁하기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특히 챔피언 폭 면에서 약점이 많다. 본인이 장인급으로 다루는 직스나 모스트 1인 니코 정도를 제외하면 명확하게 잘 다루는 챔피언이 많지 않다. 또 라인전 자체에서도 약점이 있다. 실제로 지난 LCS 플레이오프에서 15분 cs 리드 확률이 36%에 그쳤다는 것이 라인전의 아쉬움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다.
팀적인 기복 역시 팀 리퀴드가 가진 고질병 중 하나다. 좋을 땐 북미 최정상급 경기력을 보여줄 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무너져 내리기도 한다. 특히 한국인 베테랑인 박우태와 조용인이 모두 기복이 있는 편이다. 박우태는 고점은 확실하고 특히 잭스나 나르 등의 사이드 챔피언을 잡았을 때 강하지만, 라인전 단게에서 무너질 때도 종종 존재한다. 롤드컵 우승자 출신인 조용인 역시 이니시에이팅 서포터에 능한 편이지만 메카닉적인 이슈가 종종 발생해 교전에서 이탈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그렇다고 방심할 수는 없다. 비에고 등을 잡았을 때 홍창현이 보여주는 캐리력은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보여준다. 기복이 심하다고 언급된 선수들 역시 소위 '긁히는 날'에는 본인의 전성기 기량을 보여준다. 특히 밴픽 상에서 홍창현이 잘 다루는 비에고 등의 AD 캐리형 챔피언과 '에이피에이'가 자신있어하는 직스 등을 모두 내준다면 T1이 이변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과연 이번 월즈 스위스 스테이지 첫 라운드에서 T1이 팀 리퀴드 상대로 어떤 경기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허탁 기자 (taylor@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