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LCS 1번 시드는 롤드컵에서 굴욕의 역사를 지내왔다. 2013년 롤드컵까지는 각 메이저 지역 1시드가 녹아웃 스테이지에서 대회를 출발했다. 그러나 1시드 팀이 그룹 스테이지 조 추첨에서 1번 풀을 받는 방식으로 변경된 2014년부터 LCS 1시드의 고난이 시작됐다. 출발은 좋았다. 2014년에는 1시드 TSM이 로열 클럽, TPA, SK 게이밍과 한 조에 묶여 2위로 8강에 오른 것이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5년부터 잔혹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1시드 CLG는 쿠 타이거즈, 페인 게이밍, 플래시 울브즈와 한 조로 묶이며 해볼 만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CLG는 2승 4패의 성적으로 녹아웃 스테이지 진출이 좌절됐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북미의 거산들'은 번번이 8강 진출에 실패했다. 물론 허무한 탈락은 아니었다. 역대 LCS 최고의 미드라이너 중 한 명인 '비역슨' 쇠렌 비에르의 전성기 시절, 그를 중심으로 북미의 '슈퍼팀'을 꾸린 TSM은 2016년, 2017년 모두 3승 3패로 탈락했다.
2018년에는 C9이 LCS 최초로 롤드컵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C9은 LCS 3시드였다. 1시드 팀 리퀴드는 kt 롤스터, EDG, 매드 팀과 한 조에 묶였다. EDG를 한 번 잡아내는 등 분전했지만, kt에게 두 번 모두 패하면서 결국 3승 3패로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이듬해인 2019년 역시 1시드였던 팀 리퀴드는 이번에도 담원을 한 번 잡는 등 저력을 보여줬지만, 다시 한번 3승 3패를 기록하며 짐을 싸야했다.
2020년은 LCS에게 악몽 같은 시즌이었다. 오랜만에 1시드 자리를 찾은 TSM은 젠지, 프나틱, LGD 등 만만치 않은 상대들과 묶였다. 그러나 실상 네 팀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기력을 보여줬는데, 여기서 특히 TSM이 부진했다. 이 대회에서 TSM은 메이저 지역 1시드가 6전 전패를 기록하는 불명예 기록을 남겼다.
2021년에는 3시드 C9이 '퍽즈' 루카 페르코비치의 활약으로 8강에 가는 동안, 1시드 100 씨브즈는 T1과 EDG에 밀리면서 3승 3패로 탈락했다. 지난해에는 3시드 자격으로 두 번의 녹아웃 스테이지에 올랐던 C9이 1시드가 됐고, 1시드가 되자마자 1라운드 전패를 기록하며 최종 1승 5패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FBI' 빅터 후앙은 8강 진출 직후 "우리를 의심했던 분들에겐 계속 의심해달라는 말을 하고 싶다. 우리가 계속해서 증명해 나가겠다"는 말을 남겼다. 그의 자신감 넘치는 멘트 덕분인지, 8강에서 웨이보 게이밍을 상대해야 하는 NRG에게 많은 이들이 기대감을 보이고 있는 추세다. 이렇듯 NRG는 LCS 1시드 잔혹사를 끝냄과 동시에 롤드컵에서 가장 기대 받는 팀이 됐다.
팀의 에이스인 '팔라폭스' 크리스티안 팔라폭스는 매드전 후 인터뷰에서 "1시드이기 때문에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다"며 "저희는 그냥 경기하면서 저희가 가진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LCS 1시드의 부담을 내려놓고 자신들의 실력을 뽐내고 있는 NRG. 그들의 남은 롤드컵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윤식 기자 (skywalker@dailyesport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