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게 팬들과 관계자들의 기대치 역시 높을 수 밖에 없었다. LCK 스프링 시즌 시작 전 진행된 각종 예측에서는 디플러스 기아를 우승권 팀으로 둔 전문가가 많았고, 흘러나오는 스크림에 대한 이야기에선 디플러스 기아의 경기력이 뛰어나다는 말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시즌이 시작되고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했던 것 만큼의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다. 가장 큰 원인은 운영적인 측면의 아쉬움이었다. 세계를 호령했던 디플러스 기아는 '베릴' 조건희가 이탈한 이후로 지속적으로 운영에 대한 약점을 노출해왔다. 그리고 그 약점은 올해도 해결되지 않았다. 초반 라인전 단계에선 각 선수들의 높은 체급을 바탕으로 이득을 만들어냈으나, 중반이 넘어가면서 벌어놓은 것을 굴리기는 커녕 까먹는 운영이 발목을 잡았다. 상대적인 약팀을 상대로는 승리하지만, T1이나 젠지 같은 강팀을 상대로는 패배하는 모습이 반복됐다. 결국 스프링 시즌 최종 순위를 5위로 마치며 승격 이후 가장 좋지 않은 시즌을 보내게 됐다.
반복되는 문제에 디플러스 기아 역시 해결책을 내놨다. 다만 문제는 미봉책에 그쳤다는 것이었다. 스프링 시즌의 약점이 서머 시즌 초반부에도 노출되며 강팀을 상대로 승리하지 못하자, 디플러스 기아에서는 챌린저스 무대에서 과감한 이니시에이팅과 오더를 맡고 있던 '바이블' 윤설을 콜업했다. 라인전에서 강점을 가졌던 '켈린' 김형규 대신에 윤설을 투입하면서, 과감한 운영을 장착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경기력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으면서 서머 시즌 막판까지 김형규와 윤설의 교체기용이 이어졌고, 이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단 오히려 다른 문제를 키우는 결과를 내놨다.
디플러스 기아의 또 하나의 고질병은 밴픽이었다. 최천주 감독과 '고릴라' 강범현, 이장희 분석관 등으로 구성된 코치진은 시즌 내내 의아한 밴픽으로 비판의 대상이 됐다. 디플러스 기아가 밴픽에 접근한 방식은 상대팀에게 메타 픽을 쥐어주고 이를 카운터치는 픽을 준비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카운터치는 픽은 그 의미를 보여준 경우가 드물었고, 메타 픽은 메타 픽답게 훌륭한 성능을 자랑했다. 또 '캐니언' 김건부에게 캐리 롤 대신 탱커 픽을 주로 쥐어주는 등 팀원 간의 역할 조정 역시 아쉬웠다.
그럼에도 월즈 선발전에서 보여준 디플러스 기아의 모습은 팬들에게 다시 기대를 품게 하기 충분했다. '쇼메이커' 허수가 선호하지 않던 픽이었던 아지르의 숙련도를 올려오는 모습을 보였고, 서머 시즌에 패배했던 한화생명을 상대로 깔끔한 경기력을 보이며 승리했다.
그렇게 진출한 월즈에서 디플러스 기아는 G2와 kt 롤스터를 상대로 0승 2패를 당하면서 최악의 출발을 보였다. 첫 경기 바루스, 두 번째 경기 직스를 원거리 딜러로 선택하면서 밴픽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는 커져만 갔다. 이후 본인들의 장점이던 라인전 강점을 살리면서 BDS와 GAM에게 승리했지만, 결국 다시 만난 kt를 상대로 패하면서 시즌을 마감했다.
kt를 상대로 했던 마지막 경기는 결국 디플러스 기아의 이번 시즌 문제점을 요약해서 보여준 경기였다. 첫 경기 특유의 라인전 체급을 바탕으로 앞서갔던 디플러스 기아는 한타에서의 집중력 부족과 연속되는 운영 상의 실수로 인해 세트를 내줬다. 두 번째 세트에선 메타 픽을 거르고 선택했던 조합이 라인전과 밸류 면에서 모두 좋지 않은 평가를 들었다. 상대의 실수에도 불구하고 결국 경기를 내주며 시즌을 마감했다. LCK 4번 시드 팀 최초로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한 팀이 된 것이다.
시즌을 마감한 디플러스 기아는 이제 리빌딩에 돌입한다. 디플러스 기아는 시즌 종료 후 주전 로스터에 포함된 5인이 모두 계약이 종료되면서 FA 상태로 들어가게 된다. 과연 아쉬운 시즌을 보인 디플러스 기아가 어떤 방식으로의 리빌딩을 선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허탁 기자 (taylor@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