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스위스 스테이지 2주차에선 양상이 조금 달랐다. 스위스 스테이지 2주차 경기에서 레드 진영의 승률은 45.45%(22전 10승)로, 첫 주차 23%대에 머물던 것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올랐다. 물론 첫 주차에 비해 다전제가 집중적으로 진행되면서 강팀이 레드-블루에서 이기는 영향이 있기도 했으나, 밴픽 구도 자체도 다른 양상을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블루 진영의 유리함을 만들어낸 챔피언 중 하나로 평가받는 1티어 챔피언 자야 같은 경우 아예 밴이 되면서 등장하지 못하거나, 등장했을 경우 철저히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첫 주차에는 자야를 상대로 카이사를 뽑은 경우가 많았지만 2주차에선 카이사 대신 징크스나 아펠리오스처럼 팔이 긴 챔피언을 가져와 대처하는 모습이 더 많이 나왔다. 실제로 자야는 2주차 기준 5번 등장해 3번이나 패배했다.
레드 5픽의 맛을 살린 밴픽 역시 나오면서 레드 진영 승률을 끌어올렸다. 대표적으로 상대 바이 정글이 등장하자 레드 5픽에서 탐켄치를 뽑으며 원거리딜러 캐리 조합을 완성한 T1-BLG 전의 2세트나 레넥톤을 상대로 나르를 가져가면서 탑 주도권을 가져온 kt-디플러스 기아의 2세트가 레드 5픽의 맛을 살린 경우다.
전통적으로 월즈가 시작된 초반에는 메타가 확립되지 않아 블루 진영의 승률이 높지만, 경기가 진행되면서 주류 챔피언의 카운터 픽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기 때문에 레드 진영의 이점이 생긴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지난 롤드컵에서도 아트록스 같은 카드들이 주목받으며 초반 블루 진영이 유리하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시즌이 종료된 뒤엔 52대 48로 거의 비슷한 승률을 보였다.
8강에 진출한 LCK 3개 팀 중 진영선택권을 가진 팀은 젠지 뿐이다. 상위 시드가 진영선택권을 가지기 때문에 젠지는 진영선택권을 가졌으나, LPL 1번 시드인 징동 게이밍을 상대하는 kt는 진영선택권을 내줬다. T1의 경우 LCK 2번시드로 LPL 2번시드인 LNG와 같지만, 같을 경우 먼저 대진에 뽑힌 팀이 진영선택권을 가져간다는 룰에 따라 진영선택권을 내줬다.
스위스 스테이지서부터 대부분의 팀들이 블루 진영을 선호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kt와 T1 모두 레드 진영으로 경기를 시작할 확률이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T1은 앞서 말했듯이 레드 5픽에 서포터로 상대 조합을 카운터치는 등의 전략을 구사하며 레드 진영에서 BLG를 상대로 승리한 바 있고, kt는 한 술 더 떠 본인들이 직접 레드진영을 선택하고 디플러스 기아를 잡아낸 바 있다. 두 팀 모두 레드 진영을 겁내지 않는다는 의미다. 과연 레드 진영의 승률이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두 팀이 레드 진영에서 어떤 밴픽을 보여주고 경기를 어떻게 풀어갈지 기대가 모아진다.
허탁 기자 (taylor@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