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스테이지가 중반부까지 흘러가면서 많은 전문가들은 유틸 서포터의 밸류가 올라갈 것이란 전망을 밝혔다. 실제로 레나타 글라스크는 밴도 픽도 많이 나오면서 굉장히 높은 평가를 받았고, 나왔을 때도 78%라는 고승률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포터의 대세 픽은 라칸이나 렐, 알리스타처럼 이니시에이팅에 능한 챔피언들인 것 역시 사실이었다.
웨이보는 이런 상황에서 바텀에서의 묘수로 경기 역전을 이끌어냈다. 1세트 레드 진영으로 경기에 나선 양대인 감독의 웨이보는 레드 진영에서 흔히 보여주는 밴인 자야와 마오카이, 그리고 상대 정글러가 스위스 스테이지 내내 잘 다뤘던 자르반을 밴했다. 이 상황에서 상대는 오리아나를 선픽으로 가져갔고, 웨이보는 아펠리오스와 렐을 가져갔다.
현재 1티어로 꼽히고 있는 미드 오리아나 선픽은 자연스러운 픽처럼 보인다. 오리아나의 장점은 초중반 준수한 라인전과 함께 후반 단계 원거리 딜러에게 압박을 넣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사거리가 긴 구체를 통해 지역을 장악해 원거리 딜러가 편안하게 딜을 하기 어렵게 만든다. 마찬가지로 NRG가 이후 가져간 세나-탐켄치 조합 역시 후반 단계에서 세나의 길어진 사거리를 활용해 원거리에서 상대 딜러를 견제하는 조합이다.
그러나 레드 5픽에서 렐을 정글로 돌리고 밀리오가 나오면서 양대인 감독이 구도를 완벽히 바꿨다. 상대의 조합은 이니시에이팅보다는 사거리 차이를 활용한 일방적인 딜링에 중점을 둔 조합이었으나, 웨이보에서 밀리오를 뽑아 아펠리오스의 사거리를 늘리면서 조합이 힘을 쓰기 어려워졌다. 그러자 이니시에이팅이 없다는 조합의 강점이 두드러지게 보였다. 경기가 후반으로 갈수록 오리아나의 개인기량에 의존해 '충격파'로 상대 원거리딜러를 녹여야하는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고, NRG의 '팔라폭스' 크리스티안 팔라폭스는 그 미션을 수행하지 못했다. 결국 경기는 밀리오를 달아낸 아펠리오스의 캐리로 끝났다.
이런 전략은 특히 웨이보와 NRG의 선수 성향을 고려하면 더욱 잘 준비된 전략처럼 보인다. NRG의 서포터인 '이그나' 이동근은 기본적으로 유틸 서포터보다는 메이킹 서포터에 강점이 있는 선수다. 이번 월즈에서도 마지막 경기 카르마를 플레이한 것이나 세나-탐켄치 조합을 제외하면 모두 렐이나 라칸 등을 활용했고, 선수 생활 전반으로 범위를 넓혀도 모스트가 모두 이니시에이팅 서포터다. 알리스타나 렐, 라칸 같은 이니시에이팅 서포터의 등장을 예상할 수 있었던 이유다. 반면 '크리스프' 류칭쑹 역시 이니시에이팅에 능한 서포터긴 하지만, 밀리오로 전승을 기록 중인만큼 밀리오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선수다.
1세트에서 조합의 힘으로 역전승을 만들어낸 웨이보는 이후 2,3세트에선 압도적인 플레이로 승리하면서 4강에 당당히 올랐다. 과연 양대인 감독과 함께 하는 웨이보의 여정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또 양대인 감독은 어떤 밴픽을 준비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허탁 기자 (taylor@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