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가 3일 부산 사직 체육관에서 열린 2023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8강 2경기에서 빌리빌리게이밍(BLG)을 상대로 2대3으로 패배했다. LCK 챔피언이자 1번시드, 우승후보였던 젠지는 지난 MSI에서 패배했던 BLG에게 다시 한 번 무릎을 꿇으며 빠르게 대회를 마치게 됐다.
경기 후 인터뷰에 나선 고동빈 감독은 가장 먼저 아쉽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는 "우승후보로 계속 뽑혔던 만큼, 더 높은 곳에 가고 싶었고 갈 수 있다고 믿었다. 빠르게 탈락하게 되서 못 보여준 것이 많다. 몹시 아쉽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날 경기에서 승부를 가른 포인트 중 하나는 밴픽이었다. BLG는 본인들이 활용하지 않았던 럼블이라는 카드를 준비해오며 밴픽에서 유연함을 발휘한 반면, 젠지는 특히 매치 초반인 1-2세트에서 밴픽적으로 수세에 몰리면서 어려운 경기를 펼쳐야만 했다. 밴픽을 주도한 고동빈 감독 역시 책임을 통감했다. 그는 "1세트, 2세트의 경우 준비해왔던 조합들이 안 좋게 작용했다. 그래서 경기 시작 전부터 좀 불리했다. 전체적으로 선수들 폼이 좋았는데, 유연한 조합을 짜지 못했다. 감독인 저의 책임이다"라는 말로 패배의 원인을 본인에게 돌렸다.
특히 2세트에선 젠지가 레드 진영을 선택하고 럼블, 오리아나, 자야 등 티어가 높은 챔피언을 모두 내주는 밴픽을 진행했다. 이에 대해 고동빈 감독은 "코치진이 고민을 많이 했는데, 밴을 준비한 부분에서 레드 쪽으로 진행해봐야 바텀 밴픽이나 전체적인 밴픽을 맞춰갈 수 있을 것 같아 레드 진영을 선택했다"면서 "밴픽 전체적으론 준비해온 대로 됐는데 난이도가 높은 조합이 나왔다. 특히 1, 2세트 밴픽이 난이도가 몹시 높았다. 레나타라는 챔피언을 상대로 준비해온 부분이 미흡했던 것이 큰 원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패배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린 고동빈 감독은 자책을 이어갔다. 8강에서 여정을 멈춰야만 했던 것에 대해 그는 "젠지라는 팀에 한해서 더 개선을 해야하는 부분을 말씀드리기보다, 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제가 국제대회를 나왔을 때마다 대부분 빠르게 탈락했다. 국내 대회를 준비할 때와 국제 대회를 준비할 때 다를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 감독인 제가 적응을 잘 못한 것 같다. 선수들은 다 열심히 노력해줘서 더 좋은 결과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아쉽다"는 말로 본인의 책임을 통감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어 고동빈 감독은 내년 시즌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 했다. 그는 "선수들이 1,2경기를 무기력하게 졌다고 볼 수 있는 모습이 보여졌지만, 초반 부분에서 조합적으로 힘들었던 부분도 있었다. 멘탈적인 문제는 없었다. 젠지라는 팀은 언제나 국제대회에서 충분히 좋은 성적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년에 더 좋은 성적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허탁 기자 (taylor@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