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동이 강팀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영입이다. 2022년 T1과의 4강 전에서 미드에서 '야가오' 쩡치의 캐리력 부족이 눈에 띄고 바텀에서 '호프' 왕제와 '미싱' 러우원펑이 라인전부터 밀렸던 징동 게이밍. 시즌을 마친 후에 '나이트' 줘딩과 '룰러' 박재혁을 영입하면서 리빌딩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나이트'는 '야가오'와는 달리 강한 라인전을 기반으로 캐리력을 뿜어내는 스타일의 미드 라이너로, 징동에 합류하기 전 이미 정규시즌 MVP를 수상하며 그 실력을 입증한 바 있다. '룰러' 박재혁은 강한 라인전과 후반 캐리력을 동시에 겸비한, 명실상부한 최강의 바텀 라이너다.
최고의 선수들을 모은다고 좋은 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징동 게이밍의 감독인 '옴므' 윤성영은 교통 정리, 선수들끼리의 역할을 분배하는 것에도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탑에서 '369' 바이자하오에게 홀로 플레이할 수 있는 탱커 챔피언 위주로 쥐어주면서 팀의 자원을 캐리력이 높은 미드와 원거리 딜러에게 집중시켰다. 실제로 올해를 통틀어 '369'가 가장 많이 플레이 한 챔피언은 오른과 크산테, 레넥톤이다.
또 징동 게이밍은 메타를 파악하고 그에 맞추는 능력이 특출났던 팀이다. 기본적으로 미드라이너와 원거리 딜러가 대부분의 챔피언을 잘 플레이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것을 가장 뼈아프게 느꼈던 때는 역시 MSI였다. MSI에서 징동은 당시 메타였던 한타 중심의 고밸류 조합을 누구보다 잘 수행했다. 박재혁의 징크스나 '나이트'의 애니 등은 당시 메타에 가장 잘 맞으면서도 훌륭한 숙련도를 보였던 픽들이다. '카나비' 서진혁 역시 성장형 정글인 오공 등은 물론이고 탱커형 정글러인 세주아니 등도 잘 다루면서, 메타에 따라 유연하게 색깔을 바꿨다. 전체적으로 아랫 쪽에 무게를 두되, 메타에 따라 픽을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팀이 징동 게이밍이다.
이런 능력을 토대로 징동 게이밍은 두 번의 LPL과 함께 MSI까지 들어올리면서 LOL e스포츠 사상 최초의 '그랜드슬램'에 한 발짝 만을 남겨뒀다. 이번 월즈에서도 스위스 스테이지에서 BDS, BLG, LNG를 상대로 승리해 3승 0패로 녹아웃 스테이지에 진출했다. 이어 8강에서도 kt를 상대로 3대1로 승리, 4강에 진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징동 게이밍이 약점이 없는 팀은 아니다. 특히 롤드컵 기간에 들어서면서 '나이트'와 '369'의 상체 솔 라이너들의 라인전 폼이 극강까지는 아닌 모습이 연이어 노출된다는 점이 약점이 될 수 있다. 실제 kt 롤스터와 상대했던 경기에서도 '비디디' 곽보성이 '나이트'를 상대로 대부분의 세트에서 주도권을 가져가면서 경기 내에서 좋은 흐름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징동 게이밍이라는 팀의 승리 플랜 자체가 미드와 바텀에 치중됐다는 것을 고려하면, 미드에서 '나이트'의 폼은 확실히 변수가 될 만 하다.
징동 게이밍이 강팀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우수한 선수 영입, 선수에 맞는 전술 설정, 메타에 맞추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롤드컵에서도 기존의 강력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동시에 완전히 이길 수 없는 극강의 포스를 뿜어내고 있는 팀은 아니다.
허탁 기자 (taylor@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