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전을 앞두고 징동 게이밍이 레드 진영을 선택하면서 진영 간 밸런스가 잘 맞아진 것 같다는 시선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달랐다. 4강에선 총 9개의 세트 중 8개의 세트에서 블루 진영을 가져간 팀이 이겼다. 단 한 세트, T1과 징동의 마지막 세트에서만 레드 진영이 승리한 것이다.
블루 진영이 우위를 다시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은 바텀 밴픽의 중요도가 높아진 것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물론 지금도 블루 진영 선픽이 가지는 이점은 여전하다. 특히 오리아나는 미드에서 선픽으로 가져갔을 경우 대처하기 어려운 카드지만, 밴 카드 부족으로 풀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블루 진영의 믿을만한 점이다.
블루 진영의 또 하나의 이점은 바텀 구도에 숨어있다. 레드 진영에선 1,2픽에 바텀 듀오를 구성하지 않을 경우 블루 진영 2,3픽에서 바텀 듀오를 강하게 구성한 상대에게 잡아먹힐 수 있다는 위협에 처한다. 블루 진영 2,3픽을 보고 바텀 듀오 중 하나를 뽑는다고 하더라도, 남은 파트너를 상대가 밴할 수 있기 때문에 바텀에서 우위에 서기 어렵다. 반대로 레드 진영 1,2픽에서 바텀 듀오를 구성한다고 해도 상대가 해당 조합을 보고 2,3픽에서 바텀 듀오를 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우위를 유지하기 어렵다. 대부분 그래서 레드 진영에선 원거리 딜러나 서포터 중 하나를 먼저 뽑고 상대에 따라 대처해야 하는데, 그 난이도가 높다.
그런 면에서, T1은 이런 구도에서 다소 벗어나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바텀이 4,5픽으로 내려가는 걸 선호하면서도, 동시에 4,5픽에서도 맛을 낼 수 있을만큼 챔피언 풀이 넓기 때문이다. 실제로 T1이 레드 진영에서 승리한 경기들을 살펴보면, 5픽에서 '케리아' 류민석이 바드나 세나 서포터 등 예상하지 못한 픽을 가져오면서 승리했다. T1을 상대로 한다면 웨이보 역시 바텀에서 강한 픽을 빠르게 뽑고 우위를 가져가는 전략을 구사하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블루 진영이 밴픽에서 주도권을 가진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에, T1 입장에선 코인토스에서 승리하고 진영선택권을 가져가는 것이 가장 깔끔한 방법이다. 지난 징동과의 4강 전에선 코인토스에 패배한 T1이었지만, 상대가 레드 진영을 선택하면서 블루 진영에서 게임을 시작할 수 있었다. 결승전 코인토스는 오는 15일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이번엔 운이 T1에게 웃어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허탁 기자 (taylor@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