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보는 2023시즌에 돌입하면서 라인업에 빅네임을 다수 영입했다. 월즈 우승자인 '더샤이' 강승록과의 재계약에 성공한 것에 이어 MSI 우승자인 '샤오후' 리위안하오와 월즈 우승자인 서포터 '크리스피' 류칭쑹을 팀에 추가했다. 결과적으로 완성된 로스터는 '더샤이'-'카사' 훙하오쉬안-'샤오후'-'라이트' 왕광위-'크리스피'였다. 기존의 코치였던 T1 출신 '이지훈' 이지훈을 감독으로 승격시키며 팀의 지휘봉을 맡겼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못했다. 이유를 납득하기 어려운 밴픽. 작년에 비해 다소 떨어진 강승록의 폼. 그리고 잘 풀릴 땐 여전히 스마트한 동선을 보여주지만, 교전 면에서 약점이 두드러진 '카사'까지. 징동에 이어 가장 많은 기대를 모았던 팀 중 하나였던 웨이보는 결국 스프링 시즌 플레이오프 첫 경기에서 완패하면서 시즌을 빠르게 마감해야만 했다. 특히 플레이오프 과정에서 '카사'의 경기력 저하가 눈에 띄게 보였다는 점이 웨이보의 불안요소였다.
실망스러운 시즌을 마친 웨이보는 변화의 칼을 빼들었다. 이지훈 감독과의 게약을 종료한 웨이보는 밴픽 능력이 검증된 '대니' 양대인을 차기 감독으로 앉히며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해소하고자 했다. 거기에 더해 '카사'를 대체할 정글러로 스프링 시즌을 야인으로 보낸 '웨이웨이' 웨이보한을 영입했다.
물론 변화의 결과가 빠르게 나타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정규시즌만을 놓고 보면, 스프링 시즌과 서머 시즌의 웨이보의 성적은 각각 11승 5패와 10승 6패. 정규시즌 성적만 보면 오히려 떨어졌다. 그러나 팬들과 전문가들은 스프링 시즌의 웨이보와 서머 시즌의 웨이보가 차이가 있었다는 사실에 대부분 의견을 모았다. 스프링 시즌의 웨이보의 성적이 부족한 팀합과 의아한 밴픽 속에서 '체급'으로 이뤄낸 결과라면, 서머 시즌에는 오히려 체급 면에선 스프링 시즌보다 다소 떨어졌음에도 팀 합을 개선하는 모습 속에 정규 시즌을 치뤄냈다.
웨이보의 변화는 중요한 무대로 나갈수록 더욱 선명해졌다. 롤드컵 무대에선 더욱 그랬다. 첫 경기부터 파괴적인 경기력이 나온 것은 아니었지만, 메타에 맞는 챔피언을 위주로 단단한 모습을 보이며 경기력의 우상향 곡선을 그려냈다. 게다가 다소 폼이 떨어졌던 탑의 강승록이나 '웨이웨이' 등이 롤드컵 무대에선 폼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4강 전을 앞두고 상대 BLG의 에이스인 '빈' 천쩌빈을 상대로 고전하거나 수비적인 롤을 맡게 될 것이라고 예상되던 강승록은, 막상 경기에선 탑에서 변픽적인 밴픽으로 경기의 주인공이 됐다. '웨이웨이'는 본인이 잘 다루는 챔피언이 메타에 안착하자 팀의 안정감을 맡고 있다. 또한 '크리스피' 역시 T1의 '케리아' 류민석과 마찬가지로 변칙적인 서포터 픽을 활용하는 것을 즐기는 선수라 메타 면에서는 T1이 지금껏 만났던 어떤 상대보다 잘 맞는다고 볼 수도 있다.
큰 경기에 강한 양대인 감독의 밴픽 역시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요소다. 지난 4강 전에서도 탑 그레이브즈를 가져왔고, 밀리오를 적당한 타이밍에 뽑아내며 상대 조합을 카운터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양대인 감독은 이미 큰 무대 경험이 많은 감독인 만큼, 이번 경기에서도 어떤 묘수를 준비해올지가 승부의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요약하자면, 시즌 중 과감한 변화로 강팀의 토대를 마련한 웨이보 게이밍은 양대인 감독의 지휘 하에서 쌓아온 잠재력을 잘 짜여진 밴픽과 함께 뿜어내고 있다. 특히 메타의 흐름이 웨이보에게 웃어주고 있다는 점 역시 웨이보의 강력함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게 하는 원인이다.
허탁 기자 (taylor@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