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방송된 중국 데마시아컵 결승전에서는 한국인 선수인 '룰러' 박재혁이 소속된 징동 게이밍('카나비' 서진혁은 출전하지 않음)과 빌리빌리 게이밍의 대결이 펼쳐졌다. 그런데 경기 전 예고 영상과 결승 시작 전 선수들의 각오 영상에서 '룰러' 박재혁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박재혁이 징동 게이밍을 대표하는 스타 중 한 명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의문은 커져갔다. 이번 데마시아 컵에서는 경기 중에는 미니 캠(선수의 얼굴을 찍는 카메라) 화면을 제공하지 않고 밴픽 때만 제공했는데, 다른 선수들은 골고루 카메라에 잡힌 가운데 단 한 순간도 박재혁이 클로즈업된 적은 없었다. 결승전이 끝난 이후 선수들이 악수를 나누는 화면에서도 박재혁의 차례에 트로피를 확대하면서 선수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이런 부자연스러운 한국인 선수 배제는 '한한령'이라고 불리는 중국 정부의 정책의 영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한령'은 중국 정부가 한국의 문화 콘텐츠, 음반이나 드라마 등을 소비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이다. e스포츠에서의 '한한령'이 더욱 강해지면서 한국인을 노출하는 것 자체를 정부 차원에서 금지한다는 것이 이 사태를 둔 관계자들의 시선이다.
중국의 레전드인 '우지' 젠쯔하오의 발언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우지'는 데마시아 컵 결승이 열리기 전인 5일 본인의 개인 방송에서 '한한령'으로 인해 카메라에 박재혁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진행될 LPL 경기 역시 한국인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녹화 방송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는 설 역시 들린다. LPL에는 '룰러' 박재혁 외에도 많은 한국인 선수들이 각 팀의 핵심으로 활약 중이다. 중국 정부의 몽니로 인해 스타 플레이어들의 모습을 방송 중계로 보지 못하게 된다면 LPL은 '앙꼬 없는 찐빵'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허탁 기자 (taylor@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