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로 금의환향 한 그는 한화생명e스포츠의 일원이 됐지만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팀은 강력한 우승 후보였지만 플레이오프만 가면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2023 LCK 서머서는 외적인 이슈까지 터지면서 제대로 된 합을 맞추기 힘들었다.
많은 관계자는 2023시즌이 끝난 뒤 박도현이 팀을 떠나 LPL로 돌아갈 거로 예상했다. 하지만 그는 예상을 깨고 한화생명e스포츠 잔류를 선택했다.
▶ 내가 남는다면 분명히 찾아올 선수는 있을 거로 생각했다
계약 이후 한화생명e스포츠 캠프 원에서 만난 박도현은 "시즌이 일찍 끝난 뒤 많은 고민을 했다. 2024시즌을 앞두고 제가 중요하게 생각한 건 스스로 게임에 잘 몰두하고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진 팀으로 가는 것이었다"라며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한화생명e스포츠가 가장 적합했다. 더불어 내가 다시 이 팀에서 뛰겠다고 하면 분명히 그걸 보고 찾아오는 선수가 있을 거로 생각했다"며 재계약을 체결한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박도현은 2023시즌 많이 보여주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마음이 걸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팀과 여러 가지 상황이 잘 맞아 떨어져서 잔류를 빨리 결정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 시간을 되돌린다면? 2023년 스프링 개막 전으로
박도현과 '제카' 김건우를 영입한 한화생명은 2023시즌 LCK 우승 후보로 평가받았다. LCK 스프링서 10승 8패를 기록한 한화생명은 플레이오프서 kt 롤스터에게 패해 탈락했다. 서머 시즌서는 주전 정글러가 바뀌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 12승 6패, 3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랐지만 kt에게 0대3으로 패했다. LoL 챔피언십 선발전서는 디플러스 기아와의 4시드 결정전서 1대3으로 무릎을 꿇으며 쓸쓸히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는 "만약에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스프링 개막 전으로 가서 한번 해보고 싶다"며 "지금 나의 마음가짐을 갖고 그때로 간다면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지 궁금한 건 사실"이라고 답했다.
중국 LPL EDG에서 두 시즌을 치른 박도현은 2023시즌을 앞두고 한국행을 선택했다. 2년 만에 돌아온 그는 달라진 LCK 원거리 딜러 선수들의 플레이를 어떻게 지켜봤을까.
박도현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LCK에는 잘하는 바텀 선수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2023시즌에도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라며 "사실 원거리 딜러만 생각하는 게 쉽지 않아서 묶어서 종종 생각한다. LCK는 바텀 2대2 라인전을 빡빡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그런 방식으로 승리하는 게 익숙하고, 잘하는 팀이 그런 방법을 통해 승리하면 (다른 팀도) 그걸 따라 하기 때문이다"며 차이점을 전했다.
이어 "LCK와 LPL의 플레이 스타일은 좀 다르지만 (스크림, 경기 관전을 통해) 배우면서 서로의 장점을 흡수하려고 한다. 좋은 경쟁 관계라고 보면 될 거다"라며 "대부분 LPL 팀은 교전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LCK처럼 라인전에 주도권을 쥐면서 플레이하는 팀도 있다"고 했다.
▶ '메이코'의 결정 존중...잘 됐으면 하는 마음밖에 없다
2015시즌을 앞두고 EDG에 합류한 서포터 '메이코' 텐예는 '데프트' 김혁규(현 kt 롤스터), 박도현 등 많은 원거리 딜러와 호흡을 맞췄다. 하지만 텐예는 9년간의 EDG 생활을 마치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라이벌 팀인 TES로 이적했다. 텐예의 TES 이적 소식에 많은 중국 기자와 관계자는 놀라움을 나타냈다. 2021년과 2022년 텐예와 호흡을 맞췄던 박도현의 생각은 어떨까.
"쉽지 않았을 건데 '메이코'의 결정을 존중한다. '메이코'가 어딜 가든 행복했으면 좋겠다. 다른 팀에 간 걸 보면 어색할 거 같은데 본인이 잘 생각해서 결정한 것이기에 TES에 가서도 분명 자신의 기량을 다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잘 됐으면 하는 마음밖에 없다."
▶ 하루하루 의미 있게 살고 싶어요
2023시즌 실패를 맛본 박도현으로서는 2024시즌이 매우 중요해졌다. 한화생명e스포츠는 '제카' 김건우를 붙잡았고 젠지e스포츠의 '쓰리핏(three peat, LCK 3연패 달성을 의미)'의 주역인 '도란' 최현준, '피넛' 한왕호, '딜라이트' 유환중을 영입해 전력 보강을 마쳤다.
박도현에게 2024시즌 한화생명e스포츠의 방향성에 관해 물었다. 그는 "그냥 강팀이 됐으면 한다"라며 "모르는 사람이 봐도 서로서로 믿는다는 느낌이 드는 그런 끈끈한 팀이 됐으면 한다. 당연히 목표는 우승이지만 나아가서는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살고 싶다. 그래서 '매일매일 후회 없이 살자'가 목표다"라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일산=김용우 기자 (kenz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