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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 기획] '팬들 덕분에 대우받는데...' e스포츠 고유문화 없앤 LCK

[DES 기획] '팬들 덕분에 대우받는데...' e스포츠 고유문화 없앤 LCK
몇 년 전 LCK 하위권 팀에서 활동하던 선수 A는 연패서 탈출한 이후 진행된 승리 인터뷰서 기자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승리해서 너무 기쁘다. 승리하면 팬 미팅을 통해 팬들과 만남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안타깝게도 2024년 LCK에서는 대면 팬 미팅은 볼 수 없다. 라이엇 게임즈는 12일 "안타깝게도 경기 종료 후 롤파크에서 진행되던 대면 팬 미팅은 2024시즌부터 잠정 중단된다"며 "LCK 10개 팀과 논의한 결과, 선수들과 팬들이 서로 안전하고 쾌적하게 팬 미팅을 할 수 있을 만큼 넓은 공간이 부재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고 설명했다.

▶ 팬 미팅의 역사
한국 e스포츠에서 팬 미팅 역사는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스타1) 리그로 거슬러 올라간다. 20년 전 스타1 리그 팬 문화는 모 포털 사이트 커뮤니티를 통해 형성됐다. 선수와 팬들은 정모('정기 모임'의 준말)를 통해 교류했고 개인 리그서 우승한 선수의 팬들은 뒤풀이에 초청받는 영광을 얻었다.

이후 한국 e스포츠는 스타크래프트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LoL)로 흐름이 넘어왔지만 기존의 팬 미팅 문화는 이어졌다. 온게임넷(현 OGN)이 진행하던 상암 e스포츠 경기장서 SK텔레콤 T1(현 T1) 팬들이 승리하기 전 팬 미팅을 위해 경기장인 14층에서 1층으로 바쁘게 움직인 건 유명 일화였다.

스포티비 게임즈(폐국)에서 진행한 LCK 경기는 환경이 더 열악했다. 강남이었지만 팬 미팅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없었다. 당시 모 매장 앞에서 게임단 선수들은 자리를 잡고 팬 미팅을 진행했다. 당시 경기가 클라이언트 오류로 인해 새벽 3시에 끝나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때도 팬 미팅이 있었다.
사진=라이엇 게임즈.
사진=라이엇 게임즈.
▶ LCK 내에서 달라진 팬 미팅 생각
몇 년 전 복수의 게임단 관계자는 경기 후 진행되는 미디어 인터뷰에 관해 불만을 나타냈다. 당시 만들어진 규정 중 경기 후 매체들이 승자 인터뷰 등 취재할 수 있게 주어진 시간은 1시간이었다. 하지만 게임단 관계자들은 팬 미팅을 기다리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끝내달라고 요구했다.

2019년 초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던 경기가 온라인, 무관중 경기로 전환된 시기를 제외하더라도 팬 미팅은 계속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팬 미팅의 규모는 축소되기 시작했다. 승리 팀만 진행됐으며 팬 미팅 시간도 30분으로 제한됐다. 티켓을 구입한 팬이라도 뽑기를 통해 당첨돼야 팬 미팅의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팬 미팅에 대한 생각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대부분 선수들은 팬 미팅을 통해 힘을 얻어 긍정적이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일부 선수들은 피곤하다는 이유로 경기 후 팬 미팅을 하는 것에 관해 부담스러워한다는 이야기가 관계자들 사이서 흘러 나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없어진 팬 미팅 공간
라이엇 게임즈는 "모든 팀이 한정된 공간과 시간 내에서 팬 미팅을 진행해야 하다 보니 팀마다 자신만의 개성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한 채 일률적인 방식으로 팬 미팅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며 "비록 경기 후 롤파크에서 진행되던 각 팀 별 대면 팬 미팅은 중단되지만, 팬들과의 접점을 늘릴 수 있는 다른 방식을 각 팀과 리그 차원에서 강구 중에 있으니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사실 2018년 개장한 롤파크는 팬 미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초창기에는 홈 팀과 원정팀을 위한 팬 미팅 장소가 존재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방송, 대회 운영을 위한 구조물이 채워졌고, 공간은 좁아지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팬 미팅 공간도 티켓 부스로 변했다.
사진=라이엇 게임즈.
사진=라이엇 게임즈.
▶게임단으로서는 비용적인 부담 커질 것
LCK의 결정을 지켜본 타 종목 e스포츠 관계자는 "공식 경기 이후 팬 미팅이 불가능하다면 오프라인에서의 메리트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라며 "팀 입장서는 경기장 팬 미팅 덕분에 (팀이 진행하는) 팬 미팅을 연 1~2회 정도로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횟수를 늘려야 할 것이기에 비용적인 부담도 생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사진을 찍을 때) 팬들이 요구하는 포즈가 선수들에게 부담일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정도 팬 서비스를 못 할 거면 프로라고 할 수 없다"라며 "팀을 유지하는 데 있어 충성심 있는 팬들을 만들려고 경기장에서 시간을 내 팬 미팅을 하는데 그 기회가 줄어드는 거 같아 아쉽다. 이게 다른 종목으로 퍼질 거 같아 우려는 있다"고 말했다.

현장 팬 미팅이 사라진 것에 대해 부작용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팬들은 LCK가 열리는 그랑서울 지하 주차장으로 이동해 선수들에게 사인이나 사진 촬영을 요구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다른 관계자는 "주차장까지 와서 요구하는 팬들을 거부하는 건 선수단 입장서는 부담스러울 거다"라며 "반대로 거부당하는 입장서는 반감도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용우 기자 (kenzi@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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