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한화생명과 T1의 경기로 LCK가 2주차 일정을 모두 마무리한 가운데, 아지르는 현재 LCK에서 30번 등장해 8승 22패 승률 26.7%를 기록하고 있다. 심지어 1월 24일 광동 프릭스와 kt 롤스터의 대결에서 '비디디' 곽보성이 아지르로 패한 뒤부터 10연패를 기록하면서 많은 팬들에게 '패배픽'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반면 해외의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전 세계 모든 LOL 프로무대를 총합하면 아지르는 밴픽률 78%에 승률 50%로 준수한 픽 정도의 승률을 보이고 있다. 비교적 경기력이 좋다고 평가받는 4대리그(LCK,LPL,LEC,LCS)를 종합해서 살펴봐도 밴픽률 85%, 승률 47%로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두 지표에서 LCK의 성적을 제외하면, 해외 지역에선 모두 아지르가 50%가 넘는 승률을 기록 중이란 사실을 살펴볼 수 있다. 지난해까지 아지르가 한국에서 선호도도 높고, 또 잘 다루는 픽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와 같은 흐름은 꽤나 이질적이다.
상대적 약팀에서 아지르를 고르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 가장 먼저 제시되는 아지르의 승률을 낮춘 원인이다. 올 시즌 기준 아지르를 LCK에서 가장 많이 뽑은 선수는 전패를 기록 중인 OK저축은행 브리온의 '카리스' 김홍조다. 김홍조는 올 시즌 아지르로 0승 6패를 기록했다. 범위를 더 넓혀보면 1위부터 5위까지의 팀은 총 11번 아지르를 꺼낸 반면, 6위부터 10위까지의 팀은 총 19번을 꺼내 아지르의 선호도는 명백히 하위권 팀에서 더 높은 경향을 보였다. 자연스럽게 아지르의 승률이 하락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지르의 승률 하락이 하위권 팀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아지르를 잘 활용해 비둘기 사기단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던 '페이커' 이상혁과 '비디디' 곽보성의 아지르 전적은 올시즌 각각 0승 3패, 1승 2패에 그치고 있다. '쇼메이커' 허수 역시 아지르를 1번 꺼내 패배했다. 3전 전승을 기록한 '제카' 김건우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선수들이 아지르로 승리를 쌓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페이커' 이상혁의 아지르 통산 승률은 66.7%, '비디디' 곽보성의 아지르 통산 승률은 60.3%에 달한다.
아지르의 승률이 하락한 가장 대표적인 이유에 대해선 템트리의 변화로 인해 요구되는 플레이 스타일의 변화에 팀과 선수들이 아직 적응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14.1 패치에서 아지르가 기존에 선호하던 코어 아이템인 '부서진 여왕의 왕관'이 삭제되고, '초시계' 역시 삭제됐다. 기존 '부서진 여왕의 왕관'을 코어 아이템으로 올리던 빌드의 아지르는 흔히 '토스'라고 불리는, 진입한 뒤 궁극기를 활용해 상대 딜러를 밀어내는 플레이를 비교적 위험 부담이 적은 상태에서 시도할 수 있었다. '부서진 여왕의 왕관'의 대미지 감소 효과로 인해 진입한 이후에도 생존을 도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현재는 '부서진 여왕의 왕관'이 삭제됐을 뿐 아니라 또 아이템들의 변화 과정에서 게임의 전반적인 대미지가 상승해 진입할 경우 스킬 1~2개만 잘못 맞아도 바로 폭사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 2~3코어로 아지르가 '존야의 모래시계'를 올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내셔의 이빨'을 필수로 올려야되는 상황에서 '존야의 모래시계'의 타이밍이 늦어지면서 진입에 따르는 위험 부담은 더욱 커진다.
과거 LCK에서 아지르가 메이킹을 시도하는 빈도 수가 워낙 높았기 때문에 선수들의 스킬에 대한 반응이 더욱 좋아진 점도 아지르 승률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리그 2주차지만 벌써 수 차례 아지르의 '황제의 진영'을 피해내는 선수들의 모습이 하이라이트에 등장했다. '토스'의 성공률은 낮아지고 부담은 커지며 결국 아지르 자체가 애매한 픽이 되었다는 해석이다.
아지르의 또 하나의 문제는 초반 단계 힘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아지르는 LCK 기준 15분 cs 격차 +1, 골드 격차 -34를 기록한 반면 올해는 15분 cs -1.3, 골드 격차 -244로 지표가 명확히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라인전 압박이 필요할 경우 '신비로운 유성'이나 '콩콩이 소환' 등의 핵심 룬을 선택해 압박에 나섰던 지난 시즌과 달리, 메타와 아이템의 변화로 올 시즌에는 '기민한 발걸음' 룬이 대세가 되면서 라인전 압박이 더 어려워졌다.
그 결과 아지르를 상대로 코르키 같이 후반에 강한 픽을 고르더라도, 아지르가 강하게 압박해 팀적인 이득을 만들어내는 것이 어려워졌다는 것이 아지르 승률 하락의 원인일 수 있다. 또 1코어 타이밍에도 '루덴의 메아리'를 가진 아지르는 딜적인 측면에서 강점이 있고, '부서진 여왕의 왕관'을 올린 아지르는 앞서 언급한 대로 메이킹이 가능한 반면 '내셔의 이빨' 아지르는 힘을 쓰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정리하자면 아이템의 변화로 인한 바뀐 플레이 스타일과 초반 단계 파워 하락이 아지르의 승률을 낮춘 원인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LCK, 특히 미드 라인 구도에서 등장하는 픽이 많지 않은 것이 현 상황인 만큼, 3주차에도 리그에 아지르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과연 아지르가 '패배픽'이라는 시선을 벗어던지고 예전의 영광을 회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허탁 기자 (taylor@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