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젠지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경기력을 뽐내며 기세를 올린 가운데, 가장 빛나는 장면을 한 장면 꼽자면 피어엑스와의 경기 2세트 막바지에 나온 '쵸비' 정지훈의 아지르 궁극기 '황제의 진영' 활용일 것이다. 젠지는 정지훈의 이 플레이로 단 한 번에 경기를 마무리하면서 3연승에 성공했다.
이날 경기 1세트에서 압승을 거뒀던 젠지는 2세트에서는 다소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 시작과 함께 인베이드 과정에서 첫 킬을 올렸고, 연이어 바텀에서도 킬을 내며 기세를 올렸지만, 8분경부터 바텀에서 연달아 피해를 본 것이다. 이후 두 번째 드래곤 한타마저 대패하며 분위기를 상대에게 넘겨줬다.
이후 교전에서도 밀리며 세 번째 드래곤 스택까지 내준 젠지는 27분경 미드 지역에서 강한 압박을 넣는 피어엑스의 움직임에 뒤로 밀려났다. 그러나 그때 정지훈이 아지르로 '슈퍼 토스'를 보여주며 그림 같은 한타 구도를 만들었다.
정지훈의 이 토스는 상대 다섯 명을 모두 띄우는 데 성공했고, 그중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던 '헤나' 박증환의 바루스와 '클로저' 이주현의 탈리야가 바로 터지면서 한타가 시작됐다.
젠지에게 유리한 구도에서 상대 진형이 완전히 갈렸고, 정지훈은 위로 빠지던 '엑스큐트' 이정훈의 노틸러스를 잡았다. 그러고 나서 나머지 팀원들과 '클리어' 송현민의 크산테까지 정리하며 에이스를 띄웠다. 이 승리와 함께 젠지는 그대로 진격해 넥서스를 파괴했다. 단 한 번의 전투로 경기를 마무리한 것이다.
이 플레이는 기본 정보를 잘 숙지한 정지훈의 침착한 플레이에서 비롯됐다. 정지훈은 상대의 점멸과 주요 궁극기 여부를 파악하고 구도가 나온다는 판단이 서자, 주저하지 않고 진입해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그런 만큼 이 장면을 보기 전에, 앞서 살필 장면이 바로 23분경 열린 드래곤 전투다.
당시 진형이 무너진 젠지는 피어엑스에게 쫓겼다. 정지훈은 노틸러스를 플레이한 '엑스큐트' 이정훈의 그랩에 끌리는 순간, 궁극기를 활용해 변수를 노린다. 이때 바루스를 플레이한 '헤나' 박증환을 노렸지만, 점멸로 빠져나가며 킬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이때 빠진 점멸이 결국 마지막 순간에 스노우볼로 굴러간 것이다.
마지막 한타 직전 박증환의 바루스는 6킬 2데스 6어시스트로 잘 성장한 상황이었다. 젠지 입장에선 바루스를 무는 것이 포인트였던 것. 정지훈은 점멸이 없는 박증환의 바루스 궁극기까지 빠지자, 망설임 없이 바로 진입해 '5인 궁'을 성공시킨다. 상대 원거리 딜러의 궁극기, 점멸 여부를 잘 파악하고 있던 정지훈이 만들어낸 명장면이었다.
강윤식 기자 (skywalker@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