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초 많은 이들이 디플러스 기아가 아닌 kt의 승리를 점치는 분위기였다. 순위도 디플러스 기아가 5위로 4위인 kt보다 더 낮았고, 정규 리그 막바지에 4연패를 당하는 등 디플러스 기아의 최근 분위기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달랐다. 탑 렉사이 픽을 절묘하게 활용한 디플러스 기아는 풀 세트 접전 끝에 kt를 꺾었다. 특히 5세트 사일러스 선택이 결정적이었다. 마지막 레드 5픽에서 사일러스를 꺼낸 디플러스 기아는 절묘한 3레벨 갱킹 성공과 함께 승기를 잡았다. '쇼메이커' 허수와 '루시드' 최용혁의 호흡이 빛난 장면이다.
하지만 가장 큰 단점은 초반 라인전이다. 초반 라인전이 약하기 때문에 이 구간을 잘 넘겨야만 후반을 도모할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날 경기에서 사일러스를 플레이한 허수는 리 신을 플레이한 최용혁과 함께 빠르게 kt '비디디' 곽보성의 아지르를 노린다.


이 킬과 함께 사실상 경기가 넘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킬을 먹은 최용혁은 가뜩이나 초반이 강한 챔피언인 리 신으로 날카로운 플레이를 이어가며 눈덩이를 굴렸다. 라인전에서 여유가 생긴 허수는 사일러스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갔고, 상체 교전에 적극 참여해 경기를 터트렸다. 허수 역시 경기 후 인터뷰에서 "미드-정글 시너지를 내는 게 중요했다. 밴픽 끝나고 그런 설계를 했고, 3레벨에 아지르를 잡고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다"며 초반 킬 장면이 결정적이었다고 돌아봤다.
디플러스 기아는 예전부터 미드-정글에서 강력한 시너지를 내면서 롤드컵까지 차지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올 시즌 새롭게 호흡을 맞추게 된 허수와 최용혁이 보여준 이날 이 3레벨 설계는 디플러스 기아의 익숙한 향기가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오는 3월 열리는 젠지와의 플레이오프 2라운드서 디플러스 미드-정글 듀오가 좋은 호흡을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강윤식 기자 (skywalker@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