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젠지는 정규 시즌에서 무적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kt 롤스터에게 당한 단 한 번의 매치 패를 제외하고, 모든 경기에서 승리했다. 특히 리그 중반까지 선두 경쟁을 펼치던 한화생명과 T1을 모두 제압한 바 있다. 한화생명과의 두 번의 승부에서는 모두 2 대 0의 압승을 거둘 만큼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지난 6일 플레이오프 승자조에서 다시 만난 한화생명과의 경기는 이전 흐름과는 달랐다. 젠지는 T1을 잡고 올라온 한화생명의 기세에 힘든 경기를 펼쳤다. 1세트를 내줬고, 이어진 2세트에서도 경기 중반까지 다소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진땀승을 거둔 것이다.
시리즈의 향방을 결정지을 3세트에 돌입한 젠지. 젠지는 해당 세트 역시 한화생명의 거센 압박에 고전했다. 특히 징크스를 플레이한 상대 원거리 딜러 '바이퍼' 박도현의 성장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했다. 소규모 교전에서 잇달아 패하면서 19분 기준으로 3,000 골드 가까이 밀리는 상황을 맞았다.
이런 불편한 구도에서 팀을 구한 이는 정지훈이었다. 19분 세 번째 드래곤을 앞둔 상황에서 젠지는 과감하게 파고드는 한화생명의 움직임에 노틸러스를 플레이한 '리헨즈' 손시우를 먼저 잃고 만다. 한 명을 잃으며 진형이 무너진 젠지는 상대에게 쫓기게 됐다. 이때 아래쪽에 있던 정지훈이 기회를 살폈다.
아지르로 상대 추격조 가운데로 과감하게 파고든 정지훈은 궁극기 '황제의 진영'을 사용한다. 절묘한 스킬 활용을 통해 점멸까지 쓴 박도현의 징크스를 받아넘기는 데 성공했고, 동료들이 징크스를 마무리하는 사이 정지훈은 적진 가운데에서 '존야의 모래시계'로 버텨냈다. 탱킹 아이템을 간 선택 역시 오랫동안 버티는 데 한몫했다.
이 한타 승리로 위기에서 벗어난 젠지는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결국 이후 집중력 있는 교전력으로 역전에 성공하며 중요했던 3세트를 가져갔다. 기세가 오른 정지훈은 4세트에서도 아지르를 플레이하며 맹활약을 펼쳤다. 결국 젠지는 정지훈의 물오른 경기력을 앞세워 승리하며 결승 진출을 확정 지을 수 있었다.
강윤식 기자 (skywalker@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