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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식의 e런 사람] 'FC온라인 황제' 김정민이 말하는 '유관 DNA'

[강윤식의 e런 사람] 'FC온라인 황제' 김정민이 말하는 '유관 DNA'
김정민은 'FC' 시리즈가 리브랜딩 되기 전 '피파'로 불리던 시절부터 활동해 온 베테랑 게이머다. 초기 넘버링 시리즈에서 먼저 두각을 드러냈고, '피파온라인 3' 당시에는 절정의 기량을 뽐내며 '황제'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하지만 'FC 온라인'으로 넘어오면서 올드 게이머가 된 그는 팀 동료기도 한 곽준혁, 박찬화 등 신예에게 '황제'라는 칭호를 넘겨줬다.

지난 3월. 김정민이 2024 eK리그 챔피언십 시즌 1 개인전 정상에 올랐다. 무려 2,430일 만에 개인전 챔피언에 등극하면서 '황제'의 복귀를 알렸다. 이어 팀전 결승에서도 우승하며 이번 시즌 더블을 달성했다. 그리고 이제는 국제대회인 FC 프로 마스터즈를 앞두고 있다. 또 한 번의 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시기에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숱한 우승을 경험한 그는 '유관 DNA'를 강조하며 FC 프로 마스터즈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7년 만에 이룬 개인전 우승…그가 말하는 '유관 DNA'
7년 만에 개인전 우승을 이뤄냈던 김정민.
7년 만에 개인전 우승을 이뤄냈던 김정민.
김정민의 마지막 개인전 우승은 '피파온라인 3' 시절인 2017년 7월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7년의 세월이 흐른 후 김정민은 다시 한 번 개인전 정상에 올랐다. 최강자로 군림하던 시기를 지나 부침을 겪은 시절이 무려 7년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김정민은 "7년 만에 우승을 했다. 그 사이에 많은 대회에서 탈락했다. 그래도 피드백을 통해 실수를 보완하면 우승하겠다 싶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멘탈적으로 흔들렸던 시기는 적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2, 3년쯤 전에 새들러라는 팀에 있을 때는 성적을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은퇴를 고민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시기를 버티게 해 준 이는 지금의 팀원들이었다고 한다. 그는 "다행히도 그런 고민을 할 때 (김)관형이 형, (곽)준혁이가 같이 해보자는 이야기를 해줬다. 팀원들이 많이 도와줘서 지금까지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오랜만에 우승을 차지한 만큼 김정민은 노장 게이머가 돼있었다. 88년생인 그는 eK리그 챔피언십 출범 후 최고령 우승자로 등극했다. 김정민은 "'FC 온라인'은 피지컬 보다는 어떻게 보면 심리전, 혹은 전술이 조금 더 중요한 것 같다. 피지컬이 좋아야 성적을 낼 수 있는 게임이었다면 우승이 불가능했을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동안 20년 게임을 하면서 쌓인 노하우가 있다. 변화하는 게임 특성상 당연하게 변화를 받아들이고 새롭게 적응하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나이가 있음에도 어린 선수들하고 경쟁할 수 있지 않나 싶다"고 돌아봤다.

e스포츠를 포함한 대부분의 스포츠팬은 '유관력'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고는 한다. 우승을 자주 하는 선수들에게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말이다. 숱한 우승을 경험한 김정민은 이른바 '유관 DNA'라는 게 존재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100% 있다고 생각한다. 우승을 해본 사람과 안 해본 사람 사이의 차이는 있다. 멘탈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상금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주변에서 많은 이야기가 들리기 마련이다. 이때 멘탈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나는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끝까지 집중하느냐, 흐트러지느냐 차이인 것 같다"며 "그런 면에서 전 라운드가 올라갈 수록 점점 집중력이 좋아지는 걸 오랜 시간 느꼈다. 그래서 유관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2002 월드컵을 계기로 시작했던 'FC' 시리즈
김정민의 최전성기였던 성남FC 시절.
김정민의 최전성기였던 성남FC 시절.
2002 한일 월드컵은 아직도 대한민국의 수많은 이들에게 축구의 꿈을 심어준 대회로 회자되고 있다. 김정민 역시 2002 월드컵을 통해 축구 게임인 'FC(당시 '피파')'를 처음 접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뭔가 처음부터 굉장히 제가 잘했던 기억이 있다. 어느 정도로 잘했냐면 당시 WCG 2002에서 우승했던 (황)상우 형보다도 제가 더 잘했다"고 회상했다.

한국 'FC' 최고수를 상대로 경쟁력을 느낀 김정민은 그때 처음으로 게이머에 대한 생각을 해봤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그는 "한 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때는 지금의 리그처럼 이렇다 할 시스템이 없었다. 그래서 프로게이머를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대회가 있으면 나가는 정도였다. 그런데 입상을 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e스포츠협회에 등록도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교 다니면서 대회 있으면 나갔고, 졸업 후에는 다른 일을 하면서 대회가 있으면 나가는 식으로 생활했다. 그렇게 프로 생활 아닌 프로 생활을 계속 했다"며 "정말 본격적으로 게임에만 집중하기 시작했던 순간은 2016년에 성남FC에 입단하면서부터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프로게이머만 했던 것 같다"고 지난 세월을 돌아봤다.

그렇게 오랜 세월 'FC' 게이머로 활동해 온 김정민은 그 기간 공격적인 플레이를 고수하며 많은 팬의 사랑을 받았다. 최근 오랜만에 우승했던 eK리그 챔피언십에서도 파이널 서드 지역에서 뽐내는 특유의 위협적인 드리블을 활용해 상대를 괴롭히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공격적인 플레이를 처음하게 된 계기를 묻자, 김정민은 그냥 본인의 성향인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처음 게임할 때 어린 나이에 수비가 너무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빨리 공을 뺏어서 내 공격을 해야겠다는 생각만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어릴 때부터 오랫동안 공격적으로 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남들보다 훨씬 공격을 잘하게 됐다"며 "사실 중간에 스타일을 바꿔볼까 고민도 했지만 결국엔 재미가 없었다. 스스로가 재미를 못 느끼니까 이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또, 저같이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실제로 대회에서도 공격적인 플레이를 할 때 팬들이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신다. 그런 모습을 보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계속 고수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자리 잡아가는 eK리그 속 가장 긍정적인 점, '신예의 등장'
[강윤식의 e런 사람] 'FC온라인 황제' 김정민이 말하는 '유관 DNA'
베테랑 김정민은 지난해 본지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전성기 시절 eK리그 챔피언십 같은 팀 단위 정규리그가 없었던 것에 아쉬움을 보였던 바 있다. 그는 "그때는 모든 대회가 개인전이었다. 그렇다 보니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고, 우승을 해도 더 뻗어나가는 느낌이 없었던 것 같다. 이 판이 변화되지 않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며 "지금의 eK리그처럼 팀적으로 리그가 운영되고 게임단도 들어오면서 그때부터 이런 시스템이 갖춰졌다면 지금 상황에서 더 나은 모습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현재 제작진을 포함해 선수들 모두 리그 발전을 위해서 노력하는 부분은 굉장히 긍정적이다. 그런데 대회 방식으로 인해 강등당하는 팀이 나오고 있다. 어떻게 보면 기존 선수들 간에도 스토리가 쌓이고 쌓여야 팬들도 더 생길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이 자꾸 사라져 버리니까 그런 점에서는 아쉬운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하기도 했다.

이렇듯 김정민은 리그 구조 안에서 발생하는 결과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새로운 선수들의 등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올 시즌에는 광주FC의 황세종 등이 리그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도 했다. 김정민은 그동안 어린 선수들이 자주 등장하지 않았던 부분을 떠올리며 신예들의 활약에 박수를 보냈다.

김정민은 "사실 굉장히 오랫동안 'FC' e스포츠에서 정말 어린 동시에, 정말 잘하는 친구들이 잘 안 나왔던 것 같다. 몇 년 동안 한, 두 명 나오는 정도였는데, 올 시즌은 황세종 같은 선수를 필두로 가능성을 보이는 어린 선수들이 많이 보이더라"며 "예전에는 'FC 온라인' e스포츠에서는 나이가 어느 정도 있고 경험이 쌓여야만 우승권에 들 수 있다는 이야기가 오랫동안 나왔다. 그런데 이번 시즌에 진짜 잘하는 어린 선수들이 나오는 점은 굉장히 기분이 좋다"고 밝게 이야기했다.

▶FC 프로 마스터즈에서 다시 노리는 세계대회 우승
2023 EACC 스프링에서 파이널 MVP를 수상했던 김정민(사진=넥슨).
2023 EACC 스프링에서 파이널 MVP를 수상했던 김정민(사진=넥슨).
eK리그 챔피언십 시즌 1 정상에 선 김정민과 kt 롤스터는 26일 대전에서 열리는 FC 프로 마스터즈에 출전한다. 지난해 두 번의 EA챔피언스 컵(EACC)에서 우승했던 kt는 다시 한 번 세계 대회 우승을 노린다. 김정민은 "국제대회는 짧은 기간 토너먼트로 진행된다. 그런 토너먼트에서는 유관력이 필요하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서 "저는 그런 승부를 내는 데서 강한 편인 것 같다"라며 "국제전은 승부처에 강한 사람이 강하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번 FC 프로 마스터즈에는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자주 모습을 보였던 태국의 페이즈 클랜, 중국의 맨시티 등이 출전하지 않는다. 자주 맞붙던 팀이 아닌, 조금은 낯선 팀들과 경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김정민은 이런 부분에 대한 걱정보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정민은 "국제대회에서 가장 위협이 되는 팀은 페이즈 클랜이 맞다. 그 친구들이 떨어졌다는 점은 사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물론 그 팀을 이기고 올라온 팀이 있다는 거니까 쉽지는 않겠지만, 지난 9월 FeCC때 봤던 선수들이기도 하다. 새로운 얼굴도 있지만, 경기하는 걸 보기도 해서 새로운 팀이라는 점에서 경계하지는 않는다. 준비하던 대로 준비 잘하면 지난 대회 때처럼 좋은 결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끝으로 김정민은 "대회 명칭이 바뀌었다. FC 프로 마스터즈라는 이름의 새로운 대회에 출전하게 돼서 기쁘다. 첫 대회이니만큼 첫 번째 우승팀으로 kt의 이름을 올리는 게 목표다"라며 "더욱이 우리나라 대전에서 하니까 응원해 주는 팬들이 경기장에 많이 오실 것 같다. 응원해 주시면 좋은 결과 가져오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남겼다.

강윤식 기자 (skywalker@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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