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야구단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운영하는 SHG는 언솔드 스터프 게이밍의 시드권을 인수해 2019년부터 LJL에 참가했다. 2022년까지 LJL서 하위권에 머물렀던 SHG는 올해 초 LJL 스프링서 데토네이션FM을 3대0으로 꺾고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작년까지 LJL은 독립 리그로 인정받았다. 그래서 우승을 차지하면 LoL e스포츠 국제 대회인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과 롤드컵 참가가 가능했다. 하지만 라이엇 게임즈가 2024시즌을 앞두고 LJL을 PCS(퍼시픽 챔피언십 시리즈)에 편입시키면서 상황이 변했다. LJL서 우승을 하더라도 PCS 플레이오프를 뚫어야 했다. SHG는 PCS 스프링서는 결승전까지 올랐지만 PSG 탈론에 패하면서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서머서는 준우승을 차지하며 롤드컵 무대를 밟는 데 성공했다.
◆ 10년 만에 밟은 롤드컵 무대
SHG를 이끄는 이는 '바이칼' 김선묵 감독이다. 2013년부터 코치 생활을 시작한 김선묵 감독은 kt 롤스터, 로얄 네버 기브 업(RNG), TES, 콩두 몬스터(현 OK 저축은행 브리온), 파파라 슈퍼매시브, 올 나이츠 등에서 활동했다. 2021년부터는 펜넬에서 감독으로 있다가 2024시즌을 앞두고 SHG에 합류했다.
"롤드컵은 2014년 로얄 클럽(현 RNG 2군 팀) 이후 10년 만입니다. 당시 롤드컵이 그룹 스테이지는 싱가포르와 대만에서 열렸거든요. 저희는 대만에서 그룹 스테이지를 했는데 좋은 추억이 있어요. 그런데 이번 PCS 서머도 대만에서 경기를 했잖아요. 참 이런 우연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롤드컵에 올라가서 기분이 좋습니다."
라이엇 게임즈는 2024시즌을 앞두고 LJL 리그를 PCS 리그로 강제 편입시켰다. 대부분 관계자는 LJL 팀이 PCS에 편입되면서 MSI, 롤드컵 참가는 불가능할 거로 예상됐다. PCS 지역 '1황'으로 평가받는 PSG 탈론도 있지만, '카사' 훙하오쉬안, '고리' 김태우, '소드아트' 후숴제 등을 영입하며 슈퍼 팀을 꿈꾼 CTBC 플라잉 오이스터도 건재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상황은 익숙해져 있어요. 슈퍼매시브 때는 TCL서 계속 결승에 올랐지만 패해 국제 대회 못 나갔어요. LLA(라틴 아메리카) 올 나이츠서도 오프닝(다른 지역은 스프링)서 우승했지만 코로나 때문에 MSI가 취소돼면서 국제대회에 가지 못했죠. 이번에도 LJL이 PCS 지역으로 통합되면서 국제 대회로 갈 수 있는 과정이 힘들어졌어요.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덤덤했어요. 그냥 실력이 있으면 (국제 대회에) 갈 거라는 마음으로 한 거 같습니다."
◆ DFM의 아성이 무너지다
몇 년 전까지 LJL을 지배하는 팀은 데토네이션FM이었다. 앞서 말한 대로 데토네이션FM은 LJL가 만들어질 때부터 일본 최강팀으로 자리매김했다. '국제 대회 참가=데토네이션FM'이라는 공식이 오랜 시간 이어졌다. 지난해 센고쿠 게이밍이 '로컨' 이동욱과 '래퍼드' 복한규 감독(현 클라우드 나인 감독)을 영입하며 공식을 깨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그렇지만 SHG는 올해 벌어진 LJL 스프링과 서머서 우승을 차지하며 이 공식을 무너트렸다.
"LJL에 처음 들어왔으면 이런 것들이 신경 쓰였을 거예요. 하지만 전 LJL서 4년 동안 활동하면서 저런 것은 단순한 기록일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데토네이션FM의 약점이 무엇이며 우리가 어떻게 하면 우승할 수 있을지만 분석했어요. LJL 팀에 대한 정보가 많다 보니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데토네이션FM와 SHG의 공통점은 3명의 한국인이 로스터에 있다는 것이다. SHG는 '에비' 무라세' 슌스케, '마블' 시마야 레이와 함께 T1 e스포츠 아카데미 출신인 정글러 '포레스트' 이현서와 LJL 자국 선수로 인정받은 미드 라이너 '대셔' 김덕범, 한화생명e스포츠 유망주였던 '뷔스타' 오효성이 뛰고 있다.
"'에비'가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LJL에 있으면서 한국인 선수가 3명 있으면 무조건 우승이라는 개인적인 자신감이 있었어요. 계속 대회서 한 끗 차이로 지는 거예요. 개인적으로 내가 너무 고집부리는 건가 생각해 봤죠. 그래도 한 번은 로스터 중 3명의 한국인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생각을 했을 때 SHG에서 연락이 왔어요."
◆ 위기는 딥크로스 게이밍 경기
김선묵 감독은 PCS 서머 플레이오프서 위기 순간을 묻자 딥크로스 게이밍과의 승자 2라운드를 들었다. 당시 SHG는 딥크로스 게이밍과의 경기서 3대2로 승리하며 승자 4라운드로 향했다. LJL 서머 우승 이후 PCS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SHG는 스테이지1과 스테이지2로 나뉜 플레이오프서 스테이지2로 직행했다.
"당시 오로라가 글로벌 밴이 되면서 밴픽 구조가 바뀌었습니다. 기존에는 럼블와 함께 탑과 미드로 쓸 수 있는 오로라가 있었는데 갑자기 글로벌 밴이 됐거든요. 오로라를 쓰지 못하고 럼블도 밴이 되니까 갑자기 떠오르는 챔피언이 레넥톤이더라고요. 탑과 미드의 구도가 바뀌면서 정글 챔피언까지 달라졌죠. 기존에는 럼블과 오로라 구도로 가다가 레넥톤이 등장하니까 정글도 AP 메타로 돌아가서 1세트를 레드로 고른 다음 경기를 보려고 했는데 경기력이 처참했습니다."
위기를 벗어난 SHG는 결승까지 올랐지만 PSG 탈론에게 1대3으로 패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스프링 결승에 이어 다시 한번 패배. '준지아' 위쥔자, '메이플' 황이탕, '베티' 루위홍 등이 속한 PSG 탈론과 전력 차이가 있는 거 같다는 질문에 김 감독은 격차가 있다는 걸 느껴야 한다고 했다.
"강한 상대에게 패한 뒤 피드백하면서 나오는 문제점들을 해결하며 단계를 올라가야 하는데 정체되어 있던 부분이 길었던 거 같아요. 계속해서 PSG에게 지면서 한 끗 차이로 지는 게 아니라, 실력 차이가 나서 진다는 것을 인정하고 지고 나서 그들의 장점을 배울 생각을 해야한다고 생각했죠. 이번 시리즈를 하면서 선수들도 그런 부분들에 대한 인식이 바뀐 거 같아서 더 기대해 볼 수 있는거 같아요."
◆ 롤드컵 8강에 가고 싶어요
롤드컵 플레이-인에 참가하는 SHG는 베트남 VCS GAM e스포츠와 첫 경기를 치른다. 여기서 승리하면 승자전서 LCS 3번 시드인 100씨브즈와 '서밋' 박우태가 속한 LLA 지역 모비스타 레인보우7과 대결한다. 대진만 놓고 보면 SHG에게 긍정적이다. 어쩌면 2021년 데토네이션FM 이후 처음으로 롤드컵 본선에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PCS 서머 결승 현지 인터뷰서는 16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때는 잘하면 16강에 갈 거라고 말을 했는데 결승전을 할 때도 선수들과 피드백을 할 때 반응이 좋았거든요. 안 좋은 부분을 수정한다면 팀이 더 발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도 목표를 높게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개인적으로는 롤드컵 8강까지 가고 싶어요. 8강에 간다면요? 4강에 갈 수 있을 거 같아요.(웃음)"
김용우 기자 (kenz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