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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식의 e런 이야기] '페이커'가 다시 증명한 '정상의 자격'

다섯 번째 롤드컵 우승에 성공한 T1 '페이커' 이상혁(사진 제공=라이엇 게임즈).
다섯 번째 롤드컵 우승에 성공한 T1 '페이커' 이상혁(사진 제공=라이엇 게임즈).
이번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의 슬로건은 'Make them believe'였다. 처음 기자는 '그들을 믿게 하라'는 이 문장이 아직 롤드컵의 주인공이 돼 본 적 없는 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미 수많은 커리어를 쌓은 '페이커' 이상혁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봤다.

그도 그럴 것이 'G.O.A.T.(Greatest of All Time)'로 불리며 이번 대회 직전까지 4회의 롤드컵 우승, 2회의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우승, 10회의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우승 등 LoL e스포츠 최초로 논 캘린더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이상혁에게 더 이상 증명할 것도, 또 누군가에게 믿을 줄 필요도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오히려 그런 커리어를 쌓았기에 증명할 게 많았던 이상혁이었다. 위를 올려다보는 도전자는 정상에 앉아 있는 단 한 명을 끌어내리는 것으로 자신을 증명할 수 있다. 하지만 정상의 자리를 지키는 이에게는 그 수많은 도전자 하나하나가 그에게 주어진 도전 과제다.

올해 데뷔 11주년을 맞았던 이상혁에게 이번 롤드컵은 더욱 절실했을 수 있다 지난해 무려 7년 만에 롤드컵 챔피언으로 등극했던 이상혁이지만 기대를 모았던 올해 부침을 겪었기 때문이다. LCK 스프링 결승에서 라이벌 젠지e스포츠에 무릎을 꿇었고, MSI부터 서머까지 흔들리는 경기력을 보였다.

그리고 선발전 들어서도 좀처럼 반등하지 못했다. 3시드 결정전에서는 그동안 압도적인 전적을 보이던 디플러스 기아에 패했고, 4시드 결정전에서는 아슬아슬한 승부 끝에 kt 롤스터를 제치고 롤드컵 막차를 탔다. 자칫하면 롤드컵 무대를 밟지 못할 수도 있었던 것. 이렇게 어려움을 겪을수록 더 많은 이들이 이상혁에게 증명을 요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혁은 이번 롤드컵에서 다시 정상에 서며 보란 듯이 자신을 증명했다. 그는 자신의 다섯 번째 롤드컵 우승 길목에서 롤드컵 최초 100승(세트 기준), 롤드컵 최초 500킬, 롤드컵 대(對) LPL 다전제 무패 행진 등 수많은 기록을 세우거나 이어갔다. 넘보기 힘든 누적 기록을 통해 자신이 왜 'G.O.A.T'라고 불리는지를 증명했다.

BLG와의 결승전에서는 모두의 예상이나 기대를 뛰어넘는 최고 수준의 플레이를 펼쳤다. 패배의 그림자가 드리웠던 4세트. 사일러스를 플레이한 이상혁은 탑에서 '엘크' 자오자하오의 직스를 잡아내며 분위기를 바꿨고, 5세트에는 갈리오로 2017년 '우지' 젠쯔하오를 울렸던 때를 떠오르게 하는 '불사대마왕'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이런 활약을 바탕으로 이상혁은 8년 만에 롤드컵 파이널 MVP 주인공이 됐다.

이상혁은 등장과 함께 정상에 섰고, 데뷔 직후부터 수없이 많은 도전에 직면했다. 그 안에서 2014년 롤드컵 진출 실패, 2017년 롤드컵 준우승 등 많은 좌절의 시기를 거쳤다. 이런 과정을 거칠 때마다 많은 이들은 이상혁에게 또 다른 증명을 요구해 왔다. 그리고 그때마다 이상혁은 그들이 요구한 걸 보여줬다. 이번 롤드컵 역시 그가 보여준 숱한 증명 중 하나다.

아직 닫힌 이야기가 아닌, 계속 열려있는 이야기이기에 2025년에도 이상혁은 많은 이가 올려다보는, 그리고 많은 이가 오르려 할 산봉우리일 것이다. 그렇기에 내년에도 많은 이가 이상혁에게 증명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이상혁이 많은 이들의 요구에 이번에는 어떻게 화답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강윤식 기자 (skywalker@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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