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로란트 e스포츠 포맷 차용
LoL e스포츠의 2025년 방식을 알기 위해선 발로란트 e스포츠 포맷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발로란트 e스포츠 포맷을 참조했기 때문이다. 발로란트 e스포츠 포맷은 한 해를 정리하는 국제 대회인 챔피언스를 중심으로 짜여졌다. 챔피언스 밑에 있는 최상위 리그인 발로란트 챔피언스 투어(VCT)에는 북미, 라틴 아메리카, 브라질 팀이 포함된 아메리카스, 중국, EMEA, 한국, 일본 팀 등이 포함된 퍼시픽으로 나뉜다.
VCT는 킥오프 대회와 2개의 스플릿으로 구성된다. 각 스플릿이 끝나면 LoL e스포츠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처럼 중간 국제 대회인 마스터스가 진행된다. 올해는 태국 방콕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릴 예정이다.
라이엇 게임즈는 발로란트 챔피언스 투어 출범을 앞두고 파트너 팀을 선발했는데 가입비는 받지 않았다. 총기 스킨 제작 등 참가 팀에게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대신에 참가 팀은 팀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하는 의무를 지닌다.
VCT에 들어가지 못한 나머지 팀은 하부 리그인 발로란트 챌린저스 투어(VC)에 편입됐다. 발로란트 챔피언스 투어는 3개의 스플릿으로 구성된다. 두 번째 스플릿이 끝난 뒤 우승팀은 국제 대회인 VCT 어센션에 참가하는데 상위 2개 팀에게 차기 VCT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최근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VCT 어센션 퍼시픽서는 1,2위를 차지한 한국 신 프리사 게이밍과 동남아시아 게임단인 붐 e스포츠가 2025년 VCT 퍼시픽 참가를 확정했다.
◆ 3개 스플릿 나뉜 LCK 방식은 '우려 vs 긍정'
새롭게 공개된 LCK 포맷은 가장 먼저 1월 15일 개막 예정인 컵 대회 LCK컵(가칭)부터 출발한다. LCK컵 우승팀은 내년 3월에 열릴 예정인 첫 번째 국제 대회인 '퍼스트 스탠드'에 참가한다.
정규시즌은 5라운드로 나뉘는데 1, 2라운드가 끝난 뒤 상위 6개 팀이 'MSI 로드쇼'라고 이름이 붙여진 MSI 지역 선발전에 출전한다. 3라운드부터는 1, 2라운드 성적에 따라서 상위 5개 팀은 레전드, 하위 5개 팀은 라이즈 그룹으로 나눠서 경기를 치른다. 그리고 최종 우승팀을 가리는 플레이오프는 롤드컵을 가기 위한 예선 형식을 취한다.
일단 바뀐 방식에 대해선 우려와 기대가 나뉜다. 우려되는 부분은 라이즈 그룹서 죽는 경기가 많이 나올 거라는 점이다. 긍정적인 평가도 많다. 기존의 포맷이 스프링보다는 롤드컵 진출이 결정되는 서머에 힘이 실리면서 스프링은 의미없는 대회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단일 시즌이 되면서 대회를 보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관계자들은 이번 방식에 대해 "원기옥이 하나로 모인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지금까지 LCK의 문제점 중 하나는 경기 수가 너무 적다는 것이었는데 이번 포맷서는 기존의 LCK 포맷보다 많은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됐다. 전 라운드서 최하위를 하지 않는 한 팀들은 최소 7~10경기 이상을 더 치를 수 있다.
◆ 다른 지역은 '우려'
이번에 포맷을 발표하면서 가장 우려가 되는 지역은 LCP다. LCP가 최상위 리그가 되면서 기존의 PCS(Pacific Championship Series), 베트남 리그인 VCS, 일본 LJL, 오세아니아 LCO가 2부 리그로 내려갔는데 벌써부터 게임단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PCS 지역의 딥 크로스 게이밍은 해체가 아니지만, 탑과 정글, 미드를 자유계약선수(FA)로 풀었다. 이유인즉슨 LCP 2부리그에 대한 자세한 규정이 나오지 않아서 선수들에게 LCP에 들어간 팀들을 알아볼 수 있도록 배려했기 때문이다.
중화권 스타인 주권륜이 운영했으며 롤드컵 시즌2 우승팀인 타이베이 어새신이 전신인 타이베이 J팀은 LCP에 포함되지 못하면서 해체를 선언했다. 지금이 시작이며 더 많은 PCS 팀이 해체를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승부조작으로 많은 선수가 제명됐던 베트남 VCS에서는 팀 시크릿이 사라졌다. 일본 LJL서는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 게이밍, 데토네이션 포커스 미와 함께 자본력서 안정된 모습을 보여줬던 센고쿠 게이밍이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모인다.
LTA도 불안한 건 마찬가지다. 북미 LCS 팀서는 지난해 롤드컵에 참가했던 NRG와 임모탈스가 해체됐다. LTA서 100씨브즈는 임시 초청팀으로 참가하지만 2026년 거취는 알 수 없다. 브라질 CBLoL, LLA 팀은 더 심각하다. LTA서 복수의 팀이 생존했지만, LTA에 들어가지 못한 인츠, 카붐 e스포츠, 에스트랄 e스포츠 등 LoL e스포츠의 역사를 함께했던 게임단들이 한 번에 사라졌다.
◆ 발로란트 e스포츠 탄생의 데쟈뷔
현재 LoL e스포츠의 개편과 함께 많은 게임단의 해체 러시는 발로란트 e스포츠 VCT가 탄생할 때 데쟈뷔를 보는 듯 하다. 지난 2021년 당시 VCT 파트너 팀에 선정되지 못한 팀들은 반발과 함께 해체를 고민했었다. 관계자들 사이서는 과연 발로란트 2부 리그가 성공할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많았다.
일본서는 가장 인기가 많은 게임단인 크레이지 라쿤이 탈락하고 데토네이션 포커스 미가 파트너 팀으로 선정되자 자국 내에서도 많은 논란이 일었다. 크레이지 라쿤은 그 때 충격인지 모르지만, 아직까지 발로란트 팀을 만들지 않고 있다. 올해 VCT 퍼시픽서는 데토네이션 포커스 미와 연합 팀을 만들었지만 발로란트보다는 오버워치2 팀에 집중하고 있다. 4년이 지난 현재 발로란트 하부 리그는 안정적으로 진행 중이며 최상위 리그와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고 있다.
다만 발로란트는 최근 어린 팬들의 인기를 모으는 종목이라면 리그 오브 레전드는 10년이 넘은 게임이라는 점은 또 다른 불안요소다. 신규 유저의 유입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서 강제적인 리그 개편으로 인해 게임단들이 한 번에 해체를 선언하는 건 심각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라이엇 게임즈가 항상 강조하는 풀뿌리 e스포츠 생태계 구조가 붕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혁신을 기대하고 개편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도박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 관계자는 "새로운 LoL e스포츠 포맷은 내년 1월에 진행되기에 아직 시간이 있기에 앞으로 어떻게 될 거라고 예측하는 건 쉽지 않다"면서 "다만 위만 있고 아래가 사라진 리그 구조가 불안한 건 사실이지만, 정보가 다 공개되지 않는 현재로선 지켜보는 게 맞을 거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용우 기자 (kenz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