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에 있던 '바이블' 윤설(현 디플러스 기아 2군 감독)을 콜업했지만, 미봉책에 불과했다. 올해 벌어진 LCK 서머 중반 '모함' 정재훈을 1군으로 올린 디플러스 기아는 롤드컵 선발전을 뚫고 3번 시드로 본선에 올랐다. 그렇지만 독일 베를린서 열린 롤드컵 스위스 스테이지서는 LPL 팀을 넘지 못하면서 2년 연속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 롤 도사의 복귀
2025시즌을 앞두고 디플러스 기아의 서포터 선택은 롤 도사 '베릴' 조건희였다. 디플러스 기아를 떠나 DRX로 이적했던 조건희는 롤드컵 결승전서 T1을 꺾고 두 번째 소환사의 컵을 들어 올렸다. 올해는 kt 롤스터서 '데프트' 김혁규와 바텀 라인을 책임졌던 조건희는 3년 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디플러스 기아는 3년 만의 복귀인데 숙소에 들어왔을 때 예전에 쓰던 와이파이가 저절로 연결되더라. 뭔가 다시 왔다는 게 거기서 많이 느껴졌다. 사실 연습실은 구조가 많이 바뀌어서 생소했는데 숙소나 밥 먹는 식당은 똑같았다. 연습실 환경만 적응하면 3년 전과 다를 바가 없다."
kt를 나온 조건희는 미래를 고민했다. 코치 등 다른 방향으로 갈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조건희가 생각한 건 선수 생활 연장이었다. 그게 미래지향적으로 봤을 때 긍정적일 거로 판단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롤드컵 진출이었다.
"LCK,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도 큰 대회이지만, 예전부터 롤드컵을 가냐, 못가냐가 LoL 프로게이머로선 엄청나게 중요했다. 리그서 우승을 했지만 롤드컵에 못 가는 경우가 낮은 확률이지만 발생하기도 했다. 선수 개인의 인기 아니면 팀 전체 이미지를 봤을 때 크다고 생각해서 선수를 계속한다면 최대한 롤드컵에 진출할 수 있는 팀을 고려했다. 그때 디플러스 기아 단장님과 미팅했는데 같이 하고 싶다며 적극적으로 어필을 해줘서 복귀를 결정했다."
▶ 팬들은 '베릴'을 그리워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디플러스 기아는 조건희가 떠난 뒤 서포터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많은 선수가 거쳐 갔지만 조건희보다 나은 플레이를 보여준 이는 없었다. 디플러스 기아를 응원하는 팬들은 2020년 롤드컵서 보여줬던 조건희의 맵 리딩 능력을 그리워했다.
"제 3자 입장서 봤을 때는 왜 서포터 쪽에서 문제가 나오는지 알지 못한다. 팀 안에 속해있는 코칭스태프 아니면 선수들만 아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제가 봤을 때도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여러 가지 생각은 했지만, 원인을 깊게 따지는 거보다 '그냥 안 좋은 일이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넘어가곤 했다."
디플러스 기아는 '킹겐' 황성훈(현 농심 레드포스)이 떠난 탑 자리에 2군에 있던 '시우' 전시우를 콜업했다. 전시우는 LCKCL서 많은 솔로 킬을 기록하며 관계자들로부터 인정을 받은 선수. 그의 플레이를 두고 군 입대를 한 '너구리' 장하권을 떠올린다는 이도 있었다.
"사실 LCKCL 경기는 많이 안 챙겨봐서 데이터가 부족한데 kt에 있을 때 '데프트' (김)혁규 형이 '시우'라는 선수가 LCKCL 두 시즌 동안 솔로 킬을 70번 이상 기록했다고 했다. 아무리 LCKCL이라고 해도 프로 경기인데 저렇게 솔로 킬을 많이 기록하는 걸 보면서 탑에서 잘하는 선수의 이미지가 많이 각인돼 있다고 생각했다. 팀 어드바이저로 오는 '칸' (김)동하 형은 정글러와 소통을 잘하고 근거있는 플레이를 많이 해야 하는 스타일이다. '시우'와 '루시드' (최)용혁의 나이가 비슷하기에 동하 형에게 배운다면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다."
▶ '베릴'에게 '쇼메이커'란?
디플러스 기아는 시즌이 끝난 뒤 '제파' 이재민 감독 등 기존의 코칭스태프와 결별했다. 그리고 T1 레전드인 '벵기' 배성웅 감독, '푸만두' 이정현 코치를 영입했고, 2군에 있던 '하차니' 하승찬 감독을 콜업했다. 새로운 코칭스태프와 호흡을 맞추게 될 조건희는 이를 어떻게 바라봤을까.
"팀과 마지막 미팅을 하러 갔을 때 오피셜이 나와서 알게 됐다. 어찌 보면 롤드컵 3회 우승은 선수로서 큰 기록이다. '페이커' 이상혁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롤드컵 우승 기록이 있는 레전드 선수다. 그리고 감독 경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나이대가 비슷하기에 공감대 형성 아니면 친화력에서 더 좋을 거 같다."
디플러스 기아의 팬들은 LCK가 열리는 롤파크서 가장 열정적으로 응원한다. 승리했을 때 울리는 함성 소리는 경기장을 들썩이게 한다. 조건희도 승리했을 때 팬들의 함성 소리를 오랜만에 들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기대감을 나타냈다.
"2019년 처음으로 LCK에 올라왔을 때 팬들의 함성이 들렸지만 지금처럼은 아니었다. 2020년과 2021년은 코로나19 때문에 경기를 온라인과 무관중으로 하다 보니 팬들의 열정적인 함성을 아예 듣지 못했다. 팀을 떠나 오랜만에 돌아왔는데 이런 응원을 들을 수 있는 첫 번째 기회인 거 같아 매우 설렌다."
2020년 롤드컵서 우승을 차지했던 멤버는 이제 조건희와 '쇼메이커' 허수만 남았다. 3년 만에 만난 허수에 대해 조건희는 "(김)혁규 형 송별회가 끝난 뒤 당일 저녁에 팀에 합류헀다. '시우' 밖에 없길래 다들 어디 갔는지 물어보니 나갔다고 하더라. '쇼메이커'는 다음 날 오후에 처음으로 봤다"라며 "'쇼메이커'는 장난꾸러기다. 장난꾸러기지만 팀을 위해 텐션 같은 걸 올려주려고 노력하는 거 같다. 귀엽다고 생각한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끝으로 그는 "어찌 보면 (김)혁규 형처럼 저도 내년이 마지막일 거 같다. 마지막 해 최대한 좋은 모습으로 기억할 수 있게 잘하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팀으로선 더 좋은 성적을 내서 좋은 추억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용우 기자 (kenz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