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레클레스' 마르틴 라르손의 T1 e스포츠 아카데미 입단은 전 세계 관계자와 팬들을 놀라게 했다. 많은 이들이 오랜 시간 동안 유럽서 슈퍼스타로 활동했던 '레클레스'가 어떤 이유로 한국 2군 무대서 뛰는지 궁금해했다. 비록 '레클레스'는 건강 이슈로 1년 만에 돌아갔지만 외국인 선수도 잘한다면 한국 무대서 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 1년 만에 2군으로 콜업
2022년 6월 DRX는 베트남 호치민서 글로벌 유망주를 찾는 트라이아웃을 진행했다. 200명이 넘는 유망주들이 대결한 트라이아웃서 선발된 이는 '레이지필' 쩐바오민과 '치카' 보레년(현 MGN 바이킹스 e스포츠)이었다. '치카'는 자국으로 돌아갔지만, '레이지필'은 3군 팀인 DRX 신한은행서 활동하다가 1년 만에 2군인 DRX 챌린저스로 콜업됐다.
"엄청 기분 좋았다. 하지만 내 목표는 2군이 아니라 더 목표를 갖고 있기에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베트남 선수가 한국 무대서 활동한 건 2022년 OK 저축은행 브리온 챌린저스서 뛰었던 미드 라이너 '티롱' 당탄롱이 처음이었다. 당시 베트남 오디션 ‘Be My BRO’를 개최한 브리온은 우승자인 '티롱'을 합류시켰고 2022 LCKCL 서머서 로스터에 등록됐다. 당시 '티롱'은 주전이 아니었다. 현재는 유럽 LEC 자이언츠X 2군 팀인 자이언츠X 프라이드서 활동 중인 '페이스티' 정성훈이 주전이었다. '티롱'은 6세트에 출전했지만,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티롱' 선수는 메인 로스터에 등록되지 않았지만, 저는 처음으로 메인 로스터에 등록된 선수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LCKCL서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경기를 팬들에게도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크다. 좋은 결과를 내면 2군으로 콜업해준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놀라지는 않았다."
2군으로 콜업된 '레이지필'의 데뷔전은 케스파컵이었다. 그룹 스테이지서 3승 2패를 기록한 DRX는 kt 롤스터, 광동 프릭스에 패했지만 BNK 피어엑스, 타이베이 올스타, OK 저축은행 브리온을 꺾었다. 플레이오프 1라운드서 농심 레드포스에 패해 탈락했한 '레이지필'은 관계자들 사이서 잘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솔직히 말해 처음에는 긴장됐다. 왜냐하면 케스파컵서 상대한 선수가 LCKCL 뿐만 아니라 1군 선수들도 섞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회가 시작한 뒤에는 게임에 집중했다. 승리한 경기도 있어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만약에 다른 조에 있던 젠지e스포츠 '쵸비' 정지훈, '캐니언' 김건부, 한화생명e스포츠 '바이퍼' 박도현 등 그런 선수를 만났으면 떨렸을 거다.(웃음)"
◆ LCK 무대에 서고 싶다
DRX 베트남 트라이아웃서 선발된 '레이지필'은 혈혈단신 한국으로 와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3군에서 시작한 '레이지필'은 2022년 DRX가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서 '데프트' 김혁규가 보여줬던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의 준말)' 정신을 보면서 연습을 계속했다. LCK가 열린 롤파크 LCK 아레나에도 방문해 언젠가는 저 자리에 서겠다고 다짐했다.
"트라이아웃에 합격한 뒤 '그냥 한 번 가보자'라는 생각이었다. 만약에 실패해도 베트남 VCS에서 기회가 있을 거로 생각했다. 다만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당시 부모님께 '그래도 가고 싶다. 무조건 가고 싶다'라고 설득했다. 결국에는 부모님이 허락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는 포기라는 생각은 안 했지만 슬플 때는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 혼자 있는 공간에서 지내면서 스스로 스트레스를 풀려고 했다고 했다. 만약에 성공한다면 가족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데프트' 김혁규 팬인지 물어보니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레이지필'은 2022년 롤드컵 결승서 '데프트'가 보여줬던 모습에 감동 받았지만 원래는 T1 '페이커' 이상혁의 팬이라고 했다. 그는 당시 경기를 보는 데 속으로 마음이 복잡했다고 했다. 절반은 기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많이 아쉬웠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 일단 내년 목표는 2군 대회 우승
이제 절반의 성과를 이뤘다. 3군에서 데뷔한 '레이지필'은 1년 만에 2군으로 올라왔다. 2군은 3군과 달리 온라인 경기가 아닌 오프라인으로 경기를 치른다. DRX 팬들의 함성과 환호 속에서 본인의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언제 1군으로 콜업될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이 순간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 한국은 전 세계서 최상위 리그다. 내가 여기서 3군부터 유니폼을 입고 경기서 뛸 수 있는 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리바이' 도두이칸(GAM e스포츠), '소프엠' 선배들도 전 세계를 오가며 활약했지만 전 더 좋은 훈련을 받고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언어적인 문제는 크지 않다고 했다. 피드백할 때 선수들이 빠르게 말하거나 의견이 달라서 강하게 의사 전달할 때는 힘들지만 평소에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베트남 팬들의 인기를 어느 정도 실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LCKCL로 올라온 '레이지필'. 본인의 앞에는 더 많은 강자가 기다리고 있다. 이제는 그걸 다 싸워서 이기고 올라가야 한다. '레이지필'은 "적응을 위해 동료들이 도와주고 응원해 줘 고맙다"라며 "내년에는 모든 2군 대회서 우승하고 싶다. 그리고 LCK에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용우 기자 (kenzi@dailyespor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