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핀(해체)서 데뷔한 박도현은 2018년 LCK 서머부터 3연속 결승에 진출했다. 하지만 kt 롤스터와 SK텔레콤 T1(현 T1)을 넘지 못했다. 3연속 준우승을 했던 그이기에 LCK 우승이 누구보다 절실할 수밖에 없다.
◆ LPL에 이어 LCK서도 우승
LCK서 우승에 도전했지만 쉽지 않았다. 한화생명은 2023년 LCK 두 번의 스플릿서 플레이오프에 올랐지만 kt 롤스터에 패해 탈락했다. 2024년 LCK 스프링 정규시즌서 15승 3패를 기록하며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한화생명은 광동 프릭스(현 DN 프릭스)와 T1을 꺾었지만 젠지e스포츠에게 패했다. T1과의 패자조 결승서는 1대3으로 무릎을 꿇었다.
한화생명은 LCK 서머 정규시즌서는 14승 4패로 2위를 기록했다. 플레이오프 2라운드서 T1을 두 번 꺾고 결승에 오른 한화생명은 젠지e스포츠를 3대2로 꺾고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다. LCK서 우승하겠다는 그의 목표가 달성되는 순간이었다.
"기쁘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그리고 내가 좀 대견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왜냐하면 2018년 처음으로 결승전에 갔지만 우승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지금까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노력했던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우승이 오래 걸렸다는 생각을 두 번째로 했다. 롤드컵서도 우승했지만 그 기쁨이 그렇게 오래가지는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잊히기도 하고 바쁘게 살다 보면 그런 생각을 많이 하는 거 같다."
박도현은 앞으로 대회가 계속 있기 때문에 누군가 나와 비슷한 스토리를 갖고 있는 선수가 우승한다면 그런 감정을 느끼겠다고 했다. 하지만 감정을 느끼는 선수가 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 관성적으로 생각하게 되더라
2022년 미국 뉴욕에서 벌어졌던 롤드컵서 EDG 소속으로 참가했던 박도현은 8강까지 진출했지만 DRX에 2대3으로 패해 4강에 오르지 못했다. 당시 EDG는 2세트를 먼저 따내며 4강 진출에 한 발자국 다가섰지만 역스윕 패배를 당했다. 2년이 지난 2024년 한화생명 소속으로 롤드컵에 복귀한 박도현은 프랑스 파리서 열린 8강전서 빌리빌리 게이밍(BLG)에 1대3으로 패해 4강에 오르지 못했다.
"가장 아쉬웠던 건 코칭스태프, 선수들이 사람이다 보니 관성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게 있는 거 같다. 어떻게 보면 LCK서 우승했기 때문에 우리가 잘하는 플레이 스타일이나 익숙했던 부분을 계속 찾아가려고 했던 느낌이 강했다. 개인적으로 좀 더 과감하고 소위 리스크를 짊어질 줄 아는 팀이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롤드컵서는 그런 쪽으로 했으면 어땠겠냐는 생각을 했다."
박도현은 2021년 EDG가 롤드컵서 우승할 때 함께했던 '지에지에' 자오리제, '메이코' 텐예, 징동 게이밍으로 이적한 '스카웃' 이예찬과 해후했다. 그중 '지에지에'와 '메이코'는 '더샤이' 강승록, '루키' 송의진이 합류한 인빅터스 게이밍(IG)으로 이적했는데 2025년 LPL 슈퍼 팀으로 평가받는다.
박도현은 IG 로스터에 관해 묻자 "이게 되는구나"라며 신기해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IG에서 뛰었던 '더샤이', '루키' 선수가 돌아오는 등 다른 팀에 있던 인기 많은 선수들이 모이는 모습이 재미있을 거 같다"라며 "뭐가 됐든 IG의 경기가 기대되고 시청자 입장서 봤을 때는 이 팀의 경기를 좀 찾아보고 싶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 '제우스'의 첫인상
2025시즌 LCK 이적시장 승자는 한화생명e스포츠로 평가받는다. '도란' 최현준을 T1으로 떠나보낸 한화생명은 T1 롤드컵 2연패 주역 중 한 명인 '제우스' 최우제를 데리고 왔기 때문이다. '제우스'를 영입한 한화생명은 강력한 우승 후보로 평가받는다. 라인업만 보면 '슈퍼 팀'이라고 불릴 만하다.
"그런 평가를 해주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 왜냐하면 저희가 그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거니까. 하지만 그런 평가는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선수 입장에서 봤을 때 그런 것들이 부담으로 느껴진다면 경기하는 데 있어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즐기는 게 우선인 거 같다. 나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이 굉장히 게임을 잘하는 선수고 우승할 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개인 기량은 개인에게 맡기고 다 같이 게임을 즐기면서 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제우스'가 팀에 합류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했다. 박도현은 "휴가 끝난 뒤 일본 삿포로 워크샵 가기 전에 짐을 싸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런가 보다고 생각했다. 2024년 우승했던 선수이기 때문에 잘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다"라며 "처음에 봤을 때는 04년생이라서 막내 같은 느낌이 들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약간 능구렁이 스타일인 거 같다. 좀 앳된 느낌은 있는데 생각이 깊은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 스크림보다 대회가 좋다
LCK는 올해부터 스프링, 서머 두 개의 스플릿서 벗어나 단일 시즌으로 변화한다. 선수 입장서는 호흡을 길게 보고 가야 한다. 2017년 데뷔한 박도현 입장서는 처음으로 겪는 시스템이다. 그는 단일 시즌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리그서 우승했을 때 얻게 되는 성취감 등 이런 게 더 커질 거 같다.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대회가 많은 게 더 좋다. 어차피 대회가 없으면 스크림을 해야 하기에 대회가 없다고 많이 쉬지 않는다. 롤드컵이 끝난 뒤 내년 시즌을 준비하기 전 시간을 빼면 쉴 시간은 별로 없다. 휴식 기간 등 이런 거에 대한 변화는 잘 모르겠다. 그냥 스크림보다는 대회하는 게 더 즐겁다. 좋게 바라보고 있다."
2024년 LCK 서머서 우승을 차지했던 박도현은 2025년에는 더 높은 곳에 올라가길 원한다. 박도현은 올해 목표를 묻자 "중국에서 열릴 예정인 롤드컵에 꼭 진출하고 싶다. 항상 롤드컵은 너무 재미있다. 그런 무대에서의 경험이 즐거움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항상 대회 참가도 좋은 추억이 된다"며 "LCK 바뀐 포맷은 하다 보면 잘 적응할 수 있을 거 같다.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또 우승하고 싶다"고 했다.
김용우 기자 (kenzi@dailyesports.com)